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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휴일 오후, 집 근처 태화강십리대밭으로 나갔습니다. 운동을 위해 자주 찾았던 곳인데,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산책 한 번 하지 못했습니다. 나른한 오후가 접어들면서 딸아이와 함께 십리대밭으로 향했습니다. 태화강변의 변화는 예전에도 한번 얘기한 적 있지만 참으로 많은 변화를 보인 곳입니다.

 

깨끗해진 태화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고 무엇보다도 삭막한 도시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난 것이 제일 뿌듯한 일이 되었습니다. 십리대밭 역시 시민들의 휴식처로서의 그 역할에 충실하고 있지요.

십리대밭 주위에는 온통 유채꽃들이 피었습니다. 십리대밭을 따라 꽃잎을 피운 유채꽃들은 이미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하고 있었습니다. 노란 꽃들 사이로 가족과 사진을 찍기도 하고, 그 꽃향기 따라 연인과 걷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정말이지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아마 그 어떤 그림도 그 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입니다.

여기 저기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고, 높은 빌딩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도심 속에서의 꽃놀이가 마치 한적한 시골에서의 들녘을 연상케 하는 착각에 빠져들게 합니다. 그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번잡한 도로를 벗어나 소음이 끊이질 않는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을 맘껏 즐길 수 있는 태화강 십리대밭의 유채꽃밭은 그야말로 말이 필요 없는 울산의 명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꽃향기에 취해 그 화려함에 마음을 빼앗겨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 곳을 찾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아마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이었을 겁니다. 유채꽃밭을 지나니 이번엔 녹색 들판입니다. 녹색의 보리밭이 십리대밭을 따라 펼쳐져 있었습니다. 곳곳에는 지나다 그 아름다움에 반해 들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차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잠시 산책로를 따라 걷기도 합니다.

 

유채꽃밭 옆 보리밭이 잘 어울립니다. 어릴 적, 보리밭에서 친구들이랑 술래잡기를 하며 놀던 때가 문득 떠오릅니다. 여기 저기 보리밭을 밟고 다니다 주인한테 들켜 혼나기도 하고, 보리밭을 무대로 늦도록 놀았던 유년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한참 보리밭을 바라보며 그때의 시절로 돌아갔습니다. 보리가 더 자라고 열매를 맺을 때면 더욱 찬란한 황금빛으로 물들 생각하니 어느새 마음은 풍성해집니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냥 행복한 듯 보였습니다. 바람이 불어 쌀쌀한 날씨에도 사람들의 얼굴엔 행복의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에도 어느새 여유로움이 가득해지고, 모처럼 행복지수를 높인 것 같아 흐뭇한 오후였습니다. 도심 속 자연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삭막해져가는 도시가 아니라 마음이 넉넉해지는 그런 도시가 되어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 기쁜 일입니다.

도심 속에 피어난 유채꽃의 반란(?)이 너무 아름다운 4월입니다. 십리대밭을 오가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유채꽃만큼의 아름다움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일상의 권태로움을 잊고, 십리대밭 유채꽃 그 전쟁(?) 속으로 가보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태그:#유채꽃, #보리밭, #십리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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