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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한 달 동안 26명의 리더스가이드 리뷰어들이 <친절한 조선사>(최형국·미루나무)에 대한 집단평가를 진행한 결과 두 가지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첫째는 역사가 될 수 없었던 것을 역사로 끌어들인 저자의 지적 호기심이다. 둘째는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가공하고 그것을 사회문화적 의미로 확장하지 못했을 때 독자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배가된다는 사실이다.

신선하고 다양한 소재와 친숙하고 흥미로운 글솜씨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허전함'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조선사 기획'을 준비하고 있는 출판사에게는 매우 시사적인 대목이다.

육아휴직 받는 남편, 임진왜란 흑인용병 등에 흥미 느껴

 <친절한 조선사> 겉그림.
 <친절한 조선사> 겉그림.
ⓒ 미루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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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가이드 아이디 '술패랭이'가 <친절한 조선사>라는 이 책의 제목을 <숨겨진 조선사>로 바꿔불러야 어울린다고 말했듯이 이 책은 엄밀한 의미의 미시사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수의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알았던 홍어장수 이야기나, 욘사마를 능가하는 조선통신사, 임진왜란 흑인용병, 살인죄로 귀양 다닌 조선의 코끼리 등의 소재는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그다지 서민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정치사나 전쟁사 등 거시적인 역사가 주는 위압감 속에서 위안을 받기에는 충분하다. 천재 임금 정조의 정치력을 그리는 대신 '골초' 혹은 '담배 예찬론자' 정조를 그리고 있는데다, 안경을 쓰고 있다. 다산 정약용의 실학이야기가 아니라, '술고래' 두 아들에게 술 좀 끊으라는 야단을 치고 있는 인간적인 다산도 만날 수 있다.

아이디 '술패랭이'는 "정약용이 그의 아들의 과음을 걱정하면서 (쓴)술을 가까이 하지 말라는 당부글 등은 생소하기에, '이름난 사람들도 자신의 자식에 대한 당부나 혹은 당시의 요즘 아이들을 걱정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로군…'하면서 웃음짓게 된다"고 평가했다.

이 책엔 저자 최형국의 특이한 이력도 반영되었다는 평가다. 아이디 '봄햇살'은 "무예24기 시범단장으로 활동하고 있어서인지 무예에 대한 소개에서는 신나게 설명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열정도 느껴진다"고 썼다. 무예에 대한 삽화와 글 비중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으나 독자들이 생소해 하는 분야인 만큼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책에서 볼 수 있었던 풍부한 삽화도 이 책의 대표적인 덕목으로 평가됐다. 아이디 '공주엄마'는 "김홍도 신윤복으로 대표되는 우리 옛 예술작품들을 풍족하게 만날 수 있어서 더욱 화려한 구성이 되었다"고 호평했으며, 아이디 '타오'는 "딸에게 그림설명을 해주면서 당시의 문화나 분위기 등을 소개해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다른 '활용법'도 나왔는데, 아이디 'jade'는 "학생들에게 국사 보조자료로 읽히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했다. 즉 오늘날의 상황과 관련지을 수 있는 주제들, 이를테면 조선시대의 형벌제도와 현재의 형벌제도, 육아휴직제도, 술·담배에 대한 기록 등에 관해서 토론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집요하고 치밀한 사관의 모습이 아쉬워

소재나 삽화 등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리뷰어들의 전체적인 평가는 '아마추어리즘'이다. 아이디 '라주미힌'은 먹거리를 다루는 소제목 '임금의 수라에 올라갔던 음식의 양과 비용은?'을 예로 들어 아무런 가공도 없이 데이터만 나열해 놓았다고 비판했다. "그 당시 서민이나 양반의 음식 소비량과 비교라도 했으면 의미라도 있었지 않느냐"는 반문이다.

마치 신문기사의 목차를 보는 듯한 신선한 타이틀들은 한편으로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아이디 'jade'는 "소제목들이 너무 '화려'해서 정작 읽다보면 시시해진다"고 썼다. 제목이 화려한 만큼 과장과 꾸밈이 따라붙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디 '구르믈버서난달처럼'은 "자극적이고 흥미를 유발하는 각 단락의 제목만큼이나 읽고 나서의 공복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런 모습을 보인 원인으로는 '지나치게 대중들의 입맛을 추종하였기 때문'(아이디 '책나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아이디 '책나무'는 한마디로 이 책은 "흥미로우나 이면의 구조를 놓친 에피소드의 서술"이라고 평가했다. 즉 "사회사적인 논거를 세우고 나서 면밀하게 서술한 것이 아니라 우선 독자 대중들에게 기발한 에피소드를 소개할 목적이 강했던 측면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차'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았다. 아이디 '살리에르'는 "여러 이야기들이 조선 전기에서 후기로, 후기에서 전기로 왔다갔다하는 것은 좀 헷갈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선 전기, 중기, 후기 정도로 세분해서 비슷한 시대의 이야기들끼리 배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대안도 제시했다.

이와는 좀 '다른 시차'이지만, 아이디 '진달래'는 '복날의 개고기' 이야기에 대한 서술부분이 적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이 책이 여름에만 읽히는 것이 아니라 겨울에도 읽힐 수 있으므로 특정 계절에 대한 편향된 서술은 자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12일, 동국대 중앙도서관서 저자와의 토론회 열려

결국 <친절한 조선사>는 새롭고 신선하지만 뭔가 2%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대한 흥미로운 제안도 나왔는 데, 아이디 '치카'는 "이 책이 이 한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연작으로 출판이 되어 조선시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친절한 조선백과사전'"이 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대해 출판사가 동의해줄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하나의 역사적 사실이 아무리 사소하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도도하게 흐르는 역사적 문맥이 있다. 사관의 역할은 사소한 사건과 거대한 역사의 흐름 간의 관계를 이어주는 것이다. 목차에 담겨 있는 흥미로운 기사들이 역사적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각각의 사례에 대한 집요한 관찰과 추적이 필요할 듯하다.

한편 리더스가이드와 동국대학교는 12일(토요일) 오후 2시부터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친절한 조선사> 저자와 함께 토론회를 연다. 이날 토론회에는 동국대학교 학생들과 리더스가이드 리뷰어들이 참석해 조선사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친절한 조선사 - 역사의 새로운 재미를 열어주는 조선의 재구성

최형국 지음, 미루나무(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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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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