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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3일 울산에서 기간제 교사를 정교사로 채용해주겠다는 것을 미끼로 하여 16명으로부터 1억5000만원이 넘는 금품을 챙긴 사람이 구속되어 사회를 놀라게 했다.

기간제 교사를 둘러싼 이런 부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6년에도 경기도에서 기간제 교사 11명에게 수도권 사립학교에 정규직 교사로 채용시켜 주겠다며 1인당 2200만원에서 3500만원씩 모두 3억5000여만원을 가로채서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이런 일들이 세상에 알려지지만 않았지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임금도 적게 받고, 방학 중 월급도 못 받으며, 퇴직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뿐 아니라 4대 보험 혜택도 제대로 못 받는 비정규직 교사에게 정교사 전환은 뿌리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임에 틀림없다.

이런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한 그들만을 탓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 잔인한 것은 아닐까?

신규 임용 교사의 85%가 기간제 교사

:07년 임용된 사립의 신규교원 중 6명 중 5명인 85%가 비정규직 교사였다. 누구를 위한 비정규직 교사의 양산인가? 이것이 MB정부의 4.15 학교 자율화의 또 다른 실상이다.
▲ 비정규직 채용 현황 :07년 임용된 사립의 신규교원 중 6명 중 5명인 85%가 비정규직 교사였다. 누구를 위한 비정규직 교사의 양산인가? 이것이 MB정부의 4.15 학교 자율화의 또 다른 실상이다.
ⓒ 김행수 편집. 자료 안민석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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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과학부는 0교시·우열반·야간 보충수업·사설학원 학교 수업 등을 금지하고 있던 29개 지침을 불필요한 규제라는 미명 하에 일제히 폐지했다.

그렇게 폐지된 29개 지침 중에 '계약제교원 운용지침'이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교육계의 무분별한 비정규직교사의 양산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던 이 지침이 과연 학교장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규제인가에 대해서 교육계는 의문을 표시한다.

2007년 국정감사 자료(자료: 통합민주당 안민석 의원실)에 의하면, 작년에 신규 채용된 사립학교의 교사 중에서 무려 85%가 기간제 교사라고 한다. 그러니까 신규 채용 교사 6명 중 5명이 기간제교사라는 의미이다.

여기에 보고되지 않은 강사까지 포함하면 그 수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부산과 제주도 등에서는 비정규직 교사의 비율이 15%를 넘어섰고, 서울의 일부 학교에서는 비정규 교사가 30명에 육박하기도 한다.

적은 임금으로 교사를 통제하는 수단으로서 비정규직 교사 양산은 사학재단과 학교장들에게는 달콤한 유혹이다. 정부마저 '자율권 강화'라는 이름으로 이사장과 학교장에게 이런 권한을 준다고 하는데 이를 마다할 이사장과 교장이 얼마나 있을까? 그러나, 비정규직 교사의 양산은 필연적으로 교육의 질 저하를 가져와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의 인간적인 믿음이 전제로 되어야 하는데, 학생들이 그들의 선생님이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이런 인간적인 믿음은 사라진다. '뭔가 부족해서, 실력이 없어서 정교사가 되지 못했다'는 선입견은 수업과 학생지도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또한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신분의 불안은 수업의 연속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임용고시나 다른 직장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비정규직 교사의 입장에서 수업 준비와 학생 지도에만 전념할 수 없게 만드는 것도 필연적이다. 이렇듯 비정규직 교사의 무분별한 증가는 교사 자신을 위해서도, 학생을 위해서도, 교육을 위해서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육계의 88만원 세대들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전교조 조합원들이 지난 1월 25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 공원에서 열린 '이명박 교육정책 전면수정 촉구 교사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교조 조합원들이 지난 1월 25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 공원에서 열린 '이명박 교육정책 전면수정 촉구 교사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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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 증가에 의한 사회 양극화가 전 사회적인 화두이다. MB 정부에서는 노조 가입률 10%밖에 안 되는 우리 노동자들이 과보호되고 있다고 하면서 노동유연성 강화를 이야기한다. 노동계뿐 아니라 교육계에도 이런 MB 정부의 인식은 그대로 적용되어 계약제교원운용지침도 규제라고 생각하여 폐지해 버린 것이다.

비정규직 교사 중 특히 시간 강사는 다른 교사와 똑같은 시수의 수업을 하고도 한 달 임금이 80만~90만원 밖에 안 되는 이른바 교육계의 88만원 세대이다. 그나마 방학에는 임금도 나오지 않고 교원으로 인정되지도 않고 교육 경력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고도 언제 학교를 그만 두어야 할지,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를 늘 걱정해야 한다.

비정규직 교사들은 비정규직법에 의한 2년 계약 후 정규직화의 적용도 받지 못하고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자동 해고이다. 4년이 지나면 그 학교에서 정규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으로도 더 이상 근무할 수 없는 교육계의 88만원 세대들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 교사 제도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비정규직 교원의 채용 사유를 사립학교법이나 교육공무원법의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제한하여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만 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 지침을 통해 비정규직 교원의 채용 사유, 임금, 복무 등에 대해서 규정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했는데 사학재단과 학교장들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무분별하게 비정규직 교사를 양산해 왔다.

그런데 MB 정부는 이마저도 학교장 자율에 맡기겠다고 한다. 시도교육청은 한 술 더 떠 강사에 대한 기간 제한도 없애고, 교사 자격증 없는 사람도 강사 임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나섰다. 현재 차별받는 것도 서러운 이들 비정규직 교사들을 더욱 서럽게 하는 것은 그들을 보호해야 할 MB정부의 교육당국이 아닌지 심각하게 의심해 봐야 한다. 이런 비정규직 교사의 서러움은 학교 자율권 강화라는 명분하에 시행된 MB 정부의 학교 자율화 정책의 슬픈 현실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사립학교 개혁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입니다.



태그:#비정규직, #학교자율화, #교육정책, #기간제 교사, #비정규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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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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