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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독서추진위원회의 오츠카 이사장은 "아침독서를 열심히 한 학생들은 독해력이 향상돼 시험 문제도 잘 파악하고 학업성적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 "아침독서했더니 학업성적도 향상" 아침독서추진위원회의 오츠카 이사장은 "아침독서를 열심히 한 학생들은 독해력이 향상돼 시험 문제도 잘 파악하고 학업성적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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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대국'이라던 일본도 최근에는 국민들의 '독서 기피와 활자 이탈' 현상으로 고민 중이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영상과 게임 등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매체만 탐닉하면서 범죄율 증가와 학업능력 저하, 집단따돌림 현상 만연 등 심각한 사회 문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인구 10만 명 당 범죄율이 2240건으로, 한국의 1647건을 훨씬 뛰어넘었다. 일본은 더 이상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사회도 '읽기 문화를 활용한 국민들의 정서순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국민들의 '활자 이탈과 책읽기 기피 현상'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일본 사회에 대안을 제시한 게 바로 '아침 독서' 운동이다. 기자는 '아침 독서' 운동을 일본 교육 현장에 도입해 큰 성과를 거뒀고, 지금도 그 전도사를 자처하는 주인공을 만나보지 않을 수 없었다.

시민단체인 '아침독서 추진협의회' 오츠카 에미코(62) 이사장. 첫 인상은 이웃집 아주머니처럼 푸근하면서도 일본 국가대표급 육상선수 출신이란 이색 경력에 걸맞게 여장부 같은 강단 또한 엿보였다.

일본 아침독서추진협의회에서 오츠카 이사장이 펴낸 아침독서 지침서(왼쪽과 가운데 책)와 아침독서 운동 사례집(오른쪽 책).
▲ "아침독서 지침서" 일본 아침독서추진협의회에서 오츠카 이사장이 펴낸 아침독서 지침서(왼쪽과 가운데 책)와 아침독서 운동 사례집(오른쪽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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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카 이사장이 독서 운동을 시작한 것은 그가 교사가 된 해인 지난 70년. 담임을 맡았던 여고 교실 사물함 위에 야한 주간지와 만화가 쌓여 있는 현실을 어떻게든 바꾸고 싶어 이것을 시작했다. 학교 전체의 분위기를 개선하고 싶었지만 선배 교사들의 호응을 받지 못해 먼저 자신이 맡은 학급부터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취직을 하든, 대학 진학을 하든 내신 성적이 좋아야 합니다. 그래서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주 1회 배정되는 홈룸 시간에 독서교육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당시 홈룸 시간은 담임이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오츠카 이사장에게 '독서이론' 같은 특별한 방법이 처음부터 있지는 않았다. 오츠카 이사장은 서점에서 자비로 책 100권을 구입해 교실에 비치했다. 처음에는 책을 낭독해 주었다. 당시 오츠카 이사장이 근무하던 학교는 대학 진학이 목표인 인문계 고교가 아니어서 취업을 앞둔 졸업반 학생들의 이력서에 특기든 취미든 한 줄이라도 더 써넣는 게 필요했다. 그래서 이들에게 '독서 경력'을 적으면 좋을 것이라고 설득하면서 독서수업을 밀고 나갔다.

그런데 일일이 낭독해 주다보니 너무 힘이 들었다. 그 다음에는 책을 낭독한 음성 테이프도 활용했다. 시(詩)와 신문기사를 읽어 주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독서교육을 했다.

"폭발적인 반응이라 저도 놀랐습니다. 학생들 반응이 무척 좋았고 성과도 컸습니다. 우리 반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과 취업률이 독서 교육 이후 월등히 높아졌습니다."

그런 와중에 오츠카 이사장은 동료 교사인 하야시 선생이 고안한 '아침 독서'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아침 독서'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등교하자마자 교사와 함께 약 10분 가량의 시간을 정해 책을 읽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일본 도쿄 가미히라이 초등학교 교실의 칠판에 적어 놓은 <아침독서> 안내문.
 일본 도쿄 가미히라이 초등학교 교실의 칠판에 적어 놓은 <아침독서>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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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카 이사장은 학생들에게 첫 수업 시작 전 묵독의 형식으로 책을 읽게 했다. 그 전까지는 주 1회 홈룸 시간에 50분씩 독서했는데 '아침 독서'는 날마다 10분씩 책을 읽는 방식이었다. 교사가 읽어주는 게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책을 읽게 한 방식이었다. 이것이 더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오츠카 이사장에 따르면, 당시 학생들 중에는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고민거리가 있는 학생이 많았다. 그런데 독서를 꾸준히 하다보니 그들의 정서 불안이 줄어드는 부수적 효과도 생겼다고 한다.

"'아침 독서'를 다른 반에서도 실시하기를 희망했지만 동료 교사들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교사 대부분이 반대했습니다. 독서교육을 안 해 본 교사들은 무엇이 유익한지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아침 독서'를 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오츠카 이사장은 "우선 책을 읽으면서  배경지식을 키울 수 있다"며 "물론 이것은 독서할 경우에 얻을 수 있는, 정말로 당연한 성과"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식 흡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서 안정입니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인 청소년기에 독서를 하면서 마음이 침착해지는 효과를 냅니다. 등록금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조차 '아침 독서'를 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털어내고 밝은 표정으로 첫 수업을 맞이했습니다. 정말로 기쁜 일이었습니다."

일본 도쿄 가미히라이 초등학교 학생들이 아침독서를 한 뒤에 교사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서로 손을 들고 있다.
▲ "저요~ 저요~" 일본 도쿄 가미히라이 초등학교 학생들이 아침독서를 한 뒤에 교사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서로 손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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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카 이사장은 "그 뒤 '아침 독서' 덕분에 학생들 사이가 화목해지고 집단따돌림 현상도 사라졌다"며 "자살까지 생각했던 아이가 우리 반으로 옮긴 뒤에는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공부든 스포츠든, 승리한다는 것은 꼭 상대방과의 경쟁에서 이긴다는 뜻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 자신에게 이긴다는 의미가 더 큽니다. 그래서 이겼다고 해서 남을 낮춰 보거나 남의 아픔을 모르는 사람은 미숙한 사람입니다. 성적이 나쁜 아이들은 나쁘고 싶어서 나쁜 게 아닙니다."

오츠가 에미코 이사장은 누구?

1946년 출생
동경여자체육대학 졸업
중고교생 시절 육상 단거리 일본 국가대표급 선수로 활약
대학 졸업 후 체육교사로 후나바시학원 여자고등학교에 근무
88년에 동료교사 하야시 교사의 ‘<아침 독서> 프로그램’을 접하고, 교육 현장에 이것을 적용하여 큰 성과를 냄.
현재 일본 전역에 <아침 독서>운동을 보급하는 ‘아침독서추진협의회’ 이사장으로 활동 중

교사로서 그의 바람은 이상한 행동으로 주목받는 게 아니라 선량한 일을 해 주목받는 학생이 되도록 이끄는 일이었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오츠카 이사장은 "'아침 독서'는 교사가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있는 훌륭한 교육"이라며 "모든 담임 교사들이 좋은 반을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잘 하는 아이가 아니라 못하는 아이들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다"라며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은 마음 속 깊이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츠카 이사장이 담임을 맡았던 반은 학기말 평가시험에서 학년 1위로 올라갔다. 날마다 책읽기에 단련되므로 독해력이 향상돼 시험 문제를 잘 파악한 덕분이었다.

"예전에는 시험 문제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던 아이들이 제 시간 안에 모든 문제를 풀 수 있게 됐습니다. 사실, 공부를 못하는 학생 대부분이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오츠카 이사장은 이처럼 긍정적인 효과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침 독서'를 한국 교육계도 적극 실시할 것을 권유했다. 오츠카 이사장은 "'아침 독서'는 학생 개인의 학업성적 향상과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학교 폭력과 사회 문제를 예방하고 치유하는 특효약"이라며 "교직을 은퇴한 뒤에도 '아침 독서'를 전파하는 데 매진하는 이유는 나 자신이 '아침 독서'의 효과를 온몸으로 체험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태그:#아침독서, #일본, #독서, #오츠카 ,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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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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