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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오후 2시 넘어서 도착한 까닭에 대통령님의 모습을 멀리는 보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만 했습니다.
▲ 봉하마을 오후 2시 넘어서 도착한 까닭에 대통령님의 모습을 멀리는 보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만 했습니다.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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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6년 전인 2002년 12월. 저는 이번 16대 대통령에는 퇴임 후 국민들 가까운 곳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 선출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의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경호원과 전투경찰들에 둘러쌓여 그들이 없으면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대통령이 아닌, 국민 누구든지 마음 편하게 만날 수 있는, 퇴임 이후가 더 떳떳한 대통령 말입니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귀향한 경남 봉하마을에서 전해져오는 여러 이야기가 제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평일에도 수천 명의 방문객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둘러 보는 모습과 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 발가락양말을 신은 모습, 그리고 하천 주변에서 쓰레기를 줍는 모습들.

요즘 같이 웃을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앞이 보이지 않는 때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마주한 사람들의 얼굴은 세상 근심 걱정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일 정도로 해맑은 모습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봉하마을을 꼭 찾아가보리라 마음으로 다짐하고는 했습니다. 그런 바람대로 지난 5월 5일인 어린이날, 저는 남편, 아들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와 사저가 있는 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아이는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아빠와 대통령 생가에 다녀왔습니다. 때문에 모처럼 맞은 황금연휴에 굳이 많은 사람들로 붐빌 봉하마을을 또 다시 찾는 게 유난히 번잡함을 싫어하는 남편이 썩내켜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우리 오늘 봉하마을에 다녀오면 안될까요?"하고 물었더니, 남편은 의외로 "그렇게 하지"하고 대답했습니다.

제가 사는 창원에서 장유를 거쳐 봉하마을 근처까지 도착하기까지는 채 30여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워낙 많은 차량들이 줄지어 선 까닭에 가다가 멈추고, 가다가 멈추고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일찌감치 길가에 차량을 주차하고 걸어가는 사람들보다 더 느린 속도에 남편은 별안간 차선을 바꾸어 '봉화산 입구'라는 표지판이 세워진 근처에 주차를 했습니다.

"그냥 걸어가는 것이 빠르겠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참을 걸어 봉하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10여 분을 걸었을까 앞쪽 산모퉁이 저편으로 노란 건물이 삐죽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이제 거의 다 도착한 것 같습니다.

봉하마을 가는 길 저 편 산모퉁이를 돌면 봉하마을이 있습니다.
▲ 봉하마을 가는 길 저 편 산모퉁이를 돌면 봉하마을이 있습니다.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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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분을 걷다보니 산모퉁이 저편에 노란 건물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그 건물 앞에서는 어린이날을 맞이해 어린이들에게 노란 풍선을 선물로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봉하마을로 들어서 길게 줄 지어 선 사람들을 따라가다 보니 때 맞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발디딜 틈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앞선 사람들에 가려 사진촬영조차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이 남편의 도움으로 간신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은 불과 2~3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먼길을 찾아와 아예 모습은커녕 목소리도 듣지 못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사람들에 비해서는 우리 가족은 그나마 행운이었습니다.

봉하마을 운이 좋겠도 도착하자 마자 멀리 노무현전대톨령님의 모습이 보입니다.
▲ 봉하마을 운이 좋겠도 도착하자 마자 멀리 노무현전대톨령님의 모습이 보입니다.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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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그 모습을 보자마자, 금새 뒤돌아서 사저로 들어가는 노무현전대통령
▲ 봉하마을 그 모습을 보자마자, 금새 뒤돌아서 사저로 들어가는 노무현전대통령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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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리를 떠난 후, 아쉬운 마음으로 사저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습니다. 앞선 두 연세 지긋하신 60대 아주머니께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니, 저 집이 여론에서 몇 백억을 들여서 호화판으로 지였다고 떠들었던 그 집이야? 어찌 그렇게 헛소문들을 내는지..."
"그러게 말이야."

대통령 사저 바로 앞에 위치한 생가에도 들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지만 감나무가 서 있는 마당하며 사람을 끌기에는 그리 특별한 것도 없어 보였습니다. 생가 처마 밑에는 요즘 쉽게 볼 수 없는 제비집 두 채가 사이좋게 나란히 있었습니다. 오랜된 화장실하며 감나무 밑에는 잠시 주인이 집을 비웠는지 개집 하나가 덩그라니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봉하마을 노무현전대통령 생가 처마밑에 사이좋게 나란히 자리잡은 제비집 두 채
▲ 봉하마을 노무현전대통령 생가 처마밑에 사이좋게 나란히 자리잡은 제비집 두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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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저 집의 주인은 어디로 갔을까요? 생가 감나무 밑에 자리잡은 개집
▲ 봉하마을 저 집의 주인은 어디로 갔을까요? 생가 감나무 밑에 자리잡은 개집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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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저와 생가를 둘러보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좀 더 가까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지 못한 까닭에 아쉬운 발길을 돌려 떠나와야 합니다. 이제는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낯익은 노란 건물을 살펴봅니다. 그 시간에도 끊임없이 봉하마을을 찾아오는 차량 행렬과 돌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습니다.

봉하마을 봉하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는
▲ 봉하마을 봉하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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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0여 분을  걸어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왔습니다. 근처에 편의점이라는 상호보다 상점이라는 간판이 더 어울려 보이는 가게가 있습니다. 가게에 들러 잠시 피곤한 다리를 쉬게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으로 땀을 식혀 봅니다.

연세가 지긋하신 편의점 주인 아저씨가 묻습니다.

"그래, 노무현대통령은 뵙고 가시는 겁니까?"

두명의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젋은 부부가 냉큼 대답을 합니다.

"예~ 대통령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평소에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옵니까?"
"그럼요~ 평일에 몇천명씩 찾아 옵니다."
"그럼 이 가게에도 매출이 많이 올랐겠네요~"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예전보다 매출이 많이 올랐지요"하며 밝은 웃음을 짓습니다. 2년 전 '대통령 편의점'으로 간판을 달려다가 "령"자를 빼고 '대통편의점'으로 했다는 주인 아저씨. 편의점 앞에 있는 연못에 이제 곧 연꽃이 심어져서 시간이 조금 지나면 지금보다 볼거리가 더 많아질 거라고 자랑을 합니다.

봉하마을 2년전 간판을 달았다는 인근 편의점.
▲ 봉하마을 2년전 간판을 달았다는 인근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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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다리를 잠시 쉬게 했던 편의점을 나와 길가의 연못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연못 저편에는 여전히 봉하마을을 찾아오는 차량들이 길게 줄을 잇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없는 봉하마을이라 해도 저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올까요? 특별한 먹을거리도, 그다지 볼거리도 없는 이 작은 마을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은 꼭 말을 통해서만은 아닌 듯 합니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국민들 마음으로 와 닿는 그런 진정성을 가졌기에 많은 사람들이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봉하마을을 찾는 것은 아닐까요? 비록 퇴임 이후지만 국민들과 더 가깝게 마주 설 수 있는 당당한 전임 대통령이 있어서 저는 자랑스럽습니다.

주변을 살피다보다  편의점 바깥벽에 신기한 우편함이 있습니다. 웬만한 정성으로는 만들지 못할 우편함을 바라보니 이런 생각이 가만히 자리를 잡습니다.

저 우편함에 기쁜 소식이 가득 쌓이듯, 봉하마을을 찾아 오는 많은 사람들 마음마다에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발걸음 가볍게 돌아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요.

ⓒ 한명라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블러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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