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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9일 오전(현지시각) 워싱턴 D.C 북쪽 메릴랜드주 미대통령 공식별장인 캠프 데이비드 헬기장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있다.

 

"부시 대통령에게 묻겠다. 미국은 영국·일본·나토 등과 여러 형태의 다양한 동맹을 갖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은 어떤 수준의 동맹인가?"

 

지난 20일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맨 마지막으로 <조선일보> 주아무개 기자가 한 질문이다.

 

주 기자는 이것 외에 한미동맹 업그레이드 문제와 부시가 김정일을 만날 용의가 있는지도 물었다. 그런데 부시는 다른 것은 대답했는데 한미 동맹의 수준 문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었다. 

 

시간이 없었다고 볼 수도 없다. 주 기자의 질문 3가지 가운데 한미동맹 수준에 대한 질문이 맨 첫번째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부시는 의도적으로 대답을 안 한 것이다.

 

미국의 전략 동맹이라면 미-영 동맹, 미-일 동맹으로 한-미 동맹은 이보다 수준이 낮다. 21세기 전략동맹이라면 한-미 동맹을 미-영 동맹이나 미-일 동맹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정작 상대국인 미국은 '노 코멘트' 했다.

 

'21세기 전략 동맹'에 대한 설명도 한미 간에 차이가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21세기 전략동맹은 서로 공유하는 가치와 이익의 공감대를 굳건히 하는 '가치동맹', 군사동맹을 넘어 경제·사회·문화 등 포괄적 분야로 확대하는 '신뢰동맹', 동아시아 지역 및 범세계적 차원의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평화구축 동맹' 등 3가지다.

 

그런데 공동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21세기 전략동맹을 설명하면서 ▲ 핵물질 확산 방지 ▲ 어린이들에게 교육환경 제공 ▲ 자유롭고 공평한 무역환경 제공 ▲ 중국과 건설적 관계 구축 등을 들었다.

 

한국 쪽 설명은 대단히 추상적인데 미국의 설명은 대단히 구체적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는 추상적 가치를 언급하는데 부시는 아주 현실적인 사안을 언급하고 있다"며 "이는 한마디로 한미 양국 정상이 이번 회담에 임했던 자세가 달랐던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세가 차이가 났기 때문에 결국 공동선언 등의 구체적인 성과물을 내놓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동맹 수준에 대해 대답 회피한 부시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조성렬 신안보연구실장은 "가치동맹·신뢰동맹·평화구축 동맹 등은 한국 정부의 구상으로 미국과 충분한 협의가 이뤄진 것 같지는 않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건 형식의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는 서로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올 7월 한미 정상이 만나 구체적인 합의를 할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진보 진영 쪽에서는 부쩍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동아시아 지역 및 범세계적 차원의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평화구축 동맹'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게 빌미가 됐다. 평화구축 동맹에 '평화'가 들어있지만 미국은 군사행동을 할 때 언제나 '전 세계 평화를 위하여'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결국 한국이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과 미사일방어(MD)에 참여하고,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명박 대통령은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PSI 참여, 아프가니스탄 파병 등 이런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며 "부시 대통령이 '이 대통령이 본국에 가서 정치적으로 곤란해질 문제는 얘기하지 말자'고 했다. 전혀 그런 문제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추상적으로 원칙을 선언해놓고 앞으로 5·6월에 열리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 등에서 구체화한 뒤 7월 한미정상회담 때 도장을 찍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현재 북핵 신고 문제가 비교적 순조롭게 풀려가는 상황에서 PSI에 대한 한국의 참여는 북한을 극도로 자극할 것이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보수 성향이라고 해도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 MD 참여도 우리의 주요 상대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크게 자극하고, 구축 비용이 천문학적이기 때문에 역시 새 정부가 어설프게 결정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런 논란 자체가 어쩌면 배부른 소리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1년도 안 남았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4일이 미 대통령 선거일이기 때문에 올 7월 한미 정상회담 '본편'이 속개됐을 때는 부시의 실질 임기가 채 4개월밖에 남지 않는다.

 

"내가 운전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D.C  북쪽 메릴랜드주 미 대통령 공식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 조지 부시 대통령을 옆자리에 태운 채 골프 카트를 운전해 이동하고 있다.

7월 한미 정상회담 합의해도 다음 정권이 재검토할 것

 

보수 진영은 지난해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하자 "퇴임을 코 앞에 둔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해서 무엇하느냐"며 "노 대통령이 온갖 생색은 다 내고 후임 정권은 쓸데없는 설거지하게 생겼다"고 비난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6·15 선언과 함께 불과 몇 달 전에 만들어진 10·4 선언도 부인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비난했던 노 대통령의 처지가 그대로 부시 대통령에게 해당한다. 더구나 다음 대통령은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가 힐러리 클린턴일 가능성이 높다. 설사 공화당의 존 매케인이라고 해도 그 역시 부시와 성향이 같지는 않다.

 

임기 몇 달도 안 남겨놓고 '김정일과 춤춘다'고 노무현을 비난했던 한나라당이 이제 7개월짜리 부시를 상대로 이명박이 춤을 췄다고 자랑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한국은 추상적으로, 미국은 구체적으로 언급했던 이유도 이 탓일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는 새로 시작하는 입장에서 그리고 과거 '잃어버린 10년'을 더욱 부각시키는 의미에서 21세기 전략동맹을 난이도가 대단히 높은 수준으로 내세웠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부시 입장에서는 아주 구체적으로 바로 따 먹을 수 있는 과실(즉 쇠고기 등)이 필요했을 것이다.

 

부시는 '실리'가 이명박은 '명분'이 필요했고, 이는 결국 '캠프 데이비드 호텔' 숙박료가 호화판이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미국 후임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부시의 대 테러 전쟁과 일방적 외교정책을 재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배경에서 한미동맹 재조정 작업 자체가 재검토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예로 이라크에서 미국이 수렁에 빠지면서 군사분야의 한미동맹 재조정은 부시의 원래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면서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식으로 진행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따라서 7월 한미 정상회담 때 구체적인 합의문이 나온다고 해도 결국 미국 후임 정권에 의한 재검토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안보 전문가도 "올 7월이면 부시 임기가 채 4개월도 남지 않고 미국 후임 정부의 방향도 모르는데 굳이 이 때 한미 정상회담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국 이번 한미정상회담만 해도 우리는 전략 관계의 격상에 집중했지만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등 실질적인 이해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부시 임기가 1년도 안 남았기 때문"이라며 "결국 양국 정부의 이해관계가 다르니 '실용 외교'는 현실과 부닥치면서 '구호'만 남는 결과가 돼버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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