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9명으로 하다 5명으로 줄었으니, 외로울수록 더 열심히 해야지. 또 18대 국회는 보수적 성향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꽤 어렵지 않겠나."

 

최근 강 의원의 활약이 눈부시지만, 힘이 부치는 건 사실이다. 지난해만 해도 한미FTA 문제에 심상정·노회찬 의원이 그와 함께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곁에 없다.

 

강 의원은 오후 2시 이명박 대통령 면담 요구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에게 "분당된 게 안타깝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분당이 안 됐으면 총선에서 더 많은 지지도가 나왔을 테고, 국회의원 몇 사람 더 들어왔을 텐데"라며 "어쩌겠나, 나갔는데…, 애석하다"고 말했다.

 

다시 합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답했다.

 

"분당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시대적·정치적 요구였다. 지금이라도 함께 할 수 있으면 당연히 함께 가야 한다. 쇠고기를 포함한 현안문제에 어느 당보다 의견이 제일 잘 맞다. 이를 통해 연대하고 힘을 하나로 모으며 계속 의논하면서 하나가 되는 것을 모색해야 한다."

 

[오후 2시 반, 병원] 농사꾼 때부터 인연 맺은 박홍수 병문안

 

강 의원은 저녁에 있을 2개의 토론을 준비해야 했지만 일부러 짬을 내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향했다. 의식불명인 박홍수 통합민주당 사무총장(전 농림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서다.

 

강 의원과 박 사무총장의 인연은 깊다. 농사꾼 시절 때부터 서로 알았다. 1998년 각각 전국농민회총연맹 경상남도연맹 부의장에 오른 강 의원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경남도회장을 맡은 박 사무총장의 활동범위는 자연스레 겹쳐졌다.

 

오후 2시 반, 신촌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강 의원은 조용한 목소리로 "쓰러져서 너무 안타깝다"고 나직하게 말했다. 그는 "가족을 두고 올라온 처지도 비슷하고, 서로 10~15분 거리에서 산다"며 "식사도 같이 하고, 애들도 잘 안다"고 말을 이었다.

 

- 박홍수 사무총장이 농림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시절 많이 싸우지 않았나?

"나는 줄곧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라는) 한 가지 입장이었고, 박 전 장관은 국회의원·장관하면서 쇠고기 부분에 대해서 확실하게 말하지 못했다. 그 땐 좀 껄끄러웠다. 그 때 사석에서 만나면 '왜 못 살게 구느냐, 살살하라'고 하소연 많이 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지금은 우리하고 의견이 같아 손발 맞춰서, 이명박 대통령 잘못한 부분에 대해 힘을 모아야 했는데, 저렇게 돼서 참…"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지병 있었던 걸 알고 있었다, 지병 걱정을 많이 해서 얼마 전 매실 엑기스를 2병 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곧 깨어나겠죠"라는 기자의 말에 그는 "심장은 정상인데, 의식은…"이라며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리곤 눈을 감았다.

 

그러나 이날 강 의원은 박 사무총장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중환자실에 있는 그의 면회를 가족들이 꺼렸기 때문이다. 대신 박 사무총장의 큰딸이 호전되고 있다는 그의 병세에 대해 설명했다. 호흡을 도와주는 장치로 생명을 이어나가고 있는 그는 이번 주가 고비란다.

 

강 의원은 굳은 표정으로 병원을 빠져나왔다. 기자에게 "호전되고 있다지만 면회를 꺼리는 걸 보면…"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국회로 돌아가는 내내 차안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

 

[15일 저녁 7시~밤 11시, 방송출연] 반짝 스타? 준비된 스타!

 

이날 저녁 강 의원은 한미 쇠고기 협상을 비롯한 한미FTA문제를 다룬 라디오와 방송 토론에 잇따라 참석했다.

 

그는 저녁 7시 20분부터 100분 동안 김충환(한나라당)·강창일(통합민주당)·류근일(자유선진당) 의원과 KBS 1라디오 <열린 토론>에 참석했다. 청취자 연결 코너에서 한미FTA 비준 동의에 찬성하는 시민들은 강 의원을 성토했다. 이는 한미FTA 이슈에서 그의 위치를 확인시켜주는 장면이었다.

 

강 의원이 <100분 토론> 참석을 위해 MBC에 도착한 건 밤 10시 40분. 생방송이 시작되기 전, 손석희 교수를 포함한 토론 참석들이 분장실에 모였다. 긴장이 흘렀다. 상대편 패널로 나온 남경필 의원이 "오늘 같은 편이죠?"라며 농을 던지자, 강 의원은 "제대로 풀릴 것 같다"며 맞받아쳤다.

 

생방송 직전 스튜디오 앞에서 "토론 준비 많이 했느냐"고 묻자 "한다고 했다"며 털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빡빡한 일정으로 토론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을 터였다. 그는 "욕심 안 내고 진실을 그대로 드러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밤 강 의원이 기자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국회로 향하는 차안에서 "대외비 문서는 어디서 입수를 하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을 이랬다.

 

"'지성이면 감천의 결과'다. 우리 의원실에서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 아주 끈질기게 자료를 요구하고 하나하나 다 챙겼다. 자료 안 주면 난리쳐서 안 가져다주면 안 될 정도로 했다."

 

실제로 그의 방에 있는 책장은 한미FTA, 쌀 협상, 쇠고기 문제를 다룬 두꺼운 책들로 가득했다. 지난 2006년 10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후, 쇠고기에서 뼈가 발견되자 가장 먼저 검역장으로 달려간 이가 바로 강 의원이었다.

 

그는 총선에서 뜬 반짝 스타가 아니었다. 그는 준비된 스타였다.

 

생방송 10분 전, 다소 피곤한 표정으로 스튜디오로 걸어가는 강 의원을 따르는 보좌관에겐 이날 방송에서 쓸 자료가 한 아름 들려있었다.

 


태그:#강기갑, #미국산 쇠고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