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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오후 인민대회당 접대청에서 공동기자회견을 마친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오후 인민대회당 접대청에서 공동기자회견을 마친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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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례적으로 한미동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 기간인 5월 27일, "한미 군사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유물"이라며 "시대가 많이 변하고 동북아 각국의 상황도 크게 변한 만큼 낡은 사고로 세계 또는 각 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다루고 처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미동맹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대외정책의 핵심 목표로 내세우면서 지난 한미정상회담 때 선언한 '한미 전략동맹'에 대한 공개적인 반격을 시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가 대외정책을 전면 재검토하지 않으면, 대중관계의 악화뿐만 아니라, 한국이 급변하는 동북아 질서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지만, 북핵 신고 문제 해결은 초읽기에 들어갔고, 북미관계 정상화와 북한의 핵포기를 맞교환하는 대타협의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북한이 일본인 납치 문제에 보다 진전된 성의를 보임으로써 북일관계 개선도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중 양국, 전략적 충돌하나?

이미 글로벌 파워로 성장한 중국은 한편으로는 러시아 및 인도와의 전략적 관계 강화를 통해, 다른 한편으로는 아시아 중시 외교를 표방하고 있는 후쿠다의 일본과의 화해를 통해 미국 강경파들의 대중국 포위 전략에 파열음을 내고 있다. 또한 핵실험 이후 소원해진 북한과의 관계 강화에도 적극적이다. 러시아 및 북한과의 협력 강화가 한미일 삼각동맹의 출현에 대비한 '맞균형 전략'이라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핵심인 미일동맹이 자신을 겨냥하려는 것에 '김빼기'를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등장한 이명박 정부는 한미 전략동맹을 추진하는 한편, 중국도 적극 지지하고 협력했던 남북화해협력정책에서 이탈하고 한미일 삼각협력체제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대중국 포위 전략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핵심적인 대외정책의 목표로 삼아온 중국에 정면으로 도전하려 한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한미동맹을 문제삼고 나온 전략적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견제와 함께 친강 대변인이 동북아 다자간 안보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중국은 한국과 안보 이익을 공유하고 있고 협력할 의사가 있다면서 상호 신뢰와 공동 안보에 기초한 협력을 증진하는 것이 지역의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장차 6자회담이 동북아 안보체제로 발전해야 한다며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이 한미동맹에 대한 비판 직후 강조한 동북아 안보체제의 필요성은 이명박 정부의 대외 전략과 근본적인 긴장관계에 있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을 전략동맹으로 강화하면서 동북아 안보체제 구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이 두 가지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명박-후진타오 정상회담에서 선언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는 정치적 수사의 이면에 한중 양국 사이에 전략적 갈등이 내재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 전략동맹은 중국 겨냥?

그렇다면 중국은 왜 한미동맹에 강한 견제구를 던진 것일까? 필자가 작년에 워싱턴에서 만난 중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이 중국을 위협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한국은 중국과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와 안보에서도 공유할 수 있는 이익과 비전에 많기 때문에 한국이 현명한 선택을 할 것으로 믿는다"는 말을 이구동성으로 했었다.

노무현 정부 때 한미동맹 재편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앞으로 한국이 적절한 조정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기대는 불만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불만에는 그럴 말한 이유가 있다. 한미 전략동맹이 바로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중순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가 건설적이 될 수도 있고, 파괴적이 될 수도 있다며, "중국 문제가 한미 양국이 건설적인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21세기 동맹관계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21세기 한미관계를 '전략동맹'으로 격상하는 것을 추진한 핵심적인 이유가 중국에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4월 19일(현지시각) 캠프 데이비드에서 첫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을 '전통적 우호관계'에서 '21세기 전략동맹'으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4월 19일(현지시각) 캠프 데이비드에서 첫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을 '전통적 우호관계'에서 '21세기 전략동맹'으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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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중국견제론'은 미국측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전직 고위 관료들과 한반도 전문가들로 구성된 '새로운 시작 모임(New Beginning Group)'은 지난 2월 중순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비롯한 외교안보 참모들 면담하고 한미동맹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외교안보 참모들이 "중국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피력하면서 한미동맹의 강화와 주한미군의 주둔을 통해 중국을 견제할 필요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한미 전략동맹의 이면에는 이명박-부시 사이에 중국에 대한 견제 심리가 강하게 깔려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중국은 노무현 정부 때에도 한미동맹에 대한 견제 심리를 내비친 바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논란이 거셌던 2006년 3월 닝푸쿠이 주한 중국대사는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것은 한국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계속 쌍무적인 틀 안에서 행동하면 우리는 이해할 수 있지만, 만약 제3국을 대상으로 하여 행동하게 되면 우리는 관심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부시가 선언한 한미 전략동맹이 이러한 모호성을 거둬내고 한미동맹이 본격적으로 중국을 겨냥하려 한다는 판단이 서자, 공개적으로 이를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한미동맹!

출범 100일도 되기 전에 이명박 정부의 대외 정책은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이를 포함한 한미 전략동맹을 위해 검역주권까지 포기한 쇠고기 수입 협상은 한미관계의 전략동맹화를 가로막는 자충수가 되고 있다. 과거보다 미래가 중요하다며 추구한 한일관계 강화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부메랑되어 돌아오고 있다. '북한의 버릇을 고쳐주겠다'며 과거로 후퇴한 대북정책은 남북관계의 경색과 함께 통미봉남을 걱정하는 처지를 자초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는 이제부터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전략동맹을 선언한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7월에 다시 만나 공동성명이나 공동선언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가 전략동맹을 먼저 제안한 처지이기 때문에, 이를 없었던 일로 하거나 그 수위를 크게 낮추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중국은 2차 이명박-부시 회담에 앞서 강한 견제구를 던졌다. 그것도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 한미정상회담에서 전략동맹이 공식 천명된다면, 중국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균형외교에서 이탈해 '떠나는 부시'와 '지는 해 미국'만 바라보다가 한국 외교안보를 칠흑같은 암흑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샌드위치 신세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공동성명의 내용물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북한, 중국, 러시아를 자극하는 '가치동맹', '지역동맹', 전략적 유연성, 미사일방어체제(MD)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 등과 관련된 내용은 가급적 빼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북미·북일관계 정상화,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제 구축 등 6자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중심으로 합의문의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부시 행정부도 동의한 내용이고, 또 부시가 업적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 되새겨야 할 교훈은 바로 과유불급이다. 국내외의 여건과 환경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한미관계의 전략동맹화는 국내외의 반발과 저항에 직면해 있다. 정도를 넘어선 한미동맹 강화 추진이 오히려 한미동맹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태그:#한미동맹, #한중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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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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