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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진해점의 미국산 쇠고기 판매장 모습. 롯데마트 진해점의 미국산 쇠고기 판매장 모습.
 시중 할인마트의 미국산 쇠고기 판매장 모습.
ⓒ 오마이뉴스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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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국내) 쇠고기 수입업자들이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자율결의했다."(이명박 대통령)
"우리는 그런 결의를 한 적이 없다. 다만 사업성이 있을지 의문이다."(박창수 수입육협의회장)

무엇이 진실일까.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쇠고기 수입 업자들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자율 결의했다"고 강조했으나 정작 당사자들인 국내 수입육협회 회원사들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율 결의를 한 적도 없으며, 30개월 구분해 수입을 막는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 무역대표부가 반발하면서 한미간 외교마찰까지 불러왔는데 관련 수입업체들까지 공식 부인하면서 청와대가 '부실협상'에 대한 비판여론을 무마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오히려 사태를 더 꼬이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정부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한다고 협정을 맺어놓고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정확한 정보없이 민간 업체 쪽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도 책임 회피라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수입육협회, "자율결의 한적 없다" 공식 부인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최근 쇠고기 파문에 유감을 표명하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최근 쇠고기 파문에 유감을 표명하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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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의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발언이 알려지자, 국내 쇠고기 수입업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이 "쇠고기 수입업자들이 30개월이상 쇠고기는 수입하지 않기로 자율 결의했다"는 말에 대해선, "그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박창수 수입육협의회임시회장은 지난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수입업체들이 30개월이상 미 쇠고기 수입을 하지않겠다고 자율결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어 "대신 사업성으로 따져봤을때, 호주산 등에 비해 30개월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가격면에서 비싸기 때문에 수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견 수입육업체인 H사의 박아무개 사장도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하지 말자고 회원사들이 모여서 결의를 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쪽에서 월령을 구분해서 수입하는 것 자체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혹시 미 쇠고기의 월령과 수입고기의 등급을 헷갈린 것이 아닌가"라며 "미국 도축 시스템에서 30개월 구분은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제거 단계까지이며, 그 이후엔 월령 상관없이 섞여서 고기의 등급이 매겨진다"고 전했다.

수입업체들은 이같은 과정을 거쳐 미 쇠고기의 등급과 갈비 등 국내에서 선호하는 부위 등을 주로 들여온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국내로 들여오는 미국산 쇠고기는 거의 26~28개월짜리"라며 "수입중단 되기 전인 2003년을 놓고 볼때, 소의 뱃살이나 갈비 등이 전체 수입의 90% 이상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0개월이상의 경우는 대부분 햄이나 소시지 등 가공육인데, 가격면에서 호주산이 훨씬 싸기 때문에 사업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신중치 못한 발언으로 오히려 혼란만 가중

물론 일부 쇠고기 수입업자들 사이에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큰 만큼 미국 쪽에서 그에 걸맞는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한다는 분위기도 있다.

또 다른 수입육업체인 M사의 김아무개 사장은 "국민건강이 최우선이라는 것에 대해선 우리들도 마찬가지"라며 "소비자들이 쇠고기에 대한 불신이 큰 만큼 미국 4대 주요 공급업체에 30개월미만 중심으로 도축하도록 요구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 "미국 도축장 큰 곳의 경우 하루에 5000두 정도 도축할 경우, 30개월이상 소는 한마리 정도나 있을지 모른다"면서 "실제로 국내로 이런 쇠고기가 들어올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국민들 불안이 있는 만큼, 이런 부분에 대해 우리쪽도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수입육업체들은 최근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 미국산 쇠고기만을 수입하겠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서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직접 만들어, 해당 업자들에게 발표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의 이같은 모습에 대해 당사자인 미국쪽에선 곧바로 반발했고, 국내에서도 사려깊지 못한 발언으로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그레첸 하멜 대변인은 21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어떤 월령의 쇠고기든 수입하도록 돼 있는 협정문의 내용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한국정부 스스로 30개월이상 쇠고기를 수입하겠다고 해놓고,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스스로 합의문 내용을 뒤집는 듯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표출한 것이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30개월이상 쇠고기를 수입하겠다고 합의를 해놓고, 대통령이 사실상 수입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엇박자를 내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사려깊지 못한 발언으로 국민 불안 뿐 아니라 오히려 혼란만 더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 20일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전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더이상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입을 다물었다.

'수입업체들이 자율결의를 한 적이 없다'는 질문에 대해서, 이 대변인은 "(업체들이 자율결의를) 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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