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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국가보안법 사수, 한미동맹.

 

군복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타자와 나를 구분하는 유니폼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바로 군복인데, 군복은 적군과 아군을 철저히 구분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한민국 남자라면 '적어도' 2년 동안 군복을 입어야 하는데 군복이 정치적인 아이콘으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보수 가치를 사수해 온 나이든 군복

 

2004년 5월 24일 서울 남부지방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 3명에 대해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하던 날 오후 서울 남부지법앞에서 집회가 열렸다. 법원의 판결을 규탄하는 재향군인회의 집회였다. 그들은 "국가안보 위태롭게 하는 법원의 판결에 650만 향군 통곡한다"라든가 "사이비 판사 각성하라"와 같은 피켓을 들고 규탄 집회를 벌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재향군인회는 2004년 국가보안법 논의가 한창 뜨거웠을 때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면 시청앞 광장은 인공기로 뒤덮이고 친북·좌경 세력에게 이 나라를 넘겨주게 될 것"이라며 국가보안법을 적극 옹호했을 뿐만 아니라 '의문사진상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하는 등 사회 여론과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왔다.

 

평택 시민들의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에 대해서는 폭력 시위를 벌인다는 이유로 이들을 강경진압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군복이 우리 사회에 드러낸 이미지는 고착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군복의 새로운 이미지가 2008년 대한민국에 찾아왔다.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밤샘시위가 벌어지는 31일 새벽 서울시청앞 도로에서 예비군복을 입은 수십명이 스크럼을 짜고 경찰의 진압에 대비하고 있다.

2008년, 군복과 애국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다

 

이어폰을 끼고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젊은 군복이 2008년 광화문 촛불문화제의 한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촛불문화제와 거리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띠를 만들거나 스크럼을 짰다. 이로써 예비군들은 유모차 부대와 함께 스타로 떠올랐다.

 

그들은 왜 군복을 입었을까? 먼저 군복을 입은 장정들은 같은 장정인 경찰에 대적할 수 있는 대표적인 대항마가 될 수 있다. 유니폼은 경찰들에게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뿐만 아니라 그들은 집회를 평화적으로 이끌 수도 있다. 

 

예비군은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의 역할과 시민과 전경을 함께 보호하는 중재자의 역할도 할 수 있다. 군인이란 전역을 해서도 시민들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들은 보여주었다.

 

내가 군복에 감명을 받은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군복이 지닌 국가주의 이미지를 시민의 에너지로 바꿨기 때문이다. 그리고 군인도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시민이라는 당연한 상식도 환기해 주었다. 군대를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지만, 군복이 이렇게 아름다워보인 적은 난생 처음이다.

 

 5월 8일 밤 여의도에서 펼쳐졌던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의 행렬 위로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군복과 함께 해방된 것은 태극기로 상징되는 애국심이다. 태극기가 국가주의에서 진정 해방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뿌듯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반공 사상을 국시로 여겨 국가주의를 세뇌당했던 오랜 기억들이 조금씩 벗겨지고 있다.

 

태극기는 2002년 월드컵에서부터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태극기를 필통이나 책가방에 걸어놓는가 하면 아예 몸에 두르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2008년 청계천, 여의도, 광화문, 시청에서 드디어 '애국'이라는 상징으로 떠올랐다. 국가주의가 개입되지 않았으며, 시민적 에너지가 충만한 '애국'이라는 개념을 우리는 얻은 것이다. 여의도에서 만난 한 학생의 한마디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는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정책에 반대한다. 이것이 나에게는 애국이다."

 

한달 내내 게속된 거리의 학교에서 내가 얻은 소중한 가치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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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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