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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배임 사건 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전반에 대해 조사를 받기 위해 특검에 출두하고 있는 이재용씨.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배임 사건 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전반에 대해 조사를 받기 위해 특검에 출두하고 있는 이재용씨.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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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불법 경영권 승계는 사전 치밀한 시나리오에 따라 이건희 회장의 '감독' 아래 이뤄졌다."

삼성 특검팀이 이건희 회장 등 삼성 수뇌부 10명을 기소하며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담겨있는 수사 결론이다. 그러나 특검팀은 지난 17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 때 이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군대처럼 일사분란하고 치밀하게

특검팀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 회장의 비서실은 이재용 남매의 재산증식과 경영 지배권 확보 과정을 '회장 재산현황 보고'라는 문서로 사전에 이 회장에게 보고했다. 특히 이 비서실은 "상명하복의 유기적 조직체"로서 명령에 복종하는 군대조직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고 한다.

또한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재무팀의 기획으로 이뤄진 이재용 전무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3년 동안의 치밀한 준비작업을 통해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장이 초기 종잣돈 30억원을 이 전무에게 증여하고, 삼성 재무팀은 내부정보를 이용해 곧 상정될 예정이거나 돈이 될성싶은 주식을 사들여 이 전무의 재산을 '뻥튀기'했다.

1996년 말 삼성에버랜드.삼성SDS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로 이 전무의 승계작업은 마무리 됐다. 이 전무가 세금도 내지 않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둔 것은 재무팀의 치밀한 사전 시나리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건희 회장이 1970년대 미리 짜여진 각본에 따라 이병철 전 회장으로부터 '한국 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호황으로 떼돈을 벌어 후계 구도를 완성한 구조와 흡사하다.

자산 규모나 형태 등에 있어 <동아일보>를 삼성에 빗댈 바는 아니다. 그러나 재벌가에서 벌어지는 '부의 상속'이 얼마나 교묘하게 진행되는지 비교해 볼만 하다. 특히 <동아일보>는 불법성이나 부도덕성의 사회적 파급 효과를 떠나, 삼성에 비해 상당히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김병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동아일보>를 창간한 인촌 김성수의 손자이자, 김상기 전 <동아일보> 회장의 아들이다.

11살 때 3000평 땅 살 돈이 통장에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 연합뉴스 배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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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국 수석의 장남은 서울 신림동 한 야산의 6900㎡를 20년전 할아버지 김성수로부터 증여받았다. 당시 김 수석의 장남은 태어난 지 3개월 밖에 안됐을 때다. 김 수석의 차남 역시 생후 백일이 안 돼 할아버지로부터 서울 성북동 땅을 받았다.

이렇게 김 수석의 두 아들은 지난 20여 년간 10여 차례에 걸쳐 서울과 강원도 홍천의 밭과 임야, 대지를 증여받게 된다. 당시 이들이 증여받은 땅은 면세대상으로 증여세 자체가 없거나 증여세를 내도 액수가 미미했다. 땅을 잘게 쪼개서 증여하면 세금을 조금밖에 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부모가 손자에게 주는 '세대생략 증여'는 일반증여보다 30% 세금이 더 붙지만 아들을 한 번 거쳐, 두 번 증여세를 내는 것보다는 40% 세금이 줄어든다. 이제 김 수석의 두 아들은 20대 초반이 됐고, 그들이 받은 부동산은 공시지가로만 9억원이 넘는다.

김병국 수석 역시 이런 식의 증여방법으로 재산을 불렸다. 김 수석은 30년 전 경기도 성남의 임야 2만9700㎡(9000여 평)을 부친·남동생과 공동매입했다. 당시 김 수석의 나이는 11살, 동생은 10살에 불과했다. 김 수석은 지난 24일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후 이 땅에 대해 논란이 일자, "아버지가 내 통장의 돈을 빼 땅을 샀다"고 밝혔다.

당시 김 수석의 명의만 빌려준 것이면 명의신탁에 걸리고, 증여액이 50만원 미만이면 세법상 비과세가 인정되지만 그 이상이면 부동산실명제법 등을 어겼다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부동산실명제법은 1995년에 제정됐고, 세법상의 공소시효도 지났기 때문에 법적 처벌은 비켜섰다.

통장 자금의 출처에 대한 논란은 계속됐다. 김 수석은 "백일, 돌, 생일, 입학식 등 행사 때 친척들이 축의금 등으로 준 돈을 모아뒀던 통장"이라고 재해명했다. 이미 11살 때 직접 임야 3000평을 살 돈을 갖고 있었다는 말이다. 시민단체가 김 수석을 두고 "부동산의 신동"이라고 꼬집는 이유다.

10년 전 김 수석의 부친은 자신의 지분을 두 아들에게 마저 증여했다. 김 수석 가족의 부동산 자산 55억원 중 46억원 가량이 이렇게 증여받은 것이고, 결국 편법 증여 의혹을 샀다.

'위장전입' 사실은 시인했으나...

동아일보를 설립한 인촌 김성수의 손자인 김병국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일대의 임야. 이 지역은 판교신도시 인근으로 땅값이 치솟는 등 땅 취득 경위를 둘러싼 의혹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를 설립한 인촌 김성수의 손자인 김병국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일대의 임야. 이 지역은 판교신도시 인근으로 땅값이 치솟는 등 땅 취득 경위를 둘러싼 의혹이 일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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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뿐만이 아니다. 김병국 수석은 28살이던 1988년 6월24일 충남 아산시에 1만2949㎡의 땅을 샀다. 땅을 살 무렵 김 수석은 미국 하버드 대학 박사과정에서 유학 중이었다. 그러나 이 시기 김 수석의 주소는 땅 인근 지역인 선장면 선창리 4-1번지로 옮겨져 있었다. '통작거리 제한'과 '사전 거주기간 제한' 등 농지 매입자에게 주어지는 제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위장전입'을 통해 땅을 매입한 것이다.

특히 김 수석은 청와대 수석으로 내정된 직후인 지난 2월 22일 문제의 땅을 동생에게 증여 형태로 매각했다. 위장전입을 통해 20년 동안 소유해 왔던 땅을 수석 내정 직후 증여한 것이어서, 재산검증 과정에서 불거질 위장전입 사실을 감추기 위한 의도적 매각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수석은 "미국 유학시절 아버지가 (김 수석의) 의사도 묻지 않고 산 땅이지만 실정법을 어긴 측면이 있다"며 "결국 모든 것이 내 불찰이고 잘못"이라고 해명했다. 일단 위장전입 사실은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그러나 김 수석은 "땅은 동아시아연구원 쪽에 기부하기로 돼 있었는데, 수석으로 내정된 뒤 땅을 내놓으면 특혜 시비 등 논란이 우려돼 먼저 털어버리자는 입장이었다"며 "동생에게 4억5천만원을 받고 5천여만원을 증여세로 냈다"고 밝혔다. '위장전입 사실을 감추기 위한 의도적 매각'이라는 의혹에 대해선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동생에게 돈을 받고 사실상 '매각'을 했음에도 굳이 '증여'로 신고했는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명이 없었다.

이재용과 김병국의 '차이'는?

삼성 특검팀의 불구속 기소로 이건희 회장은 경영권을 내놓았지만 대주주의 지위는 그대로다. 이재용 전무의 지분도 변하지 않았고, 이 전무를 중심으로 하는 후계구도 자체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회장의 막후 영향력은 여전한 셈이다. 삼성은 '공적' 기능보다 '사적' 기능이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박미석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은 땅 투기 의혹에 거짓해명 논란까지 겹치면서 재산공개 4일만에 결국 낙마했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박미석 꼬리자르기'로는 안된다"며 문제가 있는 수석비서관들의 추가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그들이 청와대에 들어와 있는 이상 '사인'이 아니라 '공인'이기 때문에 제기되는 요구다. 김병국 수석의 거취 결정이 주목된다.


태그:#이재용, #김병국, #삼성,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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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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