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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했던 지난해 5월 광주, 정치인 행렬이 줄을 이었는데...  <전남일보> 2007년 5월 18일자 3면.
▲ 화려했던 지난해 5월 광주, 정치인 행렬이 줄을 이었는데... <전남일보> 2007년 5월 18일자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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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민주역사를 다시 쓰게 했던 광주의 5월. 그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5·18 광주민중항쟁' 28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지난 주부터 광주일원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지역언론에 투영된 ‘광주의 5월’은 ‘민족의 5월’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여전히 빙빙 돌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는 더욱 썰렁하다.

1년 전 줄을 이었던 정치인들의 광주행렬이 올해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제17대 대선을 7개월 앞둔 지난해 5월은 정치 중앙무대를 광주로 옮겨놓은 듯했다. 역대 대통령 선거 중 초반부터 가장 많은 후보가 난립한 지난 대선은 5월 광주를 배경으로 한 각 후보들의 이미지, 미디어 선거전이 초반부터 치열했다.

지난 대선처럼 많은 정치인이 저마다 대통령이 되겠다며 자천타천으로 나서거나 거명된 전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 한나라당은 이명박, 박근혜, 홍준표, 고진화, 원희룡 5명의 후보가 초반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또한 줄잡아 21명이 넘는 범여권 인물이 대선선상에 올랐다.

5·18정신 계승하겠다던 많은 잠룡들 올해는 어디로 갔나?

대권주자들 광주로 광주로... <남도일보> 2007년 5월 14일자 1면.
▲ 대권주자들 광주로 광주로... <남도일보> 2007년 5월 14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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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대선 후보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출마선언 후 광주를 잇따라 방문했다. 이들 방문이 지나치자 지역언론은 광주를 경쟁적으로 찾는 후보들을 향해 '아직 하늘에 오르지 못한 잠룡(潛龍)'에 비유하며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광주행은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며 "'시대정신'을 제대로 실천하는 인물이 12월19일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일부 지역신문들은 숭고한 뜻보다는 정치 각축장이 된 광주의 5월을 개탄했다. 호남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5월 광주를 적극 활용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남도일보>의 2007년 5월 14일자 1면 기사는 대표적 사례다. '숭고한 뜻보다 정치 각축장 우려'란 제목의 기사에서 호남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5월 광주를 적극 활용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지적했다. 이 기사는 "5월 광주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보다는 자신들의 지지세를 넓히는데 치중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이라는 5월 단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내보냈다.

'5·18 정신은 과연 무엇인가?' 라는 의문을 여기저기서 제기했을 정도다. 당시 <무등일보> 김영태 정치부장은 5월 24일자 칼럼에서 5월 행사를 치르고 난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올 5월의 광주에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이들이 다녀갔다. 다녀간 이들 중 단연 눈에 띄는 이들은 이른바 정객들이다. 그들은 광주의 5월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정신을 계승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정치인은 "(나는) 순례자의 한 사람으로서 어머니들을 만나러 왔다"며 "스포트라이 트를 받으러 온 것도 아니고 그럴 자격도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대선을 앞둔 지난해 광주는 정치인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어록과 화제도 많았다. 당시 각 정당들이 앞 다퉈 내놓은 논평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걱정이 태산이다. 왜 그럴까.

'5·18 정부예산 대폭삭감' 소식에 시민들 '불안'·'황당'

5.18예산 삭감이라니... <전남일보> 10일자 기사 인터넷신문 캡쳐화면
▲ 5.18예산 삭감이라니... <전남일보> 10일자 기사 인터넷신문 캡쳐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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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 때만 해도 각 당이 일제히 쏟아낸 논평의 주류는 '5·18은 군부의 폭압과 부당한 권력에 항거해 피로써 민주주의를 지켜낸 날'이요, '5월 정신은 민주주의를 위한 연대와 통합으로 민주주의를 위해 노동자와 농민, 학생이 하나가 됐고, 광주를 넘어 전국으로, 전 세계로 연대의 깃발이 됐다'는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인들의 행렬이나 논평이 올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5·18  정부 예산' 대폭 삭감으로 사업차질이 우려된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5·18 행사를 8일 앞둔 10일 광주지역 언론들은 "5·18기념사업 예산을 지원하는 행정안전부가 최근 5·18 기념사업을 포함한 민주화운동 관련 사업 예산을 30%까지 삭감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는 <연합뉴스>와 <뉴시스>기사를 크게 인용 보도했다.

이 기사는 "행정안전부가 2005년부터 5·18  기념사업비로 매년 25억원을 지원해왔는데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이 현실화되면 내년부터 5·18  관련 기념행사와 사업들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국가기념일로서 5·18의 의미가 크게 퇴색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정부 방침으로 최종 결정된다면 최근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파동과 혁신도시 건설 재검토 등으로 악화된 지역 여론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그렇다면 해마다 진행되고 있는 5·18 광주민중항쟁 기념행사가 내년부터 정부예산 삭감방안에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5·18 기념재단측은 당장 민주화운동 기념사업비를 30% 삭감할 경우 연차적으로 진행하던 각종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될 것을 가장 우려하는 눈치다. 지역언론의 발빠른  대안제시가 눈에 띈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 단골메뉴, 광주정신 오히려 훼손"

시민참여 아쉽다 <광주일보>10일자 사설
▲ 시민참여 아쉽다 <광주일보>10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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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는 이제 시민참여로 가자고 발빠르게 대안을 내놓았다. 10일자 사설 '막오른 5·18기념행사 시민 참여 아쉽다'에서 이 신문은 5·18민주화운동 28주년을 맞는 심정이 착잡하다고 했다.

"올해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기념식을 갖게 된다. 광주·전남지역 주민들의 감회는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지금 국민들의 관심은 광우병 ‘괴담’에서 드러나듯 온통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쏠려 있다."

이 사설은 무엇보다 5·18기념행사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 신문은 "기념행사의 주인공은 시민이 되어야 한다. '5월정신'의 진정한 계승은 생활 속에서 민주·인권·평화를 실천하는 것"이라며 "선거가 끝난 후 시민 모두가 기념행사에 적극 참여해 ‘5월 광주’의 오늘을 되새겨 보았으면 싶다"고 했다.

<전남매일>의 관련 기획기사는 더 주목을 끌만하다. 최근 '5월 항쟁 진상규명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기사에서 "5·18민중항쟁 관련 피해자들이 5,000명을 상회하고 있고, 이 중 상당수는 후유증으로 정신질환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자살하는 사례도 있다"며 "하지만 이들에 대한 실질적 피해보상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과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5·18 민중항쟁을 재조명한 이 기사는 "5·18 민중항쟁 중 발포 책임자와 실종자 및 암매장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5·18이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의 단골메뉴로 등장해 그 정신이 크게 훼손되고 있고, 정치권에 이용당하면서 '정치선전장'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또 5·18기념재단 윤광장 신임 이사장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말 대선을 앞두고 일부 5·18단체 관계자 명의의 ‘이명박 후보 지지선언’이 나와  5·18정신을 망각한 행위라는 시각이 많았다"며 이에 대한 신임 이사장의 입장을 실었다.

"아직도 폭도로 인식...반성과 성찰 더 필요"

이에 대해 윤 이사장은 "5·18단체 혹은 관련 피해자들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그러나 문제는 단체에서 이미 현실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여러 매체를 통해 공언한 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일이다. 자칫 현실정치에 스스로 이용당하거나 몇몇 소수에 의해 국민들에게 정치에 이용당하는 것처럼 비춰져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 때문”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5·18이 28년을 맞았음에도 상당수 국민들은 당시 군부정권이 표현한 ‘사태’, ‘폭도’ 등으로 인식하고 있다. 세계화를 표방하는 5·18정신이 아직 전국화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증거다. 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주문하는 언론도 있었다.

<무등일보>는 10일 ‘5·18기념사업 반성과 성찰의 공간돼야’의 기사에서 5·18 항쟁기념관 조성을 위한 시민대토론회에서 발제한 정호기 성공회대 연구교수 발언을 무게 있게 실었다.  "파괴와 해체가 신선하고 새로운 것이라는 도식은 절대로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이 기사는 "옛 전남도청 건물들이 리모델링 과정에서 다른 이미지나 형태를 갖게 된다면 이것은 건물의 존속여부와 상관없이 5·18의 훼손"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순는 이날 "옛 전남도청의 재구성을 기회로 5·18 뿐만 아니라 광주·전남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기억과 시설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이는 발전계획으로 명명되는 용역을 통해서는 해결 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제된 광주의 5월 정신의 박물관 전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독재정권에 맞서는 힘이었던 도덕적 정당성을 박물관에 전시하고 과시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동족을 향해 겨눠진 서슬퍼런 죽음의 총부리 앞에서 끝내 굴하지 않았던 광주의 5월 정신. 5월 항쟁이 위대한 것은 풀뿌리 민중들이 역사를 이뤘다는 점에 있다. 그런데 그 위대한 광주의 5월 정신이 박제돼 박물관에 전시만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높다.

이 대통령 광주방문 할까?

5.18묘지 상석 밟아 혼쭐 난 이명박 대통령. <광주드림> 2007년 5월 22일 인터넷신문 캡쳐화면
▲ 5.18묘지 상석 밟아 혼쭐 난 이명박 대통령. <광주드림> 2007년 5월 22일 인터넷신문 캡쳐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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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번 5·18 민주화운동 28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지역언론은 이명박 대통령의 참석여부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 올 2월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등에 광주 망월동 국립5·18묘지를 3차례나 방문한 점으로 미뤄 새 정부 이후 처음 열리는 5·18 기념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그러나 최근 쇠고기 수입파문과 보수회귀 등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 방문에 부정적이거나 별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한편으론 지난해 후보시절 광주에서 갖은 기자간담회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수차례 '5·18사태'로 발언한 이 대통령의 5·18에 대한 역사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 5·18묘지를 방문해 묘역을 둘러보다가 상석을 발로 밟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광주를 몇 차례 방문했지만 매번 문제가 생겨 방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열린우리당 선병렬 사무부총장의 말이 압권이었다. 그는 “망월동 상석에 발을 올려놓는 천박한 행동은 저급한 역사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 전 시장의 경제 인식은 70년대 토목공사 수준이고 역사 인식은 80년대 군사독재 수준”이라고 성토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뜩이나 전두환을 기념하는 합천군의 일해공원에 대해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2월 1일 KBS라디오와 한 인터뷰 때 “내용을 자세히 잘 모르겠다. 무엇을 가지고 했는지도 잘 모르겠다.…깊은 내용을 몰라서 답변 잘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해 10월 4일 경남을 방문한 이 당선인은 기자간담회 때 질문을 받고 “대선 후보가 왈가왈부하기에 맞지 않다”며 공개적인 견해 표명을 유보했다.

그래서 일까. 5·18기념식을 앞둔 대학생과 5·18단체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경찰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지난달25일 중앙대에서 “친미 사대외교를 한 이 대통령이 민주화의 성지 ‘망월묘역’에 들어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가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5년간의 재임 시절 동안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망월동을 찾았다.

시민들의 피와 눈물이 담겨 있는 소중한 역사인 것을...

2008년 5월 광주가 왠지 초라하기만 하다. 예산삭감으로 행사가 갈수록 축소될 것이란 소식은 시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가뜩이나 한 목소리를 내온 5·18단체들도 최근 5·18기념재단 신임 이사장의 취임을 둘러싸고 내부갈등을 빚는 등 사분오열된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광주 상무동 5·18기념문화관에서는 열린 윤광장(66) 신임 이사장의 취임식이 단상을 점거한 5·18구속부상자회 회원 20여명의 단체행동으로 파행을 빚은 것이다.

28년 전 광주의 5월 현장에 섰던 수많은 민초들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면 오늘의 5월 광주는 없었다. 대한민국이 어떤 방향으로 갔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5월은 광주라는 공간에서 운신의 폭을 제약당한 채 무기력해하고 있다. 왜 그럴까.

혈겁을 뚫고 민중항쟁으로 이어진 5·18은 무자비한 군사독재를 종식시키고 마침내 민주주의를 꽃 피우는 초석이 됐다. 그러나 5·18 민중항쟁 관련 피해자들은 아직도 후유증으로 정신질환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자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들에 대한 실질적 피해보상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발포책임자와 실종자 및 암매장 부분에 대한 진상규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더 기막힌 현실이 한 세대를 함께 하고 있다. 경남 합천군은 학살자의 이름을 버젓이 공원의 이름으로 명명했다. 그런데도 분노는 지역의 벽 앞에 무력하기만 하다. 5·18 학살자들이 서훈박탈에도 불구하고 훈장을 반납하지 않은 채 '배 째라'는 정신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은 그 자체로 '블랙코미디'다.

벌써 스무 해 성상을 넘었지만 '그날'을 맞는 심정은 그래서 더욱 무겁고 착잡하다. 역사의 밤 하늘을 환히 비추기 위해 일어났던 그 정신과 정의로운 행동이 아직도 온 국민의 가슴속에 강물 되어 흐르지 못하고 있다. 5월 광주는 민주주의의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수많은 시민들의 피와 눈물이 담겨 있는 소중한 역사라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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