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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에 도착, 조선족 민박에 가다

 

알음알음으로 가게 된 피렌체의 민박은 조선족이 운영하고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조선족은 불친절하다는 선입견이 있었기에 처음부터 불안했다. 가능하면 모든 선입견을 갖지 않고 살고 싶어서 '오늘 이전에 내가 만났던 조선족들은 비록 불친절한 사람들이었더라도 이제부터 만나는 이 사람들은 혹시 친절할지도 모르잖아'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민박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짐을 놓기가 무섭게 주인 아주머니는 피렌체 관광지도를 꺼내서 설명하기 바빴다. 숨도 돌릴 틈이 없었다. 여기는 꼭 가야 되고,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정신없는 설명이 이어졌다.

 

친절이 지나친 건지 불친절인지 모르지만 나는 그 설명이 불편했다. 이럴 때 하는 말은 과유불급이다.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지만. 나는 그런 식의 무엇인가를 꼭 봐야한다는 압박감이 싫다.

 

설명 듣는 도중, 먼저 우리가 어디 있는지를 물었다.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면 목적지를 찾아갈 수 없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어디 있는지를 제외한 채 길을 찾는 우를 범한다. 인생을 계획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현위치를 알아야 한다.

 

호스텔과 달리 민박집은 합법적인 신고를 하고 숙박업을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간판이 없는 곳이 태반이다. 민박은 일반 가정집이다. 일반 가정집에 문패 이상의 간판을 다는 곳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어딘가를 찾아 나갔다가 돌아오면 민박집을 찾는 것도 일이다. 다행히 집 앞에 개성 있는 마크가 있어서 지도 보고 근처까지 와서 그 마크를 보고 찾아 돌아왔다.

 

garage san zanobi 간판 없는 민박집 앞, 주차장의 개성있던 간판. 민박집은 꼭 바로 앞에서 길을 헤매게 된다.

긴장 속에 방을 배정 받고 들어가 보니 전원 다 한국 사람들이었다. 다소 경직된 분위기였다. 주인이 만드는 분위기에 따라 투숙객들은 반응을 하기 마련이라 분위기는 어울리기 쉽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한국어가 통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편하게 해줘서 이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호스텔과 달리 민박은 혼숙하는 곳이 거의 없기에 방에는 남자들뿐이었다. 먼저 온 사람들에게 얘기들 들어보니 민박집에 대한 평가는 내 예상대로 썩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식을 먹을 수 있다는 매력에 모두들 만족하고 있었다. 장점과 단점이 있으므로 우선 장점만 생각하기로 했다.

 

산로렌조 성당 타이포 그래피만으로 디자인된 수수한 표. 그러나 성당 안에는 결코 수수하지 않은 대작들이 있다.

 

산 로렌조 성당

 

민박에서 같은 방을 쓰던 형님 한 분을 따라 나섰다. 제일 먼저 재래시장과 산 로렌조 성당을 구경했다. 나는 재래시장에는 관심이 없어서 건성으로 봤다. 시장에는 도저히 흥미를 가질 수 없었다.

 

산 로렌조 성당에는 멋진 미술품들이 많았는데 특히 도나텔로와 라파엘로의 작품이 눈에 띄었다. 검은 빛을 띤 부조들, 말이 필요 없다. 굉장히 수준 높았다. 산로렌조 성당의 미술품들은 훌륭했고, 입이 딱 벌어졌지만 피렌체의 곳곳에 산재해 있는 미술품들에 비하면, 전주곡에 불과했다.

 

형님을 따라 다니면서 좋았던 것은 미리 공부를 해두지 않아 전혀 알 수가 없을 것들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가이드가 이렇게 많이 알까?'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설명해줬다. 나는 가이드를 따라 다니면서 여행하는 것에는 부정적이지만 함께 여행하는 사람이 가이드 수준인 것에는 매우 긍정적이다.

 

함께 다니다가 식당도 같이 가게 됐다. 며칠 동안 식당에서 식사를 하지 않다보니 식당을 간다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져서 거절을 했다. 하지만 같이 구경하러 다니다 혼자 빠지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았고, 사람이 사람을 알아 가는데 음식이 빠진다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분은 로마로 갈 예정이어서 내가 지나온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밥을 사겠다고 했다. 힘든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나온 처지이라는 것이 모두 똑같이 어려울 것이라 미안했지만 그래도 한국 사람만의 정이라 생각하며, 고마운 마음으로 흔쾌히 얻어먹게 됐다.

 

이탈리아 맥주 비노(와인)가 유명하지만, 의외로 맥주도 맛있었다.

음악이 어우러진 야외 식당에서의 점심식사

 

맛있기로 소문난 현지 식당에 갔는데 음악가들이 연주를 하고 있었다. 식당에서 고용을 한 사람들인지, 아니면 공생 관계인 프리랜서인지 모르지만, 음악인들과 식당은 분위기가 꽤 잘 어울렸다.

 

스테이크와 피자를 주문하고 음료는 맥주를 주문했다. 한국에서 느끼는 가격보다 저렴한 편이었다. 아무래도 우리는 스테이크가 외식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비쌀 수도 있다. 현지에서 먹는 음식은 많이 비싼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 맥주가 맛있다는 것이 의외였다. 독일이나 덴마크, 네덜란드 맥주는 맛있다고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탈리아 맥주가 맛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 했는데, 생각 외로 맛이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고, '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라 불리는 두오모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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