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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에 설치되어 있는 복사기 복사를 하고 나서 무심코 버린 이면지. 2시간 동안 주웠더니 197장이나 되었습니다.
▲ 대학 내에 설치되어 있는 복사기 복사를 하고 나서 무심코 버린 이면지. 2시간 동안 주웠더니 197장이나 되었습니다.
ⓒ 민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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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9일)은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가지고 있던 종이를 다 써버렸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자료실에 굴러다니던 이면지 몇 장을 주워서 썼습니다. 한 눈에 봐도 새 것 같이 멀쩡한 종이들이었습니다. 버리기엔 너무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복사기 주변에 널브러져있는 이면지들을 줍기 시작했습니다.

10분 정도 복사기 다섯 개 주위와 쓰레기통을 순회하고 나니 이미 제 손엔 두둑한 종이더미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겨우 10분 주웠을 뿐인데 이렇게나 많이 모이다니!' 저는 '학생들이 이면지를 얼마나 버리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이면지를 줍기 시작했습니다.

더운 날씨에 2시간 동안 땀을 뻘뻘흘리며 구석구석 돌아다녔습니다. 2시간 동안 쓰레기통과 강의실 바닥을 싹쓸어 모은 이면지는 총 197 장.  A4용지 오천장이 3만원도 채 안된다고 하니 제가 모은 이면지의 가격을 따진다면 별 볼일 없겠지요. 하지만 이 멀쩡한 종이를 무심코 버리기는 어째 찜찜합니다. 197장이면 책 한권도 써 낼 테니 말입니다.

이면지는 자원이 아니라 쓰레기다?

이면지함 쓰레기통으로 변해버린 이면지함. 이면지를 함부로 취급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 이면지함 쓰레기통으로 변해버린 이면지함. 이면지를 함부로 취급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 민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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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이면지로 짧은 레포트를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면지로 레포트를 쓴 제 태도가 정성이 부족하다고 하셨습니다. 이면지로 과제를 작성하면 예의에 어긋난다는 말씀 이었습니다. 이면지를 재활용한 제 모습이 교수님 눈에는 궁상맞게 비추어졌나 봅니다.

사실 새 것,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이면지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 친구인 혜진이(22·건국대 재학)는 "사람들이 새 것만을 좋아해서 이면지를 버린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이면지가 천대받다보니 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전과 같지 않습니다. 이면지를 재활용 하고자 설치된 이면지함이 쓰레기통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는 복사기 옆에도 이면지함이 놓여있습니다. '필요한 만큼 가져다 쓰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손을 대지 않습니다. 이면지 상자 안에는 깡통, 다 쓴 볼펜, 코 푼 휴지 따위가 버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턴가 종이를 아끼기 위해 이면지를 가져다 쓰는 것은 궁상맞은 짓이 되어버렸습니다.

복사기 옆에 이면지를 그대로 두고 가는 학생들의 태도는 그들이 그것을 얼마나 쓰레기 취급하는지 보여줍니다. 오늘 제가 이면지를 줍는 동안 한 남학생이 옆에서 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복사를 마친 후 잘못 복사된 용지를 거들떠도 보지 않고 두고 갔습니다. 그에게 이면지는 챙길 필요도, 쓸모도 없는 쓰레기 따위 였겠지요.

그 남학생과 같은 사람이 어디 한두 사람인가요? 종이가 흔하고 넘쳐나는 세상이다보니 우리는 이면지 따위는 자원 취급도 안합니다. 구겨져있다고 빛이 바랬다고 스테이플러 자국이 남아있다고 천대받는 이면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이면지가 오늘따라 더 꾀죄죄하고 초라해보입니다.

복사기 옆에 버려진 이면지 한 학생이 멀쩡한 이면지를 그대로 복사기에 놔두고 갔습니다. 이렇게 저희학교에서 하루동안 버려지는 이면지는 수백장에 이릅니다.
▲ 복사기 옆에 버려진 이면지 한 학생이 멀쩡한 이면지를 그대로 복사기에 놔두고 갔습니다. 이렇게 저희학교에서 하루동안 버려지는 이면지는 수백장에 이릅니다.
ⓒ 민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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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지함 이면지 함에 놓여있는 이면지. 한 눈에 봐도 구겨지고 지저분한 상태로 버려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연히 학생들은 이면지를 멀리하게 됩니다.
▲ 이면지함 이면지 함에 놓여있는 이면지. 한 눈에 봐도 구겨지고 지저분한 상태로 버려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연히 학생들은 이면지를 멀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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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을 뒤져 모은 197장의 이면지로 공책을 만들다

ⓒ 민지현

사실 모으는 것이 귀찮다는 이유로 이면지를 버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면지를 모으는 것이 번거롭다면 공책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요? 모아둔 이면지와 펀치, 리본만 있다면 공책을 만들 수 있답니다. 이면지에 펀치로 구멍을 뚫고 리본만 묶어주면 멋진 나만의 공책이 완성됩니다.

저는 오늘 197장의 이면지로 5권의 공책을 손수 만들었답니다. 2시간 동안 땀 흘려 모은 이면지로 만든 공책이라 그런지 제 눈엔 예쁘기만 합니다. 문구점에 진열된 비싸고 깨끗한 공책들보다 이 꼬질꼬질한 이면지 공책에 오늘은 더 정이 갑니다.

이면지 노트를 파는 녹색가게 저희 학교에서는 이면지 재활용 운동의 일환으로 이면지 연습장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 이면지 노트를 파는 녹색가게 저희 학교에서는 이면지 재활용 운동의 일환으로 이면지 연습장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 민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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