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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일원으로 103일간동안 한강과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을 도보로 순례한 수경 스님(화계사 주지)이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고언'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주>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며 지난2월 전국 국토순례에 나섰던 종교인 생명평화 순례단이 20일 서울에 입성, 한강을 따라 걷고 있다.

걸었습니다. 100일 하고도 사흘 동안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을 따라 걸었습니다. 걷고 나서 보니, '103일'이라는 숫자도 '4대 강'이라는 이름도 별 의미가 없더군요. 중요한 건 '한 걸음, 한 걸음'이었습니다. 왼발에 전존재를 던지고 다시 오른발에 온몸 온 마음을 싣는 일, 그것은 곧 호흡이었습니다.

 

호흡이 무엇인가요. 숨 쉬는 일이지요. 날숨은 들숨에 모든 것을 던지고, 들숨은 고스란히 날숨을 받아 안습니다. 들숨과 날숨, 이 둘 사이에 목숨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찰나지요. 살아 있는 모든 것의 명이 그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단순한 진실'을 잊고 삽니다.

 

아직 절망할 수 없는 까닭은...

 

땅과 강. 자연의 거대한 호흡입니다. 이로 말미암아 하늘 아래서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목숨을 부지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땅과 강은 너무 고통스런 호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찰나의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거친 호흡 때문입니다. 좀 더 빨리 많이 쓰고 버리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늪에 너무 깊숙이 빠져 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고마운 건, 아직 절망할 수 없는 건, 땅과 강의 눈물겹도록 치열한 자정 노력과 심산유곡의 샘물과 여울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나는 낙동강 가의 한 성당에서 성모 마리아상을 부여잡고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던 그날 빗물을 핑계삼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렇게 울었습니다. 그러나 내 눈물은 강의 시름을 달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그래서 또 속울음을 삼켜야만 했습니다.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계획은 물류에서 관광, 지역개발, 뱃길 복원에 이어 치수와 물 관리로 변신을 거듭하여 4대강 살리기로 이름을 바꿔달았습니다.

 

환영할 일입니다. 당연히 강을 살려야지요. 철저한 폐수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샛강을 정비하고 강변의 콘크리트를 걷어내어 생태계 복원해야지요. 이것이 강 살리기의 본질입니다. 둑을 높이고 무릎 높이로 흐르는 바위로 된 강바닥을 발파하여 깊게 만드는 일이 아니지요. 결국은 대운하를 파겠다는 얘깁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먼저 대운하 계획을 백지화하고 진정한 강 살리기에 나서야지요. 당연히 우리 모두는 그 일에 신명을 바칠 것입니다.

 

대운하에 대한 진실 게임은 이제 그만 둬야 합니다. 여기서 재론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미 나와 있는 찬반 논리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맑은 눈으로 살피기만 하면 됩니다.

 

 한반도대운하 백지화를 위해 '종교인 생명평화 100일 도보순례단'이 1일 오전 부산 을숙도 낙동강 하구둑을 따라 걷고 있다.

삶의 '단순한 진실' 앞에 정직해야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0이 채 안된다지요. 저나 이명박 대통령이나 얼추 살만큼 살았습니다. 더 이상 욕심낼 나이가 아니지요. 설사 이명박 대통령의 강 살리기 뜻이 100% 말 그대로라 해도 임기 안에 업적을 남기려고 과욕을 부릴 일은 아닙니다. 찰나의 인생이라는 '단순한 진실' 앞에서 좀 겸허해졌으면 합니다.

 

"권력의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은 원리원칙이지 결코 한 개인이나 개인의 기질이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도 자주 망각한다. 인간이 쟁취해 낸 자유 의지, 발전, 행복은 인간 본성에 따른 것이지, 어느 개인의 생각이 구현돼서 나타난 것이 아니다."

 

프랑스 시인 르네 샤르(1907~1988)의 말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저항운동의 지도자로 활약한 사람이지요. 지금 이 순간 이명박 대통령께 꼭 들려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강을 따라 걷다가 만난 뵌 한 할아버지는 "제발 대운하 계획을 말려 달라"고 간곡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게 땅과 강의 은덕을 아는 사람의 마음입니다. 이 분이야말로 전문가지요.  '단순한 진실'에 충실한 농부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농부의 아들이 대를 이어 농사를 지으려 해도, 도회지에 살던 사람이 시골로 돌아가 농사를 지으려 해도 땅값이 비싸서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이런 현실을 그냥 놔두고 농촌 살리기를 하겠답니다.

 

썩어가는 것은 갯벌만이 아니다

 

그러면서 질 좋고 값싼 쇠고기에, 해외 식량 기지 운운합니다. 농사지을 땅을 만든다는 구실로 새만금을 가두고는 이제 농지 비율을 30%대로 낮췄습니다. 산업용지와 레저 관광시설을 만들어 중국인들을 불러 모으겠답니다. 새만금은 국가 차원은 물론 지역 사회에도 골칫덩어리로 전락했습니다.

 

생명의 강 순례 길에 새만금을 찾았습니다. 썩어가는 것은 갯벌만이 아니었습니다. 평생을 바다에 의탁했던 사람들의 삶도 함께 시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원망이 아닌 차원에서 '노무현의 실책'을 다시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새만금 반대를 공약으로 걸었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돌변했습니다. 개발과 지역주의의 유혹을 견디지 못한 탓도 있었겠지만, 결정적 이유는 '정말 막으면 바다가 죽을까? 설사 그렇더라도 먼 훗날의 일이겠지' 하는 회의가 갯벌을 살려야겠다는 신념을 압도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우를 반면교사 삼아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얼마나 더 울어야 대운하 같은 파괴적 개발 논리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요. 온 나라 사람이 대성통곡을 하여 새만금을 가득 채울 만큼 눈물을 흘려도 다시 새만금을 살려 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단순한 진실' 앞에 솔직해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온 생명이 조화를 이루는 진정한 평화와 행복의 길이 열립니다. 생명과 평화를 추상화된 거대 개념으로 볼 것이 아니라, 내 집의 수도꼭지가 바로 강의 발원지라고 생각하면 비로소 생명과 평화는 호흡할 수 있는 실체로 다가올 것입니다.

 

'단순한 진실'을 망각하면 헛손질, 헛발질

 

 수경 스님.

진솔한 인간으로서의 이명박 대통령을 보고 싶습니다. 쇠고기에 불안해하는 손자 손녀 같은 아이들에게, '그래 이 할아버지가 잘 해 보려 했는데 미처 챙기지 못한 일이 있었구나. 정말 미안하다. 우리 머리를 맞대고 차분하게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구나'라고 말할 수는 없는지요.

 

88만원 세대로 자조하는 20대들에게, '대통령이기 전에 앞서 살아온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미안하구나. 이제 경제 전문가인 내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88만원으로도 행복한 세상을 한번 만들어 보자구나. 세계 어느 나라의 젊은이보다 똑똑하고 열정적인 너희들이 나를 좀 도와주지 않을래'라고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보고 싶습니다.

 

한 번에 두 걸음을 걸을 수는 없습니다. 100살을 산다 해도 들숨 날숨 사이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 '단순한 진실'을 망각하면 헛손질, 헛발질을 하게 됩니다. 진정 행복해지려면 단순한 진실 앞에 정직해야 합니다.

 

끝으로, 엄마 등에 업혀온 아이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함께 강을 걸어온 모든 분들께 큰절 올립니다. '고맙습니다'는 말로는 저의 마음을 담아내지 못하겠습니다. 그리고 함께 가는 길을 장엄해 준 운문사, 동학사, 중앙승가대의 학인 여러분은 함께 도를 구하는 벗으로서 저에게 큰 자랑이 되어주었습니다.

 

송광사, 백양사, 대흥사, 화엄사, 금산사, 선운사, 수덕사, 법주사 그리고 화계사 대중 등 다 거명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절집의 도반들에게도 이 지면을 통해서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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