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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민과 학생들이 28일 밤 서울 청계광장에서 장관고시 연기와 재협상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민과 학생들이 28일 밤 서울 청계광장에서 장관고시 연기와 재협상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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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광우병 등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국민 우려를 씻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 검역뿐 아니라 국내 한우에 대한 광우병 관리․예방 시스템도 대폭 강화한다."

28일, 정부가 한 말이다. 이어 주요 방침과 계획으로 아래와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 소 도축 과정에서 '앉은뱅이 소'(기립불능소, downer)나 과민반응을 보이는 비(非)정상 소의 도축을 전면 금지.
- 교차오염을 허용하던 사료체계를 오는 9~10월부터는 어분(생선)을 제외한 모든 동물성 단백질은 소 등 반추동물의 사료로 사용될 수 없도록 금지.
- OIE(국제수역사무국)로부터 미국보다 낮은 단계인 '광우병 위험을 판단할 수 없는(undetermined)'로 분류된 우리나라의 위상을 '무시할 만한(negligible) 위험', '통제된(controlled) 위험' 등의 등급 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

정부가 처음으로 미국보다 못한 우리의 광우병 관리 체계를 시인한 셈이다. 정부의 대책을 뒤집어 해석하면 우리의 광우병 관리시스템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현재까지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 이런 상태에서 미국산 쇠고기도 월령 구분 없이 그대로 들여온다는 것이다. 오늘(29일) 정운천 농림부장관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고시했다..

OIE? 미국? 둘 다 아니다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국민들은 답답해 했다. 일본이나 유럽은 OIE(국제수역사무국)나 미국보다 훨씬 엄격한 교역 조건인데, 왜 우리나라는 OIE(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이나 미국의 위생조건에 연연해 하는지.

근원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광우병 예방 시스템에서 원죄를 찾을 수 있다. 정부는 국내외적으로 공인 받아야 하는 광우병 위생조건을 충족하지 않고 있었다. 정부의 광우병 대책 과정을 점검해 보자.

우리나라는 OIE 규정에 따르면, 2005년 이전에는 5개 등급 중 2등급인 '자생적 발생이 보고된 적이 없는 잠정적 광우병 비발생국가'였다.(미국은 3등급인 '자생적 발생이 1건 이상 보고된 잠정적 비발생국') 정부는 이 지위를 멋대로 해석해 '광우병 청정국'이라고 자랑했다.(실제 당시 OIE규정에서는 '청정국가로 인정받는 비발생국'을 1등급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우리 정부의 이른바 '광우병 청정국'이란 주장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나온 듯 하다.

 2006년 국회토론회 자료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에 안전하지 않은 이유'(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요약
 2006년 국회토론회 자료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에 안전하지 않은 이유'(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요약
ⓒ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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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2003년 한 해 동안 검사대상을 전수 조사 한 반면, 한 해 사육두수가 190만두인 우리는 1996~2003년 무려 8년 동안 누적 검사한 두수가 고작 6354두였다. 미국의 경우, 소  사육 규모가 약 1억 두에 육박함에도 4년간 누적해서 82만3333두만 검사했다. 우리나라는 도축 두수의 1% 검사에도 못 미치는 미국보다도 비교할 수 없는 정도만 검사를 하고 끝낸  것이다.

그러나 당시 OIE 검사 기준은 ▲30개월령 이상의 소를 ▲100만두 사육하는 국가에서 ▲매년 최소 99두를 검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검사 두수 수치는 OIE의 기준보다 8배나 높은 실적이었다.(신동아 2007 '인간 광우병, 국산 쇠고기도 안전지대 아니다' 참조)

당시 OIE 기준 자체가 얼마나 허술하기 짝이 없었는지 나타내는 단면이다. 

이후 2005년, 미국 농무부 소속 공무원인 알렉스 티에르만(Alex Tiermann)이 광우병과 관련한 기준을 정하는 전문위원회의 위원장이 되면서 OIE 등급체계는 5개 등급에서 3개 등급으로 바뀌었다. 한국과 미국은 모두 3등급인 '미결정 위험국'으로 조정됐다.

일본이나 유럽은 2005년 이전부터 줄기차게 OIE 규정만으로는 광우병을 통제하기 어렵다며 OIE 보다 더 강력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이전 기사 참조) 미국은 일본과 유럽이 허술하다고 지적하는 OIE 규정에 맞추기 위해, 또는 OIE 규정을 미국 실정에 맞추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성과(?)를 얻어냈다. 2007년 5월 OIE 총회 때 미국은 기존 3등급에서 2등급(통제된 위험국)으로 상향조정된 것.

그러나 우리나라는 OIE의 허술한 규정조차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OIE에 등급상향 심사를 요청했으나 보완요청을 받았다. 우리나라가 2등급인 미국보다 한 단계 낮은 '미결정 위험국(3등급)'인 이유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2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작년부터 등급 심사를 준비해 준비 기간이 짧았다"며 "고위험군 소에 대한 검사 수를 늘리고 자료를 보완해 올해 말 다시 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 나라가 OIE 광우병 위험등급에서 3등급임을 보도한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한국은 미국보다 위생조건이 열악하니 미국의 위생조건을 따라야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과연 미국이나 OIE기준이었을까.
 우리 나라가 OIE 광우병 위험등급에서 3등급임을 보도한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한국은 미국보다 위생조건이 열악하니 미국의 위생조건을 따라야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과연 미국이나 OIE기준이었을까.
ⓒ 조선일보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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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이 상향된 미국은 통상교섭 재개를 요청했고, 거부할 수 없었다. 자국의 위생 조건은 대외 통상에서 시금석이 되기 때문에 변변한 기준초자 없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OIE기준에 의거해야 했다. OIE 가입국가로서 그 기준에 의해 우리보다 높은 미국의 위생조건을 따르라는 압력에 몰린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한미 FTA 체결에 목매서 사실상 검역주권을 포기하는 졸속 타결을 감행한 데 이어 범국민적인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고시를 강행하겠다고 서두르고 있다.

최근 정부와 보수언론들은 '미국과 동일한 수준의 위생조건이면 안심'이란 쪽으로 여론을 몰고 가고 있다(2008.5.28일자 <중앙일보> "미국인이 먹는 똑같은 쇠고기 수입... 위험 과장 가슴 아파") 그리고 우리의 위생조건을 엉망으로 만들고 통상에서 저지른 책임에서 슬며시 발을 빼려하고 있다.

한미 쇠고기 협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는 재협상을 재개해야 한다. ▲민․관합동 광우병연구소 신설(국립기관이되면 정부의 통제를 받아 정보를 왜곡할 위험이 높다) ▲일본과 같은 수준의 전수검사 ▲소에게 동물성사료 완전 금지 ▲소이력추적제 실시 ▲식육판매점과 음식점에 원산지 및 품종 표시제 실시 등이 완비된 후에 미국과 통상을 재개해야 한다.

 28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던 시민, 학생들이 경찰의 봉쇄를 피해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동대문 부근에서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28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던 시민, 학생들이 경찰의 봉쇄를 피해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동대문 부근에서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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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없는 과학이 만든 유령, 광우병

과학이냐, 괴담이냐. 치열한 논쟁의 목적은 각자가 과학적임을 주장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과학이 과연 진실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

'소고기를 보다 빨리, 보다 많이, 보다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렇게 시작된 초식동물의 동물성사료 연구는 같은 동료의 초식동물에게 자기 동료의 뇌·몸통·뼈·내장을 갈아서 먹이기에 이르렀다. 폐기될 축산 부산물을 재활용하니 환경오염도 줄이고 값비싼 사료 값도 절감하고 속성으로 성장시키니 얼마나 좋은 방법인가. 초식동물에게 급여될 동물성사료의 생산 과정은 각 단계마다 철저하게 '과학적'이었다.

만약 광우병 발생 전에 초식동물에게 지급하는 동물성 사료가 자연을 거스른 행위라고 누군가 반기를 들었다면 당시 과학자들이나 축산 농가·기업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아마 과학적 근거를 대라며 콧방귀 뀌었을 것이다.

지금도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에 대한 과학적 규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그 결과나 해석이 인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이하다. 그래서 광우병 위생조건도 각국마다 다르다. 이성이나 정보는 인간의 이해관계에 의해 얼마든지 흑백의 관점을 바꿀 수 있다. 우리 관료가 6개월 전 주장하던 내용을 새 정부 들어 손바닥 뒤집듯 하지 않았던가.

이것이 바로 과학이다. 엄밀히 따지면 광우병은 과학이 만든 괴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이 객관적 진실을 제공할 것 같지만 과학은 스스로 과학을 연구할 수 없다. 인간이 과학을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이해득실에 의해 만들어진 과학을 객관적 진리라고 맹신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바로 '각성'이다. 각성 없는 과학이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 사례는 굳이 들추지 않겠다.

각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이성이나 정보가 아니다. 바로 양심이다. 양심은 인간 하나하나의 내면에 켜진 등불이다. 우리가 '인간이 소외된 애국', '현실이 빠진 치밀한 이론', '피가 흐르지 않는 과학'에 빠지기 쉬운 까닭이 바로 양심의 등불이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새로 출몰한 전염성 질병 광우병. 어떤 대자연의 의식(意識)이 신물질 프리온을 출현시켰을까. 인간의 뇌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공포는 무엇을 전하기 위함인가. 무참히 자연을 파괴해서 이룬 풍요에 열광하고 풍요의 대열에 끼지 못해 안달하던 장본인이 누구였던가. 탐욕의 책임은 누구인가. 우리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소의 병이 인간 광우병으로 전이되고 광록병으로 전파되어 온 그 일련의 과정은 각성되지 못한 과학을 향한 일종에 자연의 경고다. 이 상념(想念)이 신물질 프리온을 만들었다.

정부가 정부의 생각대로만 가려고 한다면, 더 큰 재앙을 피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소개 : 르포작가. 한국불교신문 기획팀장. 건국대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축산물등급판정소에 입사하여 13년간 식육의 품질 등급판정 현장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태그:#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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