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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나들이 가자고 해요.”
“바쁜 아이들이?”
“당신 생일이잖아요.”
“어디로 갈까?”

아이들 셋 모두 다 바빴다. 동시에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었다.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데 언제 그렇게 성장하였는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둘째가 시간이 있다고 하면 큰 아이가 약속이 있다고 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아이들 셋 모두가 시간을 낸 것이다. 아빠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산사 가는
▲ 다리 산사 가는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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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마음이 고맙다. 장소를 남원에 있는 실상사로 정하였다. 온 가족이 함께 가는 나들이니, 장소는 상관없다고 한다. 함께 간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그렇게 사랑할 수가 없었다. 집사람의 마음도 기쁜 것은 나와 같은 모양이었다. 가면서 먹을 음식을 준비하는 몸놀림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

남원으로 향하는 도로는 자동차로 넘쳐나고 있었다. 연휴를 즐기기 위한 나들이 차량이 분명하였다. 굴러가고 있는 자동차들이 흥겨워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들의 아빠를 위하는 마음이 손에 잡히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가슴에 차오르는 행복의 기운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보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석등
▲ 실상사 석등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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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달리던 자동차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밀렸다. 지리산 바래봉의 철쭉 축제와 허브 축제가 동시에 열리고 있었다. 운봉으로 진입하는 곳에서 축제를 즐기려는 자동차가 밀려서 정체되고 있었다.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답답함 속에서도 즐거운 마음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플러스 발상이란 생각을 해본다.

운봉을 지나니, 다시 길은 뚫렸다. 흥겨운 마음으로 실상사에 도착하였다. 실상사로 들어가는 다리 위에는 예쁜 등들이 맞이해주고 있었다. 마치 화엄 세상에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석 장승의 미소에 답하면서 실상사로 들어갔다.

삼층
▲ 석탑 삼층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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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문을 들어서니,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은 보물 제35호 석등과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 대웅전이다. 석등을 중심으로 좌우에 보물 제37호인 실상사 삼층 석탑과 또 하나의 탑이 조화를 이루면서 서 있었다. 부처님의 온화한 미소가 마음에 전해지고 있었다. 알아차림으로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계셨다.

오른쪽으로 돌아서니 약사전이 눈에 들어온다. 보물 제41호인 철제 여래 좌상이 모셔져 있는 곳이다. 합장을 하고서 삼배를 드리니, 부처님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마음에 전해지는 것 같다. 오랜 세월 동안 그 자리에 계시면서 찾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신 것을 생각하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철제
▲ 여래좌상 철제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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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앞마당 한쪽 구석에는 약수가 샘솟고 있었다. 물 한 모금이 그렇게 감미로울 수가 없었다. 넉넉한 마음으로 갈증을 해소해주는 물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연못에 길게 늘어뜨러져 있는 수양버들의 모습이 그렇게 여유가 넘쳐날 수가 없었다. 아이들도 즐거운지 방방 뛰고 있었다.

전라북도 유형 문화재 제45호인 실상사 극락전으로 향하였다. 물고기가 흔들리고 있는 문 앞에는 보물 제39호인 증각대사 응료탑비가 무심한 마음으로 반겨준다. 극락전 안으로 들어서니, 극락전에 넘쳐나는 햇살이 모두 다 내것처럼 편안해진다. 텅 비어 있음에도 꽉 차 있는 느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보시행
▲ 대자대비 보시행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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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전 담 너머엔 보물 제33호인인 수철화상 능가보월탑과 보물 34호인 수철화상 능가보월탑비가 서 있다. 그리고 보물 제38호인 증각대사 응료탑과 마주할 수 있었다. 비문은 세월에 삭아져 알아볼 수가 없었지만, 마음에 전해지는 것은 분명하였다. 일이 잘못되는 것은 세상의 모습을 바르게 보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상사를 돌아서서 나오는데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벽에 그려져 있는 당장이 넝쿨의 그림이었다. 아니 담장이 넝쿨이 그려낸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생명의 위대성을 실감하게 된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즐거워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과 이어져서 행복해진다.

위대성
▲ 생명 위대성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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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의 연잎에는 물방울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반짝이는 모습이 아이들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나들이라는 사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플러스 발상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보이는 것마다 환해지는 것이었다. 인생의 주인이 바로 나라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남원시 실상사에서



태그:#플러스, #발상, #실상사, #보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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