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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 문화제 중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것으로 알려진 9일 저녁 9시 44분. 같은 시각 <중앙> 홈페이지 조인스 닷컴 대문 꼭대기에도 격렬한 '구호'가 걸려 있었다. 제목은 '아예 "미국 여행 금지"를 외쳐라!'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듯, '조중동'식 논리구조가 펼쳐진다. "미국 쇠고기의 수입 재개가 곧 죽음이라는, 이쯤 되면 사형수에게 미국 쇠고기를 먹이자는 말이 나올지도 모를" 정도로 "광우병 괴담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데, 그 배후에는 쇠고기 수입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특정세력, 좌파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주둥아리" "우려먹었다"... 에디터 칼럼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들

 

그 표현 수위는 상당히 과격하다. "이렇게 쓰니 벌써 광우병의 ㄱ자도 모르는 놈이라는 아우성이 들려온다. 그 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고 주둥아리를 놀리고 있구나"나 "그들(좌파 세력)은 이번에 한 건 잘 우려먹었다고 할지 모르나 남은 건 역풍뿐"이란 표현도 있다.

 

"주둥아리"나 "우려먹었다"도 '에디터 칼럼'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들이다. "쇠귀에 경읽기란 속담을 이젠 광우병 걸린 소의 귀에 경 읽기로 바꿔야 할 것 같다"는 마무리로 좌파 세력을 '광우병 걸린 소', '미친 소'로 비유한 대목 역시 인상적이다. 물론 '단골 메뉴', "일부 방송의 무책임한 보도" 역시 빠지지 않는다.

 

"이런 무시무시한 주장이 특정 세력의 머리에서 나와 손가락을 타고 인터넷의 바다를 유린했다. 인터넷은 속성상 그렇다 치더라도 일부 방송의 무책임한 보도는 설명할 길도 없다. 괴담의 기폭제가 된 MBC 'PD수첩'은 문제 논문의 저자를 사전에 만났는지도 궁금하다. 논문은 한국인의 유전자와 광우병 발병과는 연관이 없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광우병 보도를 쏟아내면서 걷지 못하는 미국 소의 모습을 수없이 틀어댔다. 그러나 이 장면은 미국의 한 동물 보호단체가 동물 학대를 고발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광우병 괴담의 원조" 프로그램, 중앙방송도 "우려먹어"

 

그러나 <중앙>은 이런 비판을 할 자격이 없다. "걷지 못하는 미국소의 모습을 수없이 틀어댄" 방송 중에는 '중앙일보 방송', 바로 '중앙방송'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누리꾼 사이에서 떠도는 '광우병 다큐', <중앙> 에디터 표현을 빌리자면 "일부 방송의 무책임한 보도"는 두 가지다. 하나는 물론 MBC <PD 수첩>이고, 다른 하나는 2006년 10월 29일 방영된 <KBS 스페셜>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 미국 쇠고기 보고서'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의혹"으로, "광우병 괴담의 원조격"으로 지명한 바로 그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전파하는 누리꾼들 중에 어떤 사람은 이렇게 적고 있다.

 

"광우병 관련... Q채널 방영되었으나 묻혀버린 자료입니다."

 

Q채널, 바로 <중앙> 소유인 중앙방송의 채널이다. 이는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란 클로징 멘트가 흐르고 먼저 '공급 KBS 미디어'란 자막이 보인다. 그리고 뜨는 자막.

 

기획 : 대한민국 종합미디어 그룹 중앙일보 중앙방송

 

 

중앙은 "이제 와서 딴 소리 하지 말라"

 

'특정 세력'식으로 정리하면 팩트는 이렇다. "대한민국 종합미디어 그룹 중앙일보 중앙방송"이 "광우병 괴담의 원조격"인, "무책임한 보도"를 "잘 우려먹었다". "광우병으로 머잖아 온 나라 국민의 머리에 구멍이 송송 뚫린다는 공포를 연출한" 프로그램을 "잘 우려먹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딴 소리다.

 

'아예 미국 여행 금지를 외쳐라'란 칼럼을 쓴 <중앙> 심상복 경제부문 에디터는 글 첫 머리에 "2007년 2월 3일 나는 바로 이 자리에 '뼛조각은 억지다'란 제목의 글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적어도 자신은 '조중동이 그때와 지금이 다르다'는 식의 비판에서 자유롭다는, 당당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러나 <중앙>은 절대 그렇지 않다. "무책임한 보도"를 "잘 우려먹은" <중앙>의 '괴담 비판'은 억지다.


태그:#광우병, #중앙, #조중동, #촛불시위, #Q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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