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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가 18일 오전 11시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 들어섰다. 지난 6개월 간 그와 함께한 변호인단과 그를 믿고 일어선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 국민행동' 사람들과 함께였다.  특검의 수사결과에 대해 소회를 털어놓는 김 변호사의 표정에는 답답함이 배어 있었다. 그는 말하는 중간중간 길게 한숨을 토해내기도 했다.

 

지난 17일 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한 조준웅 특검팀은 김 변호사를 사정없이 깎아내렸다. 그가 검찰에서는 특검 수사를 요구하다가 특검에서는 특검 수사를 원치 않았다고 말을 바꾸고 자신을 구속수사하라고 해놓고 정작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았다는 등 김 변호사를 변명거리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쓴 웃음을 지으며 "저하고 사제단하고 특검 수사를 원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특검에서 실효성이 있거나 제대로 책임 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특검이 설치됐고, 그래서 수사에 협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 진술 모순된다고 추궁한 적 한 번도 없어"

 

김 변호사는 조목조목 자신을 핑계 삼은 특검의 논리를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특검이 자신에게 진술이 모순되거나 틀리다고 추궁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특검이 삼성 이씨 일가 비리 수사하랬더니 내가 명예훼손한 것 찾으려고 수사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삼성본관 약도(특검팀은 이 약도를 기준으로 김 변호사의 자리에서 박재중 전무가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돈봉투를 갖다주러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없다고 발표했다)는 압수수색 들어가는데 필요하다해서 그려준 것"이라며 "내 자리에는 문도 없고 가림막도 없다. 동선이 다 보인다"고 반박했다. "내 말은 안 믿으면서 왜 거짓말하고 계속 부인하는 상대방 말은 인정하냐"고 덧붙였다.

 

특히 "자신이 특검의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이유는 특검의 조서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특검이 로비 대상자로 거론된 사람들이 총장 등과 같은 공직에 나설 때 의혹이 특검에서 해명된 것으로 도와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해서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사에는 더 이상 협조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이를 조서에 남기라고 요구했다"며 "내 30대 청춘을 보낸 검찰에 점점 미련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로비를 위해 직접 창원에 내려갔는지 확인이 안 된다는 특검의 결론에 대해서는 "솔직히 언제 갔는지는 모르겠다"며 "조대환 특검보가 비행기를 탔냐고 물어서 한번 찾아보라고 했고 봄인 것 같았다"고 답했다.

 

 

"나는 평생 할 만한 일을 찾았다, 명예 지킬 것"

 

김 변호사는 특검의 최종 수사결론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3대 의혹 수사하랬더니 비자금과 관계 없는 분식회계 의혹, <중앙일보> 위장계열분리 같은 것들은 왜 결론 내렸냐"며 "결국 이건희 회장의 숨겨진 돈을 찾아주고 세탁해서 돌려주는 특검이 되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김 변호사는 "사실 어제는 의기소침했는데 사제단의 신부님들이 '명예를 함께 지키자'며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며 앞으로도 계속 삼성 비리 의혹에 대해 싸울 뜻임을 밝혔다.

 

그는 "이 특검을 통해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삼성의 위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했을 것"이라며 "나는 평생 할 만한 일을 찾았다"고 말했다. 또 "사제단 신부님들은 '진리가 우리 편이고 하느님이 우리 편'이라는 말씀을 하신다"며 "(같이 싸우는 사람들이)소수이든, 다수이든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들도 자기 아빠가 그런 거짓말 안 한다는 것은 알거든요? 세상에 미쳤다고 그런 거짓말 하겠습니까. 물론 믿어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고... 적어도 잘못된 체제가 국가와 사회를 왜곡시키는 것은 고쳐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캠프데이비드, 쇠고기 뉴스 나오면 이것 묻히겠죠? 한 달 후에도 관심 가질 사람 얼마나 있을까요. 하지만 저는 죽을 때까지 이것 갖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불씨가 되면... 바람이 불면 다시 일어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태그:#삼성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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