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6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촛불을 든 여중생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6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촛불을 든 여중생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7일 오전 9시경 경기도 성남 분당구 소재 고등학교에 분당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의 경찰관 2명이 방문했다. 현재 학생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괴담 문자 메시지'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경찰들의 방문을 받은 해당 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찰들이 학생들이 문자를 받았는지 여부를 물어 학생부장으로부터 확인해보니 받은 사람들은 있다고 하더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 학교 학생이 그로 인해 피해를 본 것도 아니고, 보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찾아와 아주 당황했다"며 "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황당함을 토로했다. 

이 같은 일은 성남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 분당경찰서 사이버 경찰팀은 "일부 언론이 보도한 바와 같이 SMS를 통해 허위 내용의 문자가 유포돼 현황 파악 위해 관내의 학교를 조사한 것"이라며 "지금은 언론이 너무 많은 관심을 보여 일단 중지한 상태"라고 밝혔다.

경찰과 검찰이 인터넷 및 문자메시지를 통한 광우병 관련 '괴담'에 대해 강경 방침을 세운지 하루 만에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광우병 괴담 문자메시지 유포하면 실정법으로 처벌?

김도연 교육기술과학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미국산 소고기 전면 수입개방에 따른 학생들의 촛불집회 참가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한 전국 16개 시·도교육감 긴급 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도연 교육기술과학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미국산 소고기 전면 수입개방에 따른 학생들의 촛불집회 참가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한 전국 16개 시·도교육감 긴급 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대검찰청은 지난 6일 오후 권재진 차장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인터넷·문자메시지를 통해 광우병 관련 '괴담'을 고의로 유포하는 것에 대한 수사방안을 논의했다. 간부회의에서는 처벌에 대한 법리검토와 수사지휘는 검찰이, 수사는 경찰이 분담해 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 통신을 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전기통신기본법 47조나 명예훼손죄·업무방해죄 등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검·경이 주목하고 있는 문자메시지 내용은 ▲MBC PD수첩 시청 권유 ▲0교시 수업 반대를 위한 5월 17일 전국 등교 거부 운동 권유 ▲촛불문화제 참여 권유 ▲독도 포기설 ▲광우병 관련 인터넷 검색 권유 등이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7일 16개 시도교육감들을 소집해 대책회의를 열고, "중고생들이 촛불집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인터넷이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학교 휴교설'이 떠도는 등 혼란이 커지고 있다"며 "학생들이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않도록 일선 학교에서 지도해달라"고 당부할 예정이다.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자신들이 불리하면 다 괴담으로 밀어붙인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네티즌 '감개무량'은 "국민들이 아직도 바보인지 아나보다"며 "정부가 괴담으로 몰고 가 본질을 흐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티즌 '헤라'는 "12.12 사태, IMF의 주역들은 늘 국민들을 배후 음모설, 유언비어에 현혹돼 사리분별 못하는 하등 국민 취급한다"며 강도 높게 성토하기도 했다.

"무조건 단속·통제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 안 돼"

네티즌이 중심이 된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지난 2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 부근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을 규탄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밤 9시가 넘어서까지 참가자들이 해산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찰병력이 도로쪽을 가로막고 있다.
 네티즌이 중심이 된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지난 2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 부근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을 규탄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밤 9시가 넘어서까지 참가자들이 해산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찰병력이 도로쪽을 가로막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청소년단체 및 인권단체들도 "정부가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견 표현에 대해서 공권력의 잣대를 들이대려고 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21c 청소년공동체 '희망'의 유혜선 간사는 "학생들 사이에서 '촛불문화제 참여 권유' 문자 뿐 만 아니라 '롯데마트·롯데리아 불매 권유' 문자 등 여러 가지 문자메시지가 유포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 간사는 "그런 문자메시지가 돈다고 해서 정부가 사법처리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상상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며 "지난 6일 촛불문화제에서도 교사들이 나와 학생을 감시했는데 이는 학교와 경찰이 자신의 건강과 미래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학생들의 입을 막겠다는 뜻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다산인권센터의 박진 상임활동가는 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떤 실정법을 갖다 대더라도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막을 수는 없다"며 "정부가 학생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무조건 단속하고 통제하려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의 오창익 사무국장은 "유치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전형적인 공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오 사무국장은 "형사처벌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그 침해가 구체적이고 합리성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괴담'은 그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전에는 온갖 '괴담'에 대해 형사처벌 이야기도 꺼내지도 않았을 검·경이 대통령에 부담이 되니깐 나선 것 아니냐"며 "지금이 무슨 1970년대인가"라고 한탄했다.

또 "어린 학생들을 지도하고 교육할 생각을 않고 처벌 대상으로 생각해 일선 학교를 방문한 것은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 될 것"이라며 "정권 초기부터 귀와 마음을 닫고 옹졸한 행동을 하고 있는 이 정부는 국민들에게 상처만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태그:#광우병 쇠고기, #광우병 괴담, #촛불문화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