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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이 넘는 촛불문화제 사상 최대 규모의 시민들. '독재타도', '이명박 퇴진'을 외치며 청와대로 향하는 시민들. 물대포와 경찰특공대의 폭력진압으로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도 '나를 연항해라'며 울부짖는 시민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처럼 들끊는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일 "단순감기약 처방이 아닌, 사태를 해결 할 종합감기약 처방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이처럼 사태가 악화된 근본원인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단순히 '콘택600'(감기약) 처방으로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종합감기약 처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뜻 듣기엔 여당에서 요구하고 있는 일부 장관에 대한 경질을 넘어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말기암 아니지 않나? 종합감기약이면"... 이 대통령 사과는 'FTA 장식품'?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이처럼 광범위한 국민적 저항을 불러온 원인을 '감기' 정도로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 있다.

 

"현 상황이 종합감기약으로 처방이 되겠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해서 현 상황이 말기암 환자는 아니지 않느냐"면서도 "상황을 쉽게 본다는 의미가 아니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쇠고기 수입재개 문제만이 아니라 복합적 사안이 잠복해 있다고 한꺼번에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전에 큰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이 물가상승, 기름값 급등 등 경제적 어려움 지속과 '강부자(강남땅부자),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으로 대표되는 인사파문에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 쇠고기 수입재개도 단순한 시장개방 차원을 넘어 '외세(미국)'에 대한 반발이라는 근원적 문제까지 겹쳐 사태가 확산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여기에 치밀하게 기획하고 물밑에서 움직이는 세력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거듭 '배후설'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의 촛불문화제 관련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초는 누구 돈으로 샀는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만큼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태를 수습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지만 이미 미국과 체결한 사항에 대한 재협상 요구는 국제관례 등을 고려할때 수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추가 협상도 미국측이 많이 양보한 것"이라며 "사업을 할 때도 협상안에 서명을 해놓고, 나중에 회사 내부에서 반대한다고 다시 협상 하자고 하면 되겠느냐"고 항변했다. 국가 간의 협상은 기업 간의 그것과 차원이 다르고, 국가간의 협상 주체는 국민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이 관계자는 지난번 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감동이 없었다', '안 하니만 못한 셈이 됐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해 "한미 FTA 분위기를 띄우는 데에는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대국민담화는) FTA 때문에 한 것인데, FTA 얘기만 할 수 없어서 종합적으로... 그 때 사과 안 했으면 또 (언론에서) '한달 내내 사과 한 마디 없다'고 비판했을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결국 이 대통령이 지난번 대국민담화를 통해 '소통의 부족'에 대해 사과한 것이, 쇠고기 협상에 대한 진정한 사과라기 보다는 한미 FTA 처리 촉구를 위한 '장식품'에 불과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르면 이번주, 장관 경질 등 쇄신안 발표

 

원인이야 어쨌든 초기 처방에 실패한 청와대가 내놓을 국정쇄신안에 인적쇄신이 포함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수습방안 중 하나로 인적쇄신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인적쇄신에는 (장관) 경질과 조직정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장관 경질 등을 주장한 것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확인을 피했던 것에 비하면 진일보한 조치가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주변에서 올라오는 모든 의견을 다 듣고 있다. 그 중에 한 가닥을 잡아서 그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현재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동물적으로 대응하는 스타일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경질 대상으로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등 쇠고기 사태와 직접적 책임이 있는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모교 특별 교부금 지원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물의를 빚은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정무ㆍ홍보라인 기능 강화를 포함한 청와대 조직정비 방안도 함께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시점이다. 핵심 관계자는 "수습안을 빨리 내놔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긴 한데, 지금 상황이 꼭 '호랑이와 떡장수 할머니' 속담 같은 상황"이라며 "지금 장관 경질 등 수습책을 내 놓는다고 사태가 가라앉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나? 오히려 하나 더 내놓으라고 할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국민들이)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차 있기 때문에 어떤 처방전을 내놔도 안 먹힌다"며 "수습안은 상황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 때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 마지막 카드를 내놓고도 성난 민심을 누그러뜨리지 못하게 된다면 이후에는 속수무책이 되기 때문에 쇄신한 발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점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때가 언제가 될 지, 적절한 시점을 결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 취임 100일째인 3일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다음날인 4일이 재보선이라는 부담이 있다. 대통령의 선거개입 논란을 불러올수 있을 뿐 아니라, 쇄신안을 발표하고서도 4일 재보선에서 참패할 경우 쇄신안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은 현충일이고 7일은 일요일자 신문이 발행되지 않기 때문에 역시 쇄신안 발표의 적기라고 볼 수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6.4 재보선과 9일 국민과의 대화 등이 얽혀있어 발표 시기가 애매하다"며 "쇄신안을 내놓아서 국민의 반발이 가라앉는다면 다행이겠지만 자칫 효과가 없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여론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얼굴이 알려져서... 마스크 쓰고 나가볼까?"

 

한편 청와대 고위급 참모들이 최근 촛불문화제 현장에 직접 나가 '민심탐방'을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 이 관계자는 "나도 나가보고 싶은데, 얼굴이 많이 알려져서 못하고 있다"며 "마스크라도 쓰고 나가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언론을 통해 비교적 얼굴이 많이 알려진 곽승준 국정기획 수석비서관은 이미 만약의 불상사에 대비해 모자를 눌러쓰고 안경을 쓰는 등 '변장'까지 해가며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은 지난달 말 시위 현장에서 경찰들과 함께 서있는 장면이 일부 언론에 노출되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종찬 민정수석은 지난달 24일에 이어 29일에도 '새벽암행'을 통해 집회 민심을 파악했고, 박재완 정무수석도 최근 밤늦게 시위 현장으로 야근을 나가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급 참모들이 뒤늦게 촛불문화제 현장으로 달려서 '민심'을 들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작 '촛불문화재'의 정확한 배후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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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명박 대통령, #광우병 쇠고기, #촛불문화제,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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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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