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부·여당 내에 이른바 '6월 위기론'이 부상하고 있다.

 

촛불시위는 이미 21차례나 진행됐고, 5월에 켜진 촛불이 6월까지 이어지는 형국이다.

 

6월은 보수 진영에게는 악몽 같은 달이다. 올 6월 10일은 6·10 항쟁 21주년이고, 6월 13일은 효순·미선 6주기가 된다. 또 15일은 6·15 남북정상회담 기념일이다.

 

이런 기념일들을 거치면서 촛불 시위가 '횃불 시위'로 폭발할 가능성이 높지만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뾰족한 묘책이 없다. 미국산 쇠고기 파문이 날로 확산되고 민생이 더욱 어려워지는 가운데 6월 들어 거리 시위가 격화되면 이명박 정부가 통치 불능의 위기 상황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 내에서는 "청와대-내각 쇄신론으로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들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지만, 당청 갈등 등을 우려해 어느 누구도 이 문제를 선뜻 공론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30일 여당의 18대 국회 첫 원내대표 임기를 시작한 홍준표 의원은 '암울한 6월의 일정들'이 도심 시위를 한층 심각한 상황으로 몰고 갈 가능성을 제기했다.

 

6월항쟁 21주년인 10일,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효순·미선 6주기(13일), 6·15 남북공동선언(15일) 등의 기념일은 하나같이 '반미'라는 코드와 연결된다는 게 홍 원내대표의 진단이다.

 

홍 원내대표는 "쇠고기 반대 시위가 초반에는 자발적인 참여자가 대부분이었는데, 그 이후에는 민주노총과 정치세력이 가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 문제가 자칫 반미시위로 치닫게 되면 한미관계 복원이 일거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등 '좌파 정치집단'이 실제로 이런 시나리오에 따라 정국을 위기 상황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이 쇠고기 고시를 미루지 않고 강행 발표한 배경에 내달 10일 6월항쟁 기념일 이전에 쇠고기 파문을 진정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에서는 서울 강동구청장 등 9곳의 기초단체장을 다시 뽑는 6·4 재보선이 6월 민심을 가르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윤석용 의원(강동을)은 "지역에서는 구청장의 잦은 중도사퇴가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데, 여기에 쇠고기 고시가 기름을 끼얹었다"며 "건강 문제에 민감한 국민들로서는 정부의 대응에 뿔따구가 나있는데, 지금처럼 시위가 계속되면 선거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쇠고기 파문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시위를 엄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어도 한나라당 내에서는 쏙 들어갔다.

 

김정권 원내부대표는 "당에서는 이미 '시위 사태를 처벌 중심으로 해결하면 안 되고, 강경 진압도 안 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일부 당직자들이 "이명박 정부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려는 좌파세력의 집요한 공격이 주효했다"는 볼멘 소리가 없지 않지만, 이런 얘기를 '소신껏'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청와대도 민정·정무수석실을 중심으로 농림수산식품부의 쇠고기 고시 발표 이후 거리시위 상황을 점검하는 등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쇠고기 반대 여론의 확산 등으로 시국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당초 예정된 지방행사 참석을 취소하고 쇠고기 및 고유가 대응방안에 대한 현안 보고를 받았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오전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어제 발표된 장관고시에서 보완할 점이 있다면 더 보완하겠다"고 말했지만 딱히 무엇을 할지는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단 한나라당은 내달 2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 차원의 시국 수습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시위대가 이미 거리를 휩쓸고 있는데 당이 너무 태평한 게 아니냐?"는 비판론이 팽배하다.

 

여당이 원내 과반수를 장악한 18대 국회가 출범했음에도 정국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사람도 많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17대 국회는 열린우리당이 탄핵 역풍이라는 상승세를 업고 152석으로 시작한 데 반해 18대 국회는 200석까지 내다봤던 한나라당이 153석으로 목표치가 줄어든 상황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18대국회 첫날 열린 여당의 주요당직자회의도 한 시간 넘게 각종 현안들을 논의했지만, 난국을 타개할 '묘수'를 찾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일부 의원들은 "청와대에 다시 한 번 인적쇄신을 건의해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당청간의 불협화음만 확인할 뿐이라는 '무용론'에 막힌 실정이다.

 

서울의 한 초선의원은 "이 대통령이 여의도의 정치인들 믿지 못한다며 교수와 사업가들을 잔뜩 데려다가 장·차관 시켰는데 국정을 이 모양으로 만들지 않았냐"며 "꿀꿀한 분위기를 바꾸려면 대통령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청와대와 내각의 주요포스트에 정치인이 들어가야 책임정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미국 쇠고기 수입 후폭풍]

'촛불생중계' 인기폭발... '자발적 시청료' 닷새만에 5000만원

[촛불문화제] 고시 강행에 뿔난 5만 시민들 "이명박 아웃!"

"디지털 게릴라들, <조중동>의 가면 벗겼다"

[동영상] 촛불집회 '가마솥 할아버지' 킹왕짱!

#5505... 엄지손가락으로 '촛불' 쏘아주세요

[특별면] 미국쇠고기와 광우병 논란 기사 모음


태그:#홍준표, #한나라당, #6월항쟁, #촛불문화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