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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배재대학교 우남관 앞에 다시 세워진 우남 이승만 초대 대통령 동상. 배재대는 내달 5일 동상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다. 사진은 오마이뉴스 독자가 30일 현장을 휴대폰으로 찍어 보내온 것이다.
 대전 배재대학교 우남관 앞에 다시 세워진 우남 이승만 초대 대통령 동상. 배재대는 내달 5일 동상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다. 사진은 오마이뉴스 독자가 30일 현장을 휴대폰으로 찍어 보내온 것이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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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대와 배재총동창회가 대학 교정에 이승만 동상을 세우기로 했다는 <오마이뉴스> 보도(5월 21일자 '대한민국 건국60주년'이라서 이승만 동상 세운다?)와 관련해 이 대학 졸업생들이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배재민주동문회 소속 203명은 30일 오전 발표한 성명을 통해 "학교당국과 총동창회가 1987년 자진 철거한 이승만 동상을 다시 세우기로 한 것은 오만과 독선의 반복"이라며 "동상을 세우기 앞서 졸업생을 비롯해 재학생들과 먼저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학교정에 세운 이승만 동상은 학교당국과 총동창회의 일방적인 건립으로 두 번이나 철거당했다"며 "또 다시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 당국이 동상을 자진 철거했던 때와 지금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며 "있다면 일부 언론의 이승만에게 역사의 제자리를 찾아주어야 한다는 일방적 주장과 궤변"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학교 당국과 총동창회에 대해서는 "'동상 모시기' 추진계획을 전면 백지화할 것과 학교구성원의 충분한 논의"를, 재학생에게는 "학교 측의 일방적 동상 건립을 묵인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동상 재건립을 강행할 경우 합당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대학 민주동문회에 이어 충남대 민주동문회 등 대전지역 유관단체들도 이승만 동상 재건립에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공동행동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배재대학교와 배재총동창회는 대한민국 건국 60년 기념사업으로 내달 5일 오전 11시 배재대 우남관 앞에서 배재학당에 몸담았던 우남 이승만 동상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다.

각 대학의 민주동문회는 4·19혁명, 6월 민주항쟁의 뜻을 계승해 모교와 사회발전에 이바지 하자는 목적에서 만든 졸업생들의 모임으로 배재민주동문회의 경우 200여명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승만 동상 재건립에 따른 배재민주동문회 입장
이승만 동상이 들어선 배재대학교내 우남관. '우남관'은 우남(雩南)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호를 따 붙인 것이다.
 이승만 동상이 들어선 배재대학교내 우남관. '우남관'은 우남(雩南)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호를 따 붙인 것이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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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대학교가 이승만 살리기에 나섰다. 최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배재대학교와 배재총동창회는 내달 5일 대한민국 건국 60년을 맞아 이승만의 호를 딴 우남관 건물 앞에 이승만 동상을 세우기로 했다.

배재대 교정에 이승만 동상이 처음 세워졌던 때는 80년대 중반이다. 배재대와 총동창회측은 민주화 열기가 봄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던 때에 대학교정에 일방적으로 이승만 동상을 세웠다.

이승만 동상이 쓰러진 때는 87년 6월항쟁 과정에서다. 당시 재학생들은 이승만이 친일파를 등용하고 반민특위를 해산시켜 민족정기를 어지럽히고 부정선거를 획책하다 4.19혁명에 의해 권좌에서 쫓겨난 독재자라며 그의 동상을 쓰러뜨렸다. 이 과정에서 많은 재학생들이 학교기물을 무단훼손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이승만 동상이 다시 세워진 것은 90년대 초다. 대학측은 훼손된 동상을 보수해 다시 세워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하지만 동상은 자고 일어나면 페인트를 뒤집어 썼는가하면 날계란에 얼룩이 지기 일쑤였다.

학생들은 스스로 강의실에서 배운 이승만에 대한 앎과 동상이라는 현실의 괴리를 '직접행동'으로 바로잡고자 꾀한 것이다. 학교측도 결국 이승만 동상을 스스로 끌어 내려 원래 있어야 할 건물 지하창고로 자리를 옮겨야했다.   

따라서 학교당국과 총동창회가 동상을 다시 세우기위해서는 졸업생을 비롯 재학생 등 학교구성원들과 의 충분한 논의가 선행됐어야만 한다. 하지만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또다시 '어느 날 갑자기'식의 동상세우기를 결정했다.

더우기 학교당국이 동상을 자진철거했던 1997년과 달라진 상황은 아무 것도 없다. 있다면 일부 언론의 "그가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너스레와 "그에게 역사의 제자리를 찾아주어야 한다"는 일방적 주장과 괘변뿐이다.

우리는 학교당국과 총동창회가 일방적 '동상 모시기'라는 오만과 독단으로 숱한 파행을 경험하고서도 이를 반성하지 않고 똑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같은 이유로 학교당국과 총동창회는 더 이상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의 '직접행동'을 유발하지 말고 '동상 모시기' 추진계획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촉구한다. 나아가 '이승만 동상'이 대학교정에 있어야만 하는 학교 구성원의 충분한 논의를 요구한다.

재학생들도 학교당국의 일방적 동상 건립을 묵인해서는 안된다. 민족정기를 바로세우고자 이승만 정권에 맞섰던 또 다른 배재 선배들이 있고, 진리탐구의 공간에서 이에 반하는 행태가 더 이상 묵인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승만 동상 세우기를 강행할 경우 합당한 행동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한다.

                                                            2008년 5월 30일
                                           배재대학교 민주동문회 일동 (203명)


태그:#이승만, #배재대학교, #민주동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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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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