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복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린 직후 쓰러지거나 허탈해 하는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고금복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린 직후 쓰러지거나 허탈해 하는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 심재철

 

시민구단의 한계라는 것 말고는 떠오르는 말이 없을 정도로 인천의 경기력은 딱했다. 이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인천 구단의 현주소가 드러나는 것처럼 보였다.

 

가운데 미드필더 김태진(사진 오른쪽)은 공-수 연결을 돕느라 쉴 새 없이 뛰어다닌 바람에 쓰러져서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후반전에 바꿔 들어와 추가 시간에 결정적인 오른발 슛 기회를 날려버린 여승원(사진 가운데)은 그 안타깝던 순간을 잊기 위해 머리를 감싸쥐었다. 마찬가지로 후반전 중반에 들어와 날카로운 찔러주기 실력을 보여준 작은 김선우(사진 왼쪽)도 짧았지만 30분 가까이 느낀 첫 경험의 부담을 드러냈다.

 

장외룡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24일 저녁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08 K-리그 전북과의 11라운드 맞대결을 득점 없이 끝냈다. 이로써 인천은 지난 달 27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라돈치치의 첫 해트트릭 덕분에 이긴 대구와의 시민 구단 맞수 대결(4-2) 이후 단 한 경기도 이겨보지 못한 채 5월 달력을 넘기게 되었다.

 

'아찔한' 유효슛을 보고 싶지만...

 
 붕대 투혼의 전북 골잡이 조재진(오른쪽)이 인천 수비수 이준영의 킥을 막기 위해 달려오고 있다.

붕대 투혼의 전북 골잡이 조재진(오른쪽)이 인천 수비수 이준영의 킥을 막기 위해 달려오고 있다. ⓒ 심재철

 

문학월드컵경기장 바로 옆에는 SK 와이번스가 안방 구장으로 쓰는 야구장 드림 필드가 있다. 마침 이 날은 같은 시각(저녁 5시)에 축구와 야구가 나란히 시작되었다. 일곱 시가 조금 넘어서 동편 출입구로 축구장을 빠져나오니 꼭대기까지 관중이 들어찬 야구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부러웠다. 비겨서 승점 1점이라도 챙기기는 했지만 5월(3무 3패 4득점 7득점, FA컵 기록 제외) 내내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해 어깨가 축 처진 그들의 뒷모습이 아른거려 더 그랬나 보다.

 

그래도 장외룡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보며 위안을 삼고 또 기다리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다. 단순히 골 장면이 보고 싶었다면 경기장까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안방의 TV 앞에서 몇 시간만 더 기다리면 아주 자세한 장면까지 곱씹어 볼 수 있지 않은가?

 

입장료 말고 1000원을 더 내고 사 읽는 매치데이 프로그램 'THE UNITED'에 실린 감독의 'My Life is Soccer' 꼭지가 이번에는 더 눈길을 끈다. 거기서 장외룡 감독은

 

"...매는 단기간에 반짝 바꿀 수 있겠지만 대화는 근본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선수들이 그 열쇠를 쥐게 될 것입니다."

 

라는 말을 했다. 이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도 장감독은 경기력 자체에 대해 몇 가지 아쉬움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선수들을 바라보는 큰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최근 득점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한순간에 나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보완해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37분, 라돈치치의 왼발 돌려차기가 전북의 골문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아쉽게도 이 공은 골문 위를 지나가고 말았다.

37분, 라돈치치의 왼발 돌려차기가 전북의 골문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아쉽게도 이 공은 골문 위를 지나가고 말았다. ⓒ 심재철

 

37분, 인천 골잡이 라돈치치는 왼발을 쭉 내뻗어 골을 노렸다. 그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은 아슬아슬하게 문지기 권순태가 지키는 전북의 골문 위를 살짝 넘어갔다. 이것이 인천 공격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체적으로는 초라했다. 가끔 관중들도 식상하게 느끼는 뻥축구도 나왔다. 하지만 장외룡 감독의 지적처럼 가운데 미드필드에서 공격 플레이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그 중심에 이번 시즌부터 인천의 줄무늬 옷을 입은 김태진이 있었다. 지난 시즌까지 FC 서울에서 빛을 못 본 그는 최근 인천의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라고 할 수 있는 가운데 미드필더로 나서고 있다. 처음에는 앞에서 뛰는 세 명의 공격수와 호흡이 맞지 않아 혼자서 무리한 공격을 시도했지만 지금은 눈에 띌 정도로 달라졌다.

 

비록 제1부심의 깃발(골 라인 아웃)이 올라가 득점이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오른쪽 끝줄에서 박승민에게 밀어줘 전북의 골문을 가른 순간은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희열이었다. 1만 5천이 넘는 인천 팬들이 내지른 환호성은 단 몇 초만에 탄식으로 바뀌고 말아 결과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장면이 되었다.

 

 인천의 가운데 미드필더로 뛴 김영빈이 후반전 오른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인천의 가운데 미드필더로 뛴 김영빈이 후반전 오른발 슛을 시도하고 있다. ⓒ 심재철

 

이제 한 달간의 휴식기를 보내고 다음 달 25일 저녁 부산과의 컵 대회 안방 경기를 준비하게 된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두 가지 소식을 기다리게 되었다. 하나는 이 시기에 충분히 쉴 수 있는 드라간과 보르코 두 외국인 선수의 부상 복귀이며, 나머지 하나는 지난 해 FA컵 전남과의 준결승전에서 남부끄러운 항의를 하다가 징계를 받은 골잡이 방승환의 사면 소식이다. 특히, 방승환 선수의 재심 요청 처리(대한축구협회 상벌위원회) 여부는 인천의 현재 팀 분위기를 단번에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무 3패의 초라한 5월 성적표(정규리그+컵 대회)에다가 FA컵 32강 탈락(5월 21일, 안산 할렐루야에 승부차기 패배) 소식까지 겹쳐버린 인천 팬들은 요즘 울고 싶을 지경이지만 그래도 기다리겠다며 외친다.

 

"할 수 있어, 인천!", "사랑한다, 인천!"

덧붙이는 글 | ※ 2008 K-리그 11라운드 24일 인천 경기 결과

★ 인천 유나이티드 FC 0-0 전북

◎ 인천 선수들
FW : 박재현, 라돈치치, 박승민(58분↔여승원)
MF : 김영빈(65분↔김선우), 노종건, 김태진
DF : 윤원일, 임중용(10분↔이정열), 안현식, 이준영
GK : 송유걸

◎ 전북 선수들
FW : 정경호(54분↔김형범), 조재진, 김한원
MF : 하성민, 이요한, 전광환(84분↔정수종)
DF : 최철순, 강민수, 임유환, 이원재(54분↔이원승)
GK : 권순태

2008.05.25 18:16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08 K-리그 11라운드 24일 인천 경기 결과

★ 인천 유나이티드 FC 0-0 전북

◎ 인천 선수들
FW : 박재현, 라돈치치, 박승민(58분↔여승원)
MF : 김영빈(65분↔김선우), 노종건, 김태진
DF : 윤원일, 임중용(10분↔이정열), 안현식, 이준영
GK : 송유걸

◎ 전북 선수들
FW : 정경호(54분↔김형범), 조재진, 김한원
MF : 하성민, 이요한, 전광환(84분↔정수종)
DF : 최철순, 강민수, 임유환, 이원재(54분↔이원승)
GK : 권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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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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