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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 윤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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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자유인'으로 문학평론가와 민족문제연구소장 등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재야인사로 살아온 임헌영(67) 선생을 지난 4월 10일 언론재단 회의실에서 만났다. 인터뷰를 통해 남북통일의 문제, 한국 언론의 현실과 문제점에 대한 견해와 과거사 청산 문제 및 친일인명사전 발행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임헌영 선생은 41년 경북 의성 출생으로 65년 중앙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경향신문> 기자와 월간 <다리> 주필 등으로 언론계에 재직했고, 74년과 79년 유신정권에 의해 투옥되는 등 고초를 당했다. 현재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중앙대 국어국문과 겸임교수, 세계한민족작가연합 상임대표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 선생님은 평생을 친일 및 민족 문제 연구와 통일 사업에 전념하셨습니다. 이에 대한 관심의 배경은 무엇이고 최근 근황은 어떠신지요?
"저는 평생 생계를 위한 안정되고 고정된 직장을 가져본 적이 없는 '자유인'으로 살아왔습니다. 본업은 문학평론가라는 직함으로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고, 주로 재야 시민운동단체 등에서 활동했습니다. 지금 주력하고 있는 일은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으로 올해 8월 29일 국치일에 발간 예정인 '친일인명사전' 작업과 지난 2월에 새로 발족한 '세계한민족작가연합'의 상임대표로 전 세계 1500여 동포문학인들을 포괄하는 한민족 문학의 이론적 모색을 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1941년 경북 의성 출생인 저는 아홉 살 때 6·25전쟁을 맞았습니다. 해방공간과 전쟁을 통해 우리 가족은 엄청난 비극과 고통을 겪었습니다. 46년 '대구 10·1사건'과 50년 전쟁 이후 '보도연맹' 사건에 연루된 아버님과 작은아버님의 실종과 10살 위인 큰형님의 월북 등 온 가족이 엄청난 소용돌이 역사의 한복판에 있었습니다. 저는 아버님과 작은아버지의 무덤이 어딘지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우리 세대가 겪은 비극을 후손에게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제 삶을 지배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민주화되고 통일된 조국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해방 이후 새로운 조국을 건설하는 데 한국 내에 남아 있는 친일잔재의 해결과 과거사 청산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한․일 근대사의 쟁점과 과제를 연구 해명하고, 과거사 청산을 통해 굴절된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학문과 운동이 합쳐진 '민족문제연구소'에 참여해 활동해 왔고, 문학평론가로서 글쓰기 작업과 재야운동가로서 고난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나의 펜은 언제나 민주·평화·통일의 문제와 함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경향신문> 기자 등 젊은 시절 언론계에 몸담으면서 느끼신 점은 무엇입니까?
"저는 1968년 <경향신문>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경향신문>은 이승만 정권에서는 정부 비판 성격이 강한 야당 성향의 신문이었으나, 5·16 군부세력에 의해 친정부 언론으로 전락한 시기였기 때문에 기자 생활에 많은 회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는 중앙정보부 언론담당 직원이 대놓고 기사에 대한 간섭 및 통제가 수시로 자행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기자직에 대한 자부심과 무력감이 더해 갔습니다.

당시 기자협회보는 대 정부 언론투쟁의 선봉에 서 있었기 때문에 기자협회보 편집위원을 하면서 대학 선배였던 정진석 당시 기자협회보 편집실장, 김영성 사무국장 등과 어울렸고 언론을 비판하는 기고도 했습니다. 그 후 1970년 정부 비판 성격이 강한 월간 <다리> 주간을 했고, 유신정권에 의해 72년 폐간될 때까지 언론계에 있었습니다. 그 후 유신정권에 의해 1974년 소위 '문학인 사건' 조작에 연루되었고, 1976년 '남민전'에 참여하여 투옥되는 등 박정희 독재정권에서 고난의 길을 걸었습니다. 제가 언론계 생활을 했던 유신 시기는 지사적 언론인들이 군부 독재와 항거하던 마지막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언론이 독자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한국 언론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현재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언론인들이 언론 사주의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일부 언론이 전달하는 기사는 사실에 입각한 진실이 아닌 소설이나 픽션의 수준으로 심각하게 왜곡되어 독자들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언론인들의 정치권력과 자본에 의한 예속화는 큰 문제입니다. 언론인들은 유신시대까지 일부 남아 있던 지사형 기자상이 사라지고 80년대 군부 독재를 거치면서 언론인들이 정치권력에 편입되어 자발적으로 예속화되는 과정을 겪습니다. 그러나 민주화 과정을 겪으면서 일부 언론은 사주가 보도의 방향과 방침을 전횡하는 시대가 됩니다.

언론인의 바람직한 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현실이 된 것 같습니다. 참된 언론인은 '영원한 자유주의자'가 돼야 하고 '영원한 영혼의 방랑자'여야 합니다. 어디에도 예속되지 말고 통제로부터도 벗어나야 합니다. 근간에 언론인들이 현직에서 기사를 쓰다가 곧바로 정치권력으로 이동하는 폴리널리스트(Polinalist)들이 양산되고 있는데 이러한 양태는 언론인 스스로가 언론윤리강령이나 제도적 장치를 통해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평생을 문학평론가로 살아오신 선생님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 언론의 기사 문장이나 문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독립신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의 언론은 문장 기교면에서는 엄청난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그 발전이 기사의 객관적 리얼리즘적 관점에서 기사 문장의 발전이라기보다는 단어 한두 개나 형용사로 독자의 의식을 현혹하고, 바꿀 수 있는 계몽주의적 의식화 기사문의 발전이라고 봅니다. 즉 일부 언론은 객관화된 리얼리즘적 차원의 기사 문체가 아니고 픽션의 차원에서 진실의 왜곡 수준을 넘어 소설적으로 기사를 쓴다는 사실입니다.

즉 허위를 포장하는 문장력과 편향되고 의도된 기사 문장이 마치 올바른 보도의 자세인 것인 양 각 언론사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앞으로 시민사회단체 및 언론학자들이 개척해야 할 매체비평의 분야는 왜곡되고 편향된 문장 및 보도 내용에 대해 객관적 리얼리즘에 입각해 언론이 보도하는 양태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헌영 선생 주요 이력 및 저서
1941년 경북 의성 출생
1959년 안동사범학교 졸업
1959-60년 초등학교 교사
1961-65년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입학, 졸업
1965-68년 중앙대 대학원 현대문학 전공
1966년 <현대문학>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
1968-70년 <경향신문> 기자
1970-72년 월간 <다리>(1972년 10월 유신으로 폐간) 주간
1972-74년 중앙대 등 강사
1974년 긴급조치 '문학인 사건'으로 투옥
1979-83년 '남민전' 사건으로 투옥
1986년-89년 역사문제연구소 부소장
1988년 한국문학 작가상 평론부문상 수상
1990-92년 <한길문학> 주간
1992년 EBS(교육방송) '문학의 세계' 진행. 우수프로그램상 수상
1996-2002년 참여연대 참여사회아카데미 원장
1997-2003년 <한국문학평론> 주간
1998년 복권
1998-현재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겸임교수
2000-2003년 민족문제연구소 부소장
2003-현재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
2003-2005년 KBS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2003-현재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2006-현재 월간 <에세이플러스> 주간
2006-현재 계간 <서시> 주간
2006-2007년 한국문학평화포럼 회장
2008-현재 세계한민족작가연합 상임대표

주요저서 : <문학의 시대는 갔는가><민족의 상황과 문학사상><한국현대문학사상사><문학과 이데올로기><변혁운동과 문학><분단시대의 문학><자유인에서 자유인으로><변혁주체와 한국문학> 외 다수
- 한국 언론의 민족문제 및 통일문제 보도에서 문제점은 무엇인지요?
"언론보도에서 민족 및 통일문제, 과거사 청산, 대일 관계 등의 보도를 보면 우리 국민에게 큰 관심이 되는 뉴스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소홀히 취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자들의 안목과 교육이 이미 길들여진 기득권 제도에 편입되어 있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통일문제 보도는 분단 고착화라는 가치관에 입각해 아직까지 냉전적 시각에서 무조건 모든 잘못은 북에 있다는 식으로 보도를 합니다. 기자는 사안별로 사실적 객관주의에 입각해 통일지향적인 보도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상대편 당국과 주민들에게 불신감을 심화시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또한 최근 일본의 외무성이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는 내용이나 일제 강제징용 노무자의 신일본제철 보상 소송패소 문제, 김구 선생님과 유관순 열사를 비방하고 친일파를 옹호한 사건의 재판 등의 내용은 거의 다루지 않고 보도되지 않는 현실은 언론의 역할을 포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민족문제'는 민족과 국가의 기본 생존 원리이기 때문에 이러한 중요한 내용을 심층적으로 다루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현 정부의 과거사 관련 위원회 폐지 및 과거사 청산 문제 등에 대한 선생님의 입장은 무엇인지요?
"어느 국가와 민족도 진정한 과거사 청산 없는 사회의 선진화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즉 과거사 청산 작업을 완료해야 진정한 사회통합과 민주주의가 실현 가능하고 대한민국이 인권국가로 거듭날 수 있는 것입니다. 선진 유럽에서 독일은 지난 과거를 비판하는 지성과 용기가 있었기에 전후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도덕적인 측면에서도 유럽의 지도적 국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우리 현대사의 불행했던 과거 극복을 위해서는 진정한 과거 청산 작업이 필요합니다. 일제 강점기의 반민족적 친일 행위에 대해, 한국 전쟁 당시 좌우를 막론하고 저질렀던 비인간적 행위에 대해, 민주화 운동 과정 및 군대에서의 의문사 등에 대해서 과거를 은폐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일류국가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21세기 문화의 세기에 경제발전은 학문 예술 문화 교육 등 모든 것이 아우러진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고 진정한 실용주의 정신은 과거의 올바른 성찰과 반성 속에 가치관이 정립될 때 가능한 것입니다.

현재 활동 중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일제하강제동원진상규명,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 군의문사진상규명 관련 위원회 등의 폐지는 시대착오적이며 반민주적인 행위입니다."

- 민족문제연구소가 추진하고 있는 '친일인명사전'의 발행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4월 말 친일인명사전에 들어가는 확정 명단을 발표합니다. 2차 친일인명 명단을 발표해 당사자나 유족이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준 뒤 오는 8월 29일 국치일에 맞추어 친일인명사전을 발행하려고 합니다. 선정 기준은 일제의 국권침탈에 협력한 자, 식민통치기구에 참여한 자, 항일운동을 방해한 자, 황민화 정책·침략전쟁에 협력한 자 등입니다.

친일문제에 대한 작업은 나라를 없애고 민족 말살에 협조한 인사에 대한 조사 작업입니다. 친일인사에 대한 연구조사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찬성이나 반대의 토론 대상이 아닙니다. 즉 친일인명사전은 그 어떤 정치권력이나 정파에 의해 이용되거나 활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친일인명사전을 정파적 시각으로 이용하는 것 자체가 민족을 말살하는 것이고, 제2의 친일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 선생님이 가장 존경하는 언론인은 누구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가까이서 접하고 존경한 언론인은 리영희 선생님과 송건호 선생님입니다. 리영희 선생님의 저서 <대화>에도 언급됐듯이 리영희 기자는 자기 출입처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자였습니다. 그 이유는 출입하는 기관의 어떤 실무담당자보다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누구보다도 더 성실히 공부하는 기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또한 도덕적으로도 어떤 촌지와 부정도 거부하는 대쪽 기자였습니다. 특히 기사의 정확성과 편견을 배제한 객관적 리얼리즘에 입각한 글쓰기에 투철한 분이었습니다. 리영희 선생님은 진실과 이성의 빛으로, 글과 사상과 용기로 한국사의 변화에 기여해 온 참스승입니다.

송건호 선생님은 지사적 언론인의 한 분이셨습니다. 법대를 나와 언론인으로 생활하셨고, 사학자로 한국의 근현대사뿐만 아니라 문학에 이르기까지 많은 관심과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송건호 선생님은 <해방전후사의 인식>(1979년)이라는 책에서 8·15 해방의 의미와 '민중이 주체가 되는 역사'로의 해방을 논의하는 등 언론인으로서의 올바른 삶과 함께 역사가의 면모를 보여 주신 분입니다. 선생님은 고서점의 단골이셔서 저와는 그곳에서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국 언론인의 사표이신 분입니다."

덧붙이는 글 | 참말로, 대자보 등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윤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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