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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미 전략동맹에 대한 심층진단의 마지막 순서입니다. 본 글은 필자의 졸저 <21세기 한미동맹은 어디로(도서출판 한울, 2008)>의 내용 가운데 일부를 발췌해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또한 필자가 몸담고 있는 평화네트워크에서는 한미동맹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www.peacekorea.org 를 방문해주십시오. 글쓴이 주
19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미2사단장 이취임식 중 사열에 참가한 미군병사들. 19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미2사단장 이취임식 중 사열에 참가한 미군병사들.
 사열중인 주한미군 병사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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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와 부시 행정부가 추진키로 한 한미 '전략동맹'은 한 마디로 미국의 세계전략에 한국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의 공유 및 확산, 테러리즘과 대량살상무기(WMD)가 21세기 핵심적인 문제라는 공동의 위협 인식, 중국의 부상에 대한 경계심 공유 및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군사적 대비의 필요성, 안보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교육 등 포괄적 분야에서 양국의 이익 확대 등은 전략동맹을 가능케 하는 핵심적인 요소들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전략동맹화가 부시 행정부가 강하게 요구해 이명박 정부가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수용한 것은 아니라는 것에 있다. '전략동맹'을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한 당사자는 이명박 정부이고 부시 대통령이 "그거 말 된다"며 수용한 것은 이러한 관계를 잘 보여준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가 한미 전략동맹을 강하게 희망한 배경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자리잡고 있다. 하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와의 차별성 부각이라는 정치적 고려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와 여당을 비롯한 보수층이 자신의 정체성을 미국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한미동맹뿐만 아니라, 영어'몰입'교육 논란, 쇠고기 전면 수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비준 요구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 보수층은 부지불식간에 '한국의 미국화'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식 사고의 내재화가 한미 '전략동맹'을 추구하게 만드는 인식론적 근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동반 3년 근무 프로그램'이 노리는 것은?

최근 한미 전략동맹과 관련해 주목할 것은 주한미군의 근무 기간을 현행 1년에서 가족을 동반한 3년 근무 프로그램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다. 올해 초 주한미군 사령관은 주한미군의 삶의 질 강화와 한미동맹의 격상을 위해 3년 근무 프로그램으로의 전환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미국 의회를 설득했다.

일부 의원들이 3년 근무 프로그램이 추가적인 예산 지출과 미군 운용의 유연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자, 주한미군 사령관은 추가적인 비용의 대부분은 한국이 부담할 것이고, 이미 주한미군이 '순환배치군'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안심시키려 했다. 그리고 미국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는 이러한 프로그램의 추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고 한국 군당국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 주한미군 근무를 가족동반 3년 프로그램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적 의도'는 무엇일까? 이는 지난 3월 12일 주한미군 사령관의 미 의회 청문회 발언에서 잘 나타난다. 벨 사령관은 '3년 근무 프로그램'의 목적이 북핵 문제의 해결, 평화협정, 북미 관계정상화는 물론 심지어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을 집으로 오게 하지 않고 한국에 계속 주둔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의 핵심적인 주둔 근거가 북한의 위협 및 한반도 정전체제에 있는 만큼, 북한의 위협이 해소되고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대체되면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도 설자리가 좁아진다. 반면 3년 근무 프로그램을 비롯해 한미동맹의 제도화의 수준을 크게 높이면, 주한미군 장기 주둔의 '관성'이 강해진다. 3년 근무 프로그램이 한반도 평화체제 시대에 대비한 '예방적 제도화'의 의도를 내포하면서, 주한미군의 영구 주둔을 도모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왔다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물론이고,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주둔을 보장받기 위한 이러한 시도는 북한, 중국, 러시아의 반작용을 야기할 공산이 크다. 이들 세 나라는 미국의 의도가 한미동맹 주도로 한반도 통일을 완성하는데 있다고 보고, 대비책을 세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주한미군의 장기 주둔을 나토의 동진과 같은 맥락으로 바라볼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한미동맹의 북진을 초래할 한반도 통일보다는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한반도가 태평양 건너에 있는 미국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면, 압록강과 두만강을 각각 사이에 두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게는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한국이 진정 19~20세기와는 다른 미래를 설계하고자 한다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에 대한 다른 접근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의 출현?

이명박 시대의 한미동맹과 관련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바로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체제의 등장 가능성이다. 안보구조상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어,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은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또한 세 나라 모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의 일각에서는 북한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며, 한반도 통일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로 이루기 위해서는 한·미·일 세 나라가 공동전선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한·미·일 '남방 삼각동맹'이 북-중-러 '북방 삼각동맹'을 야기해 한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역사, 영토 문제, 대북정책 등을 둘러싸고 일본과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납치 문제로 외교까지 납치당한" 일본보다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에 비중을 두었다.

이에 반해 이명박 정부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의 사과를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발언과 정상간의 '셔틀외교'를 복원하기로 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일관계에 대한 개선 의지가 대단히 강하다. 또한 2003년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6자회담이 시작되면서 중단된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그룹(TCOG)을 재개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일 두 나라 정부가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선호하고 있고 납북자 문제를 비롯한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 역시 양국간의 유대를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3월 11일 외교부 업무 보고에서는 "동아시아 전략적 협력 강화의 일환으로 한미일 3자 협의를 가동해서 이 3자 협의를 통해서 한반도 및 동북아 문제, 뿐만 아니라 범세계적 문제를 협의하는 체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의 강화를 원하고 있다. 일례로 티모시 키팅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지난 3월 11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한·미·일 세 나라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복잡한 우발 상황을 다룰 수 있는 재원(財源)과 병참 역량, 그리고 계획 능력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한·미·일 세 나라 사이의 삼각 협력을 고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테러와의 전쟁'을 비롯한 지역적, 국제적 협력을 증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미·일 세 나라가 특정 정책에 대한 논의 수준을 넘어 전략 대화 수준에 버금가는 협력틀을 모색하기로 함으로써,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질서 전반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미일동맹 및 한미동맹의 재편에 맞서 군사협력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최근 북한과 중국도 양국 관계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미·일 삼각동맹의 출현은 북-중-러 대항 동맹의 등장을 재촉하게 될 것이다. 과연 이것이 한국의 미래 비전과 양립할 수 있을지 이명박 정부는 곰곰이 자문해봐야 한다.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9일 오전(현지시각) 워싱턴 D.C 북쪽 메릴랜드주 미대통령 공식별장인 캠프 데이비드 헬기장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9일 오전(현지시각) 워싱턴 D.C 북쪽 메릴랜드주 미대통령 공식별장인 캠프 데이비드 헬기장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있다.
ⓒ 연합뉴스 박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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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착각'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볼 때, 이명박 정부의 한미 전략동맹 구상은 크게 세 가지 '착각'에 기초하고 있다.

첫째는 미국의 세계전략을 '글로벌 스탠다드'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재론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오늘날 미국의 세계전략에 대한 비판 여론은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상당히 높다. 이는 미국의 세계전략이 '좋은 것'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이 이에 깊숙이 개입되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는 판단을 가능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대외정책의 현실을 "국제적 보편주의 대 한국적 예외주의"로 나누면서 '글로벌 코리아'라는 국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미관계의 창조적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미국=글로벌 스탠다드', '한미동맹 강화=국익'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예외주의의 상징은 다름아닌 미국이다. 예외주의의 대표적인 나라를 좇아가면서 '글로벌 코리아'를 실현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에 콧웃음이 나오는 이유이다. 

둘째는 한국이 미국의 대등한 전략적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착각이다. 진정한 파트너십은 어느 일방이 전략과 정책을 결정해 놓고 상대방에게 따라오라는 식으로 해서는 결코 성립될 수 없다. 진정한 파트너십은 전략과 정책 논의 및 결정 단계에서부터 파트너십이 구축될 때 비로소 확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자신의 세계전략과 이와 연동된 정책 결정은 자신의 주권 사항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파트너십이 구축될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북정책이나 한미동맹과 직접 연관된 사안들에 있어서 한미간의 협의는 존재하겠지만, 대북정책이나 동맹정책보다 상위에 있는 세계 전략을 짜고 정책 결정을 내리는데, 미국이 한국을 협의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비근한 예를 보더라도,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하는 데 한국과 협의를 구하지 않았다. 그저 침공을 강행하고 한국에게 지지와 파병을 요구했을 뿐이다. 또한 한국 안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 예를 들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GPR)를 결정하고 "악의 축" 가운데 하나로 북한을 지목하고 선제공격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한국과 어떠한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 결정은 미국이 독자적·일방적으로 해놓고 동맹이라는 이름하에 한국의 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결코 민주적이지도 균형적이지도 못한 발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의 '세계화'를 주창하고 있다.

셋째는 '팍스 아메리카나'가 지속될 것이라는 착각이다.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론'은 '21세기도 미국의 세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관적 신념과 관성적 사고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미국 국력과 지도력과 신뢰도의 쇠퇴, 중국과 인도의 부상, 러시아의 부흥, 유럽연합의 통합 가속화, 중동 질서의 불확실성 고조, 중남미의 반미 분위기 고조 등으로 21세기는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가 아니라 다극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고 그 징후는 이미 세계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도래하고 있는 다극체제의 핵심적인 멤버에는 한국과 인접하고 있고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한미동맹 강화는 이들 나라와의 전략적 갈등을 유발할 공산이 크다. 약소국이 강대국에 편승하는 동맹은 그 강대국과 갈등 관계에 있는 다른 강대국과의 갈등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 가지 착각은 이명박 정부가 국익이나 보편적 가치를 준거로 삼아 미국과 관련된 사안들에 대해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와 연결된다. 그런데 "자주를 앞세워 한미동맹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보수진영으로부터 받았던 노무현 정부조차도 이러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노무현 정부가 국익을 우선시했다면, 10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미군기지 이전비용과 환경치유비용의 대부분을 떠안지는 않았을 것이고, 한국의 생존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에도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노 정부가 '반전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존중했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추악한 전쟁 가운데 하나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고 파병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 정부가 이 정도였다면, 한미동맹 강화 자체를 국익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대미외교를 국가이익, 민족이익, 보편적 가치에 대한 독자적인 판단을 기초로 펼칠 가능성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전략적 사고가 배제된 한미 '전략동맹'의 우울한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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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는 정욱식입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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