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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백 갈래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그가 가장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

러므로 백성을 다스릴 때도 가장 낮은 곳을 살펴야 할 줄로 아옵나이다."(책 중에서)

 

책표지 <토정 이지함, 민중의 낙원을 꿈꾸다>

마음에 쏙 드는 말이다. 낮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 백성의 처지를 헤아려주는 왕이 있다면 당대에는 만백성의 존경을 받고, 후대에는 성군으로 기록되어 귀감이 될 것이다.

 

이런 덕목이 어찌 과거 왕에게만 해당되겠는가. 선거철이 되면 허리 굽혀 악수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큰절 하는 정치인들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되는 말이다. 표가 필요할 때만 허리 굽혀 악수하고 엎드려 절하는 정치인들은 민심을 얻기 어렵다. 말로만 국민을 섬기고 정책으로는 대다수 국민의 뜻을 거스른다면 민심을 얻을 수 있을까?

 

토정 이지함. <토정비결>의 저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정초에 한 해 운수가 어찌 될 것인지 <토정비결>을 통해 점쳐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지함은 신통한 점쟁이 정도로만 기억되지 않았을까?

 

이지함은 생애 대부분을 마포 강변의 토막(흙으로 만든 움막)에 살았다. 그래서 호 또한 토정(흙으로 만든 정자)이 되었다. 율곡에게 가르침을 줄 정도로 학문에 일가를 이루었지만 스스로 낮은 곳에서 민중들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척박한 삶을 개선해주려 애쓰며 살았다.

 

양반의 신분으로 사농공상의 질서 속에서 가장 천대받는 상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인물이 토정 이지함이다. 바다와 광산을 개발하여 그 혜택을 여러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한 사업가이기도 했고, 거지들에게 잠잘 곳과 먹을 것을 마련해주어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기술을 가르쳐주어 살 방도까지 알려준 인물이기도 했다.

 

뛰어난 문장으로 뭇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문인이지만 삶은 그 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오랜 세월 학문에 몰두해서 깊은 경지까지 올랐지만 삶은 그 학문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충분히 존경받을 만한 지위에 있으면서도 삶은 영 아니어서 손가락질을 받는 사람도 있다. 그들이 가진 문장력, 학문의 깊이, 높은 지위가 삶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지함은 학문과 삶을 일치시켰다. 반상이 구별되던 사회에서 양반의 신분으로 낮은 곳에 머물러 고통스럽게 사는 민중들과 더불어 생활하면서 그들의 더 나은 삶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민중들의 낙원을 꿈꾸며 살던 이지함은 현실의 벽에 부딪쳐 좌절했다. 이지함이 남긴 유산이 부담스러웠던 이들은 그를 <토정비결>을 지은 점술가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랑했던 기인으로 덧칠했다.

 

서울디지털창작집단의 조선 역사소설 프로젝트 두 번째 작품으로 김서윤 작가가 토정 이지함의 삶을 복원시켰다. 점술가도 아니고 기인도 아닌 민중의 낙원을 꿈꾸며 낮은 곳에 머물러 살던 이지함의 안목과 사상, 그리고 실천과 좌절을 생생한 모습으로 되살렸다.

 

날이 갈수록 물가는 올라가고, 무한경쟁의 주술을 신명나게 휘두르며 사교육비를 대책 없이 가중시키는 현실을 서민들이 살아가기가 만만치 않다. 이 시대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꿈을 주는 정치인은 없을까. 이 시대의 토정 선생은 어디에 있을까.

 

<토정 이지함, 민중의 낙원을 꿈꾸다>를 읽으며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김서윤/문학포럼/2008.3.25/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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