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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최경준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18~19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대기로에 섰다. 최근 북한이 보이고 있는 '통미봉남' 정책 탓이다. 이 대통령은 연초 '남·북·미 관계의 병행 발전'을 강조했지만, 북한의 생각은 다르다.

 

북한은 벌써 여러차레 극단적인 표현까지 동원하며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 3000'을 전면 거부하면서도 북·미간 핵 문제 논의에 있어서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 북핵 문제에서 남측만 소외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요구되어지는 이유다.

 

이 대통령이 북한 식량지원 고민하는 진짜 이유는?

 

15일 미국 방문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은 첫 행선지인 뉴욕에서 열린 '차세대 한인 동포와의 대화'에서 "최근 북한의 발언이 군사적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군사적 발언으로 위협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 문제로 남북관계가 악화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과거와 달리 위협적인 발언 때문에 북한을 도와주고 협상하는 것은 앞으로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최근에 있었던 북한의 도발적인 언동들에 대해 우리 정부는 원칙을 갖고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북한이 남측을 봉쇄하고 미국과 바로 통하겠다(통미봉남)는 전략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성공할 수도 없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북핵 문제의 진전과 연계시키는 기조를 계속 고수했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남한이 주도해서 북한의 경제적 자립을 돕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비핵·개방 3000'으로 요약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핵 폐기 우선주의' '선미후북(先美後北)', '북한 인권문제 전면제기' 등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사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대남 공세는 이러한 '이명박식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반발이자, 거부라고 볼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없으면 남북관계를 단절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깔려있는 셈이다. 결국 이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실제 북핵문제는 남북관계가 아니라 북·미관계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북한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분리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로서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납치문제와 연계시켜 대북 강경책을 고수하다가 북·미관계의 진전 흐름에서 제외됐던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됐다.

 

이 대통령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이례적으로 북한의 식량난을 언급하며 해외식량기지 확보 방안을 주문한 것은 이러한 위기감의 발로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특별기 내에서 열린 공식 수행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관련 "쌀값이나 사료값이 너무 올라서 대북 (식량) 지원을 하는 데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순방 이후 귀국하면 해외식량기지 확보 방안을 마련토록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외교 강화 방안을 논의하던 이 대통령은 "석유나 광물 자원 뿐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식량자원 확보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예를 들어 연해주와 같은 지역의 땅을 30~50년 장기 임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북한의 노동력도 이용할 수 있고 (북한까지) 운반거리가 짧기 때문에 북한에 직접 지원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통일 이후에 대비해서 7천만 민족이 먹고 살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런 경우 (해외) 부지확보와 같은 것은 정부가 앞장서서 하고 경영은 민간이 나서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북한의 공세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한·미정상회담 이후를 내다봤던 이 대통령의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 대통령은 부시 미 대통령을 만나 '비핵·개방 3000' 정책을 설명한 뒤, 북핵 문제 해결에서 남측이 한 축을 이루는 당사자라는 사실을 이해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남한에 대한 북한의 불신이다. 이 대통령이 설득해야 할 상대는 미국이 아니라 북한인 셈이다. 따라서 한·미 정상간의 공동 보조가 남북관계 진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방미를 통해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풀어야 할 더 많은 숙제를 안고 돌아오게 될 공산이 커졌다.


태그:#이명박, #대북정책, #한미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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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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