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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우리 애기드을(아기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수 서인영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에게? 매장에 진열된 '신상'(신상품) 구두를 보고 말이다. 허리를 잔뜩 굽혀 구두와 눈을 맞추고, 달콤하게 속삭였다. 시청자들은 그런 모습에 "사랑스럽다"며 열광한다.

'쇼핑중독'이 뜨고 있다. 가수 서인영이 '신상' 구두로 인기몰이를 하면서, 쇼핑에 중독된 캐릭터를 다룬 작품도 덩달아 주목 받고 있다. 한 번씩 얄궂은 짓을 벌여 화를 돋우지만, 그래도 밉상은 아닌 그들. 과연 누가 있을까? 드라마, 영화, 책 등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살펴보자.

<섹스 앤 더 시티> 캐리 '마놀로 블라닉' 구두면 "오케이"

영화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에서 캐리 브래드쇼 역을 맡은 사라 제시카 파커. 그는 다이아몬드 반지보다, 초대형 신발장을 반길 정도로 구두광이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에서 캐리 브래드쇼 역을 맡은 사라 제시카 파커. 그는 다이아몬드 반지보다, 초대형 신발장을 반길 정도로 구두광이다.
ⓒ 태원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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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서인영이 있다면, 북아메리카엔 그가 있다. '미드'(미국 드라마), '뉴욕', '섹스'. 그렇다.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다. 전 세계 젊은 여성들을 매료시킨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의 여주인공. 그는 "뉴욕이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뉴욕이 존재한다"고 믿는 뉴욕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특히 캐리의 구두 사랑은 남다르다. "다이아몬드 사줄까"라고 물으면 "아뇨, 초대형 신발장이요"라고 답하는 그다. '마놀로 블라닉' 구두를 보면 시쳇말로 그냥 '녹는다'.

"아파트 세 낼 돈은 없어도 400달러짜리 구두 살 돈은 있다"고 하니, 서인영보다 더 지독할 수도 있겠다. 캐리는 나름의 구두 철학까지 있다. "구두는 사는 것이 아니라 투자하는 것이다."

영화 전문잡지 <스크린> 김나영 기자는 캐리를 "집에 있는 구두와 가방의 총액이 현재 통장 잔고의 10배가 넘는다", "역대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명품 브랜드 이름은 줄줄이 꿰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런' 캐리가 보고 싶다면, 오는 5일부터 가까운 극장으로 가면 된다. 영화 제목은 드라마와 같은 '섹스 앤 더 시티'. 18세 이상 관람가.

<쇼핑의 여왕> 우사기 명품 쌓아놓고 저녁 굶는데, 즐겁다고?

책 <쇼핑의 여왕>을 쓴 '나카무라 우사기'는 실제 '쇼핑중독자'이다. 가상이 아닌, '진짜'다. 자신의 엄청난 낭비생활을 고백하는 글을 엮은 여류작가로 유명하다. 책을 통해 엿보는 그의 일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올해로 만 50세. 그는 번 돈을 몽땅 샤넬(chanel), 에르메스(hermes) 등의 명품을 사는 데 쓴다. 작가는 그런 자신을 스스로 '여왕님'이라고 부른다.

생활은?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대로다. 집안에 명품이 쌓였어도, 저녁을 굶는다. 전기와 수도도 끊겼다. 그런데도, 그는 즐겁다.

"나 저 엄청난 쇼핑을 한 지 며칠 후, 가스가 끊기고 말았다. 호호호호!!!! 여러분, 어때."

더 황당한 것은 그런 그와 함께 사는 연하 남편. "당신 이 소파 위에 쌓아둔 옷 무덤, 전부 400만 엔어치야. 이거 팔아서 밀린 돈 내자"라며 아내를 나무라지만, 그때뿐이다. 4000만 엔이면, 우리 돈으로 약 3900만원. 밀린 요금 정도는 쉽게 낼 수 있는 액수다.

하지만 결국 남편은 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아 밀린 가스 요금을 낸다. 아무리 생각해도, 요상한 가족이다. 한편, 나카무라는 <나는 명품이 좋다> <너희가 명품을 아느냐> 등의 에세이도 집필했다.

<히어로> 쿠리우와 '있어요' 홈쇼핑에 남녀가 따로 있나

영화 '히어로'(Hero)의 쿠리우 검사(기무라 타쿠야)가 법정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영화 '히어로'(Hero)의 쿠리우 검사(기무라 타쿠야)가 법정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엠엔에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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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중독'은 남자라고 예외일 순 없다. 일본 드라마 <히어로>에서 엉뚱하지만, 척척 사건을 해결해내는 '쿠리우'(기무라 타쿠야) 검사도 '신상' 마니아이다. 다른 이와 차이가 있다면, 그는 '홈쇼핑'을 즐긴다는 것이다.

바쁜 검찰청 생활 속에서도 홈쇼핑 채널에서 긴장을 풀지 않는다. 그의 쇼핑 전략은 단 하나. '신상품은 무조건 산다'다. 복근 운동기구, 하체 강화기, 킥보드 등 운동기구를 주로 사지만, 액세서리, 다용도 칼 세트, 에어매트, 자외선차단크림도 예외는 아니다. 15평 남짓한 그의 사무실에는 홈쇼핑으로 산 물품들이 빼곡하다.

또 쿠리우를 능가하는 인물로 '있어요 아저씨'가 있다. 쿠리우가 자주 가는 카페 주인이자 주방장. 가게엔 항상 홈쇼핑 채널이 고정돼 있으며, '신상'은 쿠리우보다 더 먼저 구입한다. 극이 끝날 때까지 계속 출연하지만, 대사라곤 단 한 마디. "あるよ(있어요)" 뿐. 그래서 별명이 '있어요 아저씨'다. 다소 투박해 보이지만, 볼수록 귀여운 구석이 있다.

역사 속 '쇼핑의 여왕'들

링컨 대통령의 아내인 '메리 토드 링컨'은 남북전쟁 때 마구잡이 쇼핑에 몰두, 비난을 샀다. 군인들은 담요가 모자라 고생하고 있는데, 2000달러(약 206만원) 하는 숄을 구입했으며, 심지어 한 달에 84켤레의 장갑을 샀던 것으로 유명하다.

케네디 대통령과 선박왕 오나시스의 부인이었던 '재키'도 빼놓을 수 없다. 케네디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1년 4개월 만에 옷값으로만 5만 달러(약 5100만원)를 썼다고 한다. 심지어 패션쇼를 본 뒤 출품된 옷을 몽땅 사는 버릇이 있을 정도.

필리핀의 퍼스트레이디였던 '이멜다' 역시 대단한 쇼핑광이었다. 반정부 시위로 마르코스가 하야한 다음 필리핀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그녀의 옷장에는 밍크코트 15벌, 양산 65개, 파티용 가운 508벌, 선글라스 71개, 신발 1060켤레가 발견됐다. 이와 함께 전혀 사용하지 않은 핸드백, 향수, 옷 등이 수없이 많았다고 한다.

사실 그들도 알고 있다. '쇼핑'에 빠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말이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에밀리(에밀리 브런트)는 "지미추(jimmychoo) 신발을 신는 순간에 이미 네 영혼을 판 거야"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쇼핑'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명품 브랜드를 매일 갈아입는 미란다(메릴 스트립) 편집장은 "모두 우리처럼 되고 싶어 한다(Everybody wants to be us)"라며 잘라 말했다. <쇼핑의 여왕> 나카무라 작가는 "명품을 사는 것은 사치나 물욕이 아니다"며 "(쇼핑은) 갖고 싶은 것, 그 목표를 향해 돌진해 성취감을 만끽하는 것"이라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쇼핑중독> 응모글



태그:#쇼핑중독, #섹스 앤 더 시티, #쇼핑의 여왕, #히어로, #마놀로 블라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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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내가 밉습니다. 화가 나도 속으로만 삭여야 하는 내가 너무나 바보 같습니다. 돈이, 백이, 직장이 뭔데, 사람을 이리 비참하게 만드는 지 정말 화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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