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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보수신문, 슈워브 발언에 “이제 됐다!”

 

미국 시간으로 12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승수 총리가 담화문에서 ‘광우병 발생시 미 쇠고기 수입 중단하겠다’고 내놓은 대책에 대해 “미국은 한 총리의 성명을 수용하고 지지하며 다른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미국 정부가 한국 국무총리의 담화문 내용을 수용하고 문제가 될 때는 우리가 쇠고기 수입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즉 ‘우리 정부가 광우병 발생시 수입중단하는 것을 미국 정부가 인정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대다수 통상전문가들은 슈워브 대표의 발언이 법적 효력이 없는 ‘립서비스’이자 ‘정치적 수사’로 평가하고 있다. 이미 서면으로 양국 사이에 합의된 협정서가 있는데 ‘구두성명’ 정도로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조·중·동 수구보수신문들은 슈워브 대표의 발언이 가진 허점을 전혀 지적하지 않고, 오히려 1면에서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수용했다’고 크게 부각했다.

 

 동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광우병 발생 때 수입 중단/미국, 한국정부 입장 수용'에서 슈워브 대표의 발언을 장황하게 인용해 “미국도 국제협정에 따라 한국의 검역 주권을 보장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미, 광우병 땐 수입 중단, 한국방침 수용'에서 “미국 무역대표부가 12일 ‘광우병 발생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한다’는 한국 정부의 방침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슈워브 대표의 말을 인용했다. 동아일보는 '미, 한국 검역주권 행사 지지'라는 제목으로 슈워브 대표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들 수구보수신문은 슈워브 대표의 발언이 실효성이 없다는 점은 전혀 지적하지 않은 대신, “이 대통령은 ‘통상마찰로 국무총리의 담화문 내용을 시행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미 정부가 수용했다’고 강조했다”(동아일보),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미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을 전하면서 ‘지난 담화문 내용이 통상마찰로 시행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미국 정부가 수용했기에 잘 됐다’고 했다”(조선일보) 등 이명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내용을 주로 전했다.

 

마지못해 내놓은 ‘정부 비판’, 엉뚱한 위기 수습책

 

정부가 미국 정부의 연방관보 내용을 ‘오역’했다고 시인한 데다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조선·중앙·동아일보도 마지못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들의 정부 비판은 변죽만 울렸고 내놓은 ‘수습책’은 엉뚱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와 일심동체처럼 행세했던 자신들의 보도에 대한 자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염치없는 비판이었다.

 

중앙일보 마음대로 혼란 해결?

 

중앙일보는, 사설 '이제 농림부 장관 물러나야'에서 슈워브 대표의 발표를 들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혼란이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며, 오역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동물성 사료 규정의 번역 잘못도 협상 실무진의 단순한 실수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꼬투리 잡기나 극한 투쟁은 접어야 할 때”라고도 했다. 슈워브 대표의 발언으로 논란이 정리됐다는 식이다.

 

 중앙일보 사설

 

그러더니 “이제 큰 고비는 넘긴 만큼 그동안의 과정을 차분히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며 “지난 보름간 농림수산식품부의 거듭된 헛발질을 생각하면 단순히 소통부족으로 덮고 가기에는 사안이 너무 심각하다”고 농림부를 비판했다.

 

중앙일보가 내놓은 유일한 대책은 ‘농림부 장관 퇴진’이다. “농림부 장관이 물러나야 국회비준이 불투명해진 한·미 FTA 불씨를 되살리고 우리 사회가 광우병 사태에 이성적인 접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농림부장관만 자르고 마무리하자’는 논리다.

 

100보 양보해 슈워브 대표의 말대로 광우병 발생시 수입금지가 가능하다 해도 이것으로 이번 쇠고기 수입 협상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후퇴한 사료금지 조처를 근거로 이뤄진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은 당연히 무효가 되어야 하고, 연령에 관계없이 SRM은 수입되어선 안된다. 전면 재협상을 통해서만 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장관 해임 정도로 넘어가자는 것은 ‘물타기’로밖에 볼 수 없다.

 

동아일보, ‘조심조심’ 정부 비판

 

동아일보의 사설 '쇠고기, 정부는 자성하고 야당은 수습에 협력해야' 역시 전형적인 물타기다. 동아는 슈워브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 합의로 한국 내 여론이 악화되자 미국이 우리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이라며 “미국이 협상 후 태도를 바꾸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국민이 불안해하는 부분을 다소 보완할 수 있게 됐다”고 미국의 ‘립서비스’를 높이 평가했다. 

 

 동아일보 사설

 

또 이제 와서야 “정부의 이번 협상은 시기와 내용 면에서 미숙함을 드러냈다”며 “일본 대만 등 다른 나라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30개월 이상 소의 수입을 우리가 앞서 허용한 것은 협상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갔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이런 ‘정부 비판’은 살얼음을 걷듯 조심스러웠다. “미숙함”, “타결을 서두른 듯한 인상”, “광우병 괴담의 빌미”, “오해”, “실수” 등 완곡한 표현을 쓰면서 정부의 졸속협상을 조심조심 지적하더니 “총체적인 자성”을 요구했다.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는 하지 않은 채 뒷북치는 하나마나한 지적이나 마찬가지다. ‘쇠고기 고시’ 연기에 대해 언급했으나 “가능하다면 15일로 예정된 ‘쇠고기 고시’를 연기해서라도 추가 보완책 마련과 함께 야당과 국민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해 고시를 잠시 연기하고 국민을 설득하라는 수준이었다.

 

조선일보, ‘영어교육 강화’가 ‘광우병 파동’의 해결책?

 

한편 조선일보는 사설 ‘쇠고기 誤譯(오역)이 드러낸 한심한 국제협상 맨파워'에서 “이번 오역 파문은 우리 정부의 대외협상력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정부와 ‘거리두기’에 나선 듯한 인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 사설은 정부가 ‘실수’라고 밝힌 ‘오역’이 미 쇠고기 수입 협상에서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전혀 지적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사설

 

오히려 조선일보는 쇠고기 협상의 문제나 광우병 소의 안전성 문제는 젖혀둔 채 ‘오역’의 문제를 “한국 공무원들이 영어 구사력이 크게 떨어지고 영어로 된 법률지식과 협상 관련 전문지식도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영어를 잘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 문제’로 취급해버렸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정부 대외협상 인력에 대한 재교육, 재양성, 외부 스카우트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엉뚱한 결론을 제시했다.

 

FTA 청문회 공방식으로 중계, ‘촛불집회 주최자 사법처리’ 비판 없어

 

13일 열린 국회의 FTA 청문회와 관련해 수구보수신문은 <“동물사료 완화 한국 속여” “美조치는 되레 강화된 것”>(동아일보), <FTA청문회 열어놓고 ‘쇠고기청문회’>(중앙일보), <쇠고기에 덮여버린 FTA청문회>(조선일보) 등 모두 FTA 청문회에서 ‘쇠고기 수입개방’ 문제가 다뤄진 것 데 대해 부정적인 제목을 달아 야-정부관계자 간의 공방을 중계하는 보도로 일관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청문회 답변 태도가 도마에 올랐지만 이 또한 ‘고성이 오갔다’는 식의 공방으로 보도했다.

 

한편, 경찰이 촛불문화제를 개최한 사람들을 수사해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수구보수신문들은 <경찰 “촛불집회 주최자 사법처리”>(동아일보), <‘인터넷 괴담’ 퍼뜨린 네티즌 경찰, 포털에 신원확인 요청>(중앙일보), <경찰 “촛불집회 주최자 사법처리”>(조선일보) 등 기사를 싣고 어청수 경찰청장의 ‘촛불집회는 미신고 불법집회’, ‘문화제를 위장한 집회’ 발언, ‘대통령 탄핵 서명은 대통령 명예훼손’이라는 경찰의 주장 등을 인용해 전달하기에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

 

그나마 중앙일보가 “비폭력적인 집회를 자의적 잣대로 불법 운운하고 있다”, “경찰의 유치한 정권 코드 맞추기”라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경찰에 대한 비판을 보도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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