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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회원과 네티즌들이 28일 오전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앞에서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벌어지는 평화로운 시민행진에 대해 조선일보가 거짓, 왜곡 보도를 하고 있다며 규탄기자회견을 연 뒤, 조선일보 게시판에 항의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수습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오늘(2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청와대 인적 쇄신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다고 한다. 두루 원로들의 의견을 경청할 것을 이 대통령에게 권했다고 한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를 두고 "청와대에 와서 청와대 쇄신하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미안한 말이지만, 이 정도라면 수습책은 이미 물 건너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여당 대표가 청와대에 와서 대통령에게 수석들을 경질시켜야 한다고 어떻게 내놓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식이라면 도대체 무슨 수습책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 집회의 그 많은 양초는 무슨 돈으로 샀으며, 누가 주도하는지 보고하라"고 질타했다지 않은가. 대통령이나 여당 대표가 이런 마음을 갖고 있고, 이런 태도라면 제대로 된 해답이 나올 리 없다.

 

오늘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는 물론 <조선일보>까지 민심의 분노를 직시하고 제대로 된 수습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한겨레>는 오늘 사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을 '적'으로 돌릴 작정이냐고 물었다. 청와대 코앞에서 경찰과 대치한 촛불시위대는 마치 48년 전 4·19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아무런 폭력 도구 없이 스스로의 뜻으로 모인 이들 국민들을 적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는 참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민에게 항복하"라고 권유했다. 장관이나 참모 몇 사람 바꾸고 다짐만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했다. 대통령 스스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러자면 먼저 "쇠고기 수입 장관 고시를 철회하고 재협상을 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역시 사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녕 파국을 바라느냐"고 물었다. '양초 자금원' 운운하는 현재의 인식과 자세를 이 대통령이 바꾸지 않는 한 그 "모든 묘방과 수습책은 헛된 노력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과 소통이 부족했다고 사과해놓고 정작 대통령이 해외 순방하는 시기를 골라 기습적으로 장관 고시를 강행하는 따위의 꼼수를 부려서는 국민들의 분노만 부채질 할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향신문> 역시 6월 항쟁 때 전두환 정권이 직선제 수용으로 파국을 막았듯이 "이명박 정부도 국민들의 외침에 무조건 항복"하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항복하는 것은 결코 불명예나 치욕이 아님을 상기시켜 주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은 이런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경고성 권고에 과연 귀를 기울일까? 현명한 대통령이고, 지혜로운 참모들이라면 아마도 그럴 것이다. 촛불집회 초기에 이 두 신문의 경고와 해법에 귀를 기울였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복기해보는 것만으로도 그 이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지금까지 이 두 신문의 진심어린 충고를 귀담아 듣기는커녕 치사하게 '광고 안주기'와 같은 보복성 대응으로 일관했다.

 

 조선일보 6월 2일자 오피니언면. 김대중칼럼과 윤영신 경제부 차장대우의 칼럼 등이 실려 있다.

 

<조선>의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했나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은 것은 아닐 듯싶다. 특히 <조선일보>까지도 이 두 신문의 이런 입장에 동조하고 나선 점을 고려할 때는 더 더욱 그렇다.

 

<조선일보> 오피니언 란에는 관련 글이 무려 4개나 실렸다. 사설 두 편에 '김대중칼럼'과 차장들이 돌아가며 쓰고 있는 '조선데스크' 칼럼까지 4편이 '촛불정국'에 관한 것이다.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의 리더십과 그의 소통능력에 관한 또 다른 데스크칼럼까지 합하면 무려 5편이 실린 셈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직접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재협상 가능성까지 차단하지는 않았다. <조선일보>는 '청와대 코앞에 밀어닥친 시위대를 보며' "지금 정부의 대응은 불은 산에 번지는데 물은 개천에 뿌리는 격"이라고 질타했다. 방향을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 잡았다는 이야기다. "이번 사태를 가라앉힐 수 있는 방법은 물대포가 아리나 국민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칼럼'은 조금은 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김대중 고문은 '김대중칼럼'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수입 쇠고기와 관련한 국민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질 것을 서약하라고 다그쳤다. 또한 "국민 앞에 재협상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다짐을 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재협상 가능성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한 셈이다.

 

윤영신 경제부 차장 대우가 쓴 '조선데스크'는 그 제목부터 '30개월 문제 더 고민하라'고 돼 있다. 윤영신 차장 대우는 "장관과 청와대 참모 몇 명 갈아치우면 달아오른 민심이 냄비처럼 식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또 한 번 민심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문제 해결의 순서는 역시 발화점인 미국산 쇠고기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국민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30개월 문제'"라며 "미국과 재협상 수준은 아니더라도 추가 협의를 다시 해서 일단은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의 수입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를 설득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또 "한국에 수출하는 (미국산) 쇠고기에 연령 표시를 하라고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조선일보>가 <경향신문>이나 <한겨레>가 그동안 줄곧 지적해왔던 '재협상'의 필요성을 사실상 공식 주장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그만큼 '촛불정국'이 비상하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어떻게 할까?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문제에 관한 한 앞장서 백기사 역할을 자임했던 <조선일보>까지도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와 비슷한 입장으로 돌아선 마당에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이명박 대통령이나 그의 사람들은 "조선일보, 너 마저…"라며 배신감을 토로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은 배신감 토로에 앞서 <조선일보>까지 왜 이처럼 태도를 바꾸었을까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 해답은 절로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조선일보>의 이런 행보는 어쨌든 이명박 정권에 대한 <조선일보>의 인내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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