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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련)이 현대자동차 후원으로 벌이는 초지 조성 사업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5월 8일부터 10일까지 중국 네이멍구 시린궈러멍 아빠가치를 찾았다. 그곳에서 현지인과 환경련 관계자의 안내로 말라버린 호수 차깐노르와 주변 초원을 둘러보았다. <기자주> 

차깐노르 서쪽 호수 전경. 면적 80㎢의 호수가 땅이 돼버렸다. 경기도 부천시 면적이 53.50㎢임을 고려해 보면 이 호수가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다.
▲ 말라버린 호수 차깐노르 서쪽 호수 전경. 면적 80㎢의 호수가 땅이 돼버렸다. 경기도 부천시 면적이 53.50㎢임을 고려해 보면 이 호수가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다.
ⓒ 오마이뉴스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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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호수였다고?

쩡바이위 비서장은 누구?
한족이며 1947년 6월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1968년 고교졸업 후 시린궈러멍 아빠가치 차칸누얼 쑤무 홍치가차에 소속되어 10여 년간 주민들과 생활하며 현지 언어인 몽골어와 초원문화를 익혔다.

1981년 베이징으로 돌아와 여러 국가 기관을 거쳐 1999년 국가경공업국에서 퇴임했다. 이후 그에게는 제2의 고향인 차칸누얼 지역 생태보호활동에 종사하고 있다.

2004년 비영리 민간 환경보호조직인 '연경대학 북경교우회 생태빈민구제전문위원회'(ASED)를 설립해 현재 비서장으로 일하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자료집

"호수는 거대하고 끝없이 넓었다. 물은 하늘과 한가지 색을 이루고 있었고 출렁이는 물결은 큰 바다를 보는 듯했다."

쩡바이위(61) 비서장은 차깐노르를 처음 보았을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러나 그렇게 '큰 바다'와 같다던 호수는 지난 10여 년에 걸쳐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2002년 완전 고갈돼 지금은 거대한 분지 모양의 땅이 돼버렸다.

현재 호수 바닥은 이곳이 한때 염호수(염분이 있는 호수)였다고 알려주기라도 하듯 여기 저기 알칼리 분말로 덮여 있다.

차깐노르 서쪽 호수는 한때 이곳이 호수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완전히 말라버렸다.
▲ 호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차깐노르 서쪽 호수는 한때 이곳이 호수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완전히 말라버렸다.
ⓒ 월간 함께사는길 박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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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깐노르 호수 서쪽은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강우량이 줄어들자 완전히 고갈됐다. 오른쪽 사진은 그래픽 화면으로 호수 서쪽이 말라 알칼리 분말만 남아있는 상태임을 강조하기 위해 왼쪽을 하얗게 색칠했다.
 차깐노르 호수 서쪽은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강우량이 줄어들자 완전히 고갈됐다. 오른쪽 사진은 그래픽 화면으로 호수 서쪽이 말라 알칼리 분말만 남아있는 상태임을 강조하기 위해 왼쪽을 하얗게 색칠했다.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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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어로 '하얀 호수'라는 뜻 지닌 '차깐노르'

차깐노르는 베이징에서 북서쪽으로 약 640km(자동차로 약 8~9시간) 떨어진 곳에 있다.
 차깐노르는 베이징에서 북서쪽으로 약 640km(자동차로 약 8~9시간) 떨어진 곳에 있다.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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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깐노르는 몽고어로서, '차깐'은 '하얗다', '누얼'은 '호수'라는 뜻이다. 현지인들이 이 호수를 '하얀 호수'라 부른 이유는 염분이 많아 하얀 알칼리 분말이 수면에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쩡바이위 비서장이 쓴 글에 따르면 이 호수는 100여 년 전에 형성돼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에 2개 호수로 나뉘어 동쪽의 작은 호수는 담수호, 서쪽의 큰 호수는 염수호가 되었다.

이렇듯 성분이 달라진 이유는 호수에 유입되는 까오거쓰타이강이 동쪽의 작은 호수로만 흘러 들어오기 때문이다. 실제 이 호수 서쪽만 고갈된 것도 강물이 동쪽 호수로만 유입되는 것과 관계가 있다는 게 쩡바이위 비서장의 설명이다.

사진에서 땅 건너로 보이는 것이 차깐노르 동쪽 호수다. 동쪽 호수는 아직 물이 차있다. 그러나 쩡바이위 비서장은 이 호수도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차깐노르 동쪽 호수 사진에서 땅 건너로 보이는 것이 차깐노르 동쪽 호수다. 동쪽 호수는 아직 물이 차있다. 그러나 쩡바이위 비서장은 이 호수도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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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발량이 강수량의 거의 12배라니...

2000년만 해도 이 호수는 바다처럼 넓게 펼쳐져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때도 예전에 비해 수위가 많이 낮아진 상태였지만, 그렇다 해도 물이 완전히 말라버릴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 이곳 주민들의 말이다.

현지에서 만난 빙거(34·운전기사)씨는 "사람들이 차깐노르에서 고기도 잡고 배타고 놀기도 했다"라며 "그런 호수가 말라버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쇼치(26·운전기사)씨는 "차깐노르가 호수였을 때 가보았다"라면서 "그런 호수가 사라져 버려 기분이 안 좋다"라며 씁쓸해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큰 호수가 말라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기온이 올라가고 강수량이 줄어든 것을 주 원인으로 꼽았다. 빙거씨는 "날씨가 예전보다 따뜻해졌다. 또 비나 눈도 많이 안 온다"라고 말했다. 쓰친투 아빠가치 인민정부 선전부장 역시 "이 지역 겨울 기온은 원래 영하 40도 밑으로까지 내려간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영하 40도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환경련 관계자들과 한국 취재단이 방문한 9일 오후에 아빠가치 일원에 눈이 내렸다. 사진은 초원에 나있는 도로를 가로막고 선 소들. 눈이 내려 주변이 하얗다.
▲ 초원에 내린 눈 환경련 관계자들과 한국 취재단이 방문한 9일 오후에 아빠가치 일원에 눈이 내렸다. 사진은 초원에 나있는 도로를 가로막고 선 소들. 눈이 내려 주변이 하얗다.
ⓒ 오마이뉴스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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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환경련 관계자들과 한국 취재단이 이곳을 방문한 지난 9일 오후에는 눈과 비가 내렸다. 이를 두고 '어떠멍커' 시린궈러멍 멍장 비서는 "매우 보기 드문 일"이라며 길조라고 기뻐하기도 했다. 그만큼 근래 들어 눈과 비를 보기 어려워진 것이다.

쏭아이퍼 아빠가치 인민정부 주임은 "이곳의 연간 강수량은 245㎜이고 연간 증발량은 2900㎜"라고 설명했다. 이곳은 초원지대지만 그가 말한 강수량만 기준으로 보면 사막 지대(연평균 강수량이 250㎜ 이하인 곳을 사막 지대로 구분한다)인 셈이다. 특히 증발량이 강수량의 거의 12배에 달한다.

말라버린 호수가 품은 자연 재앙

이렇듯 강수량은 줄어드는 반면 증발량이 늘어가면서 차깐노르와 같은 운명에 처한 호수들이 늘고 있다. 안꾸리노르(70㎢), 우라가이가오비(230㎢) 등 중국 서부 지역에 있는 염호수들이 2000년대 들어 고갈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 이 호수들이 말라버린 원인 역시 지구온난화인 것으로 중국의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면적 230㎢에 달하는 우라가이가오비 호수도 2004년에 고갈됐다.
 면적 230㎢에 달하는 우라가이가오비 호수도 2004년에 고갈됐다.
ⓒ 쩡바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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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말라버린 염호수는 기후변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류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말라버린 염호수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또 다른 재앙을 잉태하고 있다. 그 재앙은 말라버린 염호수 바닥과 강한 바람이 만나면서 현실이 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 '하'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태그:#초원, #네이멍구,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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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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