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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4천미터 이상 되는 고원지대에서 방목된다. 목초나 동충하초를 먹고 자란다. 이렇게 자란 쇠고기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아쉽게도 소가 아니라 티베트에서 서식하는 야크 이야기이다.

 

소과 동물인 야크는 여러모로 요긴하게 쓰인다. 소처럼 밭을 갈거나 짐을 나르는데 동원될 뿐 아니라 말린 야크 똥은 소중한 에너지원이다. 나무가 귀한 티베트에서 야크 똥만한 불쏘시개도 없다. 야크 젖은 우유나 요쿠르트로 먹고 버터를 만들어 차로도 음용한다. 이 수유차를 언제 어디서나 일상적으로 마시는데, 고원지대 특성 상 쉽게 빠지는 수분을 수유차로 보충하는 것이다.

 

버터는 또 불을 밝히는 원료로도 사용되는데 포탈라궁을 비롯해 사원 내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가죽으로는 옷이나 이불 그리고 유목민의 텐트를 만든다. 이처럼 다양하게 활용되는 야크이다 보니, 티베트인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가축이라 할 수 있겠다.

 

티베트까지 와서 야크 고기를 맛보지 않는다면 평생 유감이다. 티베트 4대음식(야크고기, 수유차, 짬바, 창) 중에 한 가지일 뿐더러, 티베트의 자연환경과 생활풍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라싸에 입성해 처음으로 찾은 음식도 야크고기였다. 아리랑 식당에서 주문한 야크고기는 너무나도 평범했다. 쇠고기 안심처럼 부드럽게 씹히는 질감은 이것이 야크고기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생각보다 싼 가격도 그렇고. 참고로 티베트에서 야크고기는 쇠고기보다 비싸다.

 

결국 도우미를 불러 이게 야크 어느 부위인가 물었다. 차마 야크 고기 맞냐고는 묻지 못했다. 도우미는 주방으로 가 알아보고 와서는 야크 뒷다리 부위라고 한다. 세상에 뒷다리라니. 이처럼 부드러운 부위가 뒷다리라니.

 

두 번째로 맛본 곳은 혁명국수집에서다. 티베트 전통국수인 툭바는 야크 고기 삶은 육수에 다진 야크 고기를 고명으로 얹어 내놓는다. 약간 질겼지만 풍미는 절묘했다.

 

세 번째로 맛본 곳은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티베트 스테이크하우스에서다. 옥호에서 연상되듯 야크 스테이크가 주메뉴이다. 티베트 식당치고는 상당히 세련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라싸에서 만난 신정민씨 부부와 아이들, 티베트TV 기상캐스터로 활동하는 존귀씨와 그의 초등학교 동창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존귀씨는 남편을 따라 한국에서 2년여 유학생활을 한 덕분에 한국어에 능통했다.

 

야크스테이크가 40원. 툭바 한 그릇에 3원인 걸 감안하면 상당히 고가의 음식이다. 그런데도 접시에는 고기보다 감자와 당근, 브로콜리 같은 채소가 더 많다.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폭리를 취한다는 말도 나올 법 하다. 하지만 티베트에서는 경우가 다르다. 고기보다 귀한 게 채소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칭짱철도가 개통되어 채소 같은 물류가 많이 유입되고 있지만, 그 전까지는 없는 사람은 고기를 먹고 있는 사람들은 채소를 먹었다고 한다.

 

고기를 썰어서 한 점 먹었다. 우리에겐 생소한 야크 고기라고 해서 크게 특별한 맛은 없다. 미디엄보다 더 익혀서인지 그리 질긴 편도 아니었다. 하지만 고원에서 동충하초를 먹고 산다니 약간은 신비한 느낌이 든다. 씹고 나서 우유 냄새가 느껴졌다. 누린내일 수도 있겠지만 그 향이 여운으로 남는다. 일상생활을 하다가 문득 티베트가 생각나면, 야크 스테이크에 라싸 맥주를 곁들였던 그 시간이 떠오를지도.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야크, #티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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