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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공원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촛불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참가자 등뒤로 국회의사당이 보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02년,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그 해 중학교 2학년이었던 효순이·미선이는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었다. 그리고 가해자들인 미군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복잡한 주한미군주둔협정(SOFA) 협정문에 대해 하나도 몰랐지만, 분명 잘못된 일이라는 소신이 있었다. 그리고 매일 저녁 촛불을 들었다. 그러면서 요즘 10대들이 '광우병 박사'가 되어가듯, SOFA 협정문을 훑어보며 한미 관계에 대한 이런저런 공부도 했다. 호기심과 경험이 최고의 학습법이다.

 

휴대폰이 없었던 나는 순진한 마음에 당시 학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서 '함께 촛불집회에 나가자'고 이야기했다(당시에는 '촛불시위'나 '촛불집회'라는 말을 대놓고 했는데, 요즘엔 이상하게 꼭 '문화제'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위한 조그마한 모임도 만들자고 했다. 그랬더니 학교에서는 난리가 났다.

 

촛불집회 제안, 그리고 이어진 상담 상담 상담

 

다음날부터 '학생주임'은 나를 매일 같이 불러냈다. 달래기도 하고 "징계도 가능하다"는 협박도 했다. 물론 학생주임 선생님만이 아니라 다른 선생님도, 달래고 윽박지르면서 나와 이야기했다.

 

나는 늘 고개를 끄덕이다가 끝내는 "계속 해야겠다"라고 대답했고 급기야는 "부모님 모시고 와"라는 학생주임의 목소리를 들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친구들을 모아서 학교 홈페이지에 나의 구명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게 하는 것이었다. 학교 홈페이지는 나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가 됐고, 아침 자율학습시간에는 나의 구명을 위한 서명용지가 돌았다. 부모님도 끝내는 나를 믿어주셨고, 학생들의 여론 때문에 학교도 징계를 내릴 수 없었다.

 

그러나 다음해인 2003년에는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정보인권 침해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나는 또 각종 집회에서 발언을 했고, 교육청 앞 1인시위를 하다가 다시 퇴학의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수업 중에도 불려나가 또 그 지긋지긋하게 '상담'을 받아야 했다.

 

 인천시 교육청의 공문을 전달한 이 지역 한 교육청의 공문.

그때 당시 나를 막았던 선생님들에게도 나름의 이유와 근거는 있었다. 학칙상 학생들의 정치참여는 금지돼 있고, 하려면 학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화가 나서 "청소년들이 환경단체와 같은 곳에 가입하여 환경 캠페인을 하는 것도 허락을 받아야 하냐"고 물었는데, 황당하게도 "그렇다"라는 대답을 받았다. 청소년들의 정치적 권리는 완전히 봉쇄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학칙에 맞서, 대한민국 헌법에 나와 있는 언론·출판·집회의 자유와 청소년들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한 유엔 청소년인권선언문을 내밀었다. 물론 가볍게 무시되었지만 말이다. 나는 순진하게도 "우리 학교가 사립학교라서 유달리 이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은 내가 전교조 집회에서 발언한 것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느냐? 나를 감시하고 다니냐"라고 물었더니, 교육청 직원이 알려줬다고 했다. 교육청이 전교조 집회를 점검하고 나아가 학생들까지 감시했던 셈이다.

 

2002년의 촛불집회를 막으라는 교육청의 공문과 2003년 NEIS반대 행동에 대한 교육청 지침이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정부 자체가 청소년들의 정치적 권리를 완전히 봉쇄하고 감시했던 것이다.

 

학생들은 진보하는데 학교·교육청은 6년 전과 똑같네

 

나는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마음껏 대자보를 붙일 수 있는 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리고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내가 촛불을 들었던 것처럼 10대들도 촛불을 들고 있다. 그 때보다 훨씬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말이다.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는 방식이나 집회도 훨씬 더 다채로와졌다. 10대들의 사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 정치적 의식이 진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일하게 진보하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학교와 교육청이다. 교육청은 또 다시 촛불집회를 막으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들 스스로 직접 경험하고 참여함으로써 시민의식과 정치의식을 배우고 있는데, 정작 이것을 가르쳐야 할 교육자들은 이것을 막으려고 하고 있다. 교육자로서의 양심은 없고, 정부의 시녀 노릇이나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시키는 정권의 낡고 진부한 철학도 하나도 바뀌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문자메시지'까지 확인하라며 비이성적이고 광적인 감시를 하려고 든다.

 

이명박 정부는 학교를 자율화시킨다고 한다. 그러나 '0교시 부활'과 같은 자율을 가장한 억압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정치적 권리를 허하는 진정한 의미의 자율화정책을 펴야할 것이다. 대한민국 교육의 목적이 사회교과서에 나와 있는 것처럼 '자랑스러운 민주시민 양성'이라면 말이다.

 

지난 12월 7일 광화문 촛불시위에 나선 학생들. 지난 12월 7일 광화문 촛불시위에 나선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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