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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동대문 풍물시장 이전반대 및 생존권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27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서울시는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라!"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동대문 풍물시장 이전반대 및 생존권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27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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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합의는 원천 무효다. 서울시가 대표성이 없는 집단과 밀실 야합으로 결정한 사안일 뿐만 아니라 사업설명회나 공청회도 없이 이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서울시는 올바른 합의를 하고 합법적 권리를 양도하라."

나희성 동대문 풍물시장 상인협회 사무국장은 27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의 태도를 강하게 비난했다. 동대문운동장(축구장)에 있는 풍물시장을 신설동 옛 숭인여중 터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이 과정상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왜 투쟁하나?

동대문 풍물시장 상인들이 운동장 조명탑 위(빨간 테두리)에 올라가 농성하고 있다.
▲ 아찔한 광경 동대문 풍물시장 상인들이 운동장 조명탑 위(빨간 테두리)에 올라가 농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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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동대문운동장에서는 보기에도 아찔한 조명탑 농성이 시작됐다. 기자가 25일 이곳을 찾았을 때 시위에 참가한 상인들은 "벌써 6일째 올라간 사람들이 내려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매서운 추위와 공포도 생존권 앞에서는 장애가 될 수 없었다.

이어 그들은 "서울시가 대화 창구를 막아버려 어쩔 수 없이 조명탑 위에 올라가는 극단적인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조명탑 농성은 이미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조명탑에 올라간 상인들을 돕기 위해 일부 상인들이 아래 천막에 모여있다.
▲ 조명탑 농성 지원팀 조명탑에 올라간 상인들을 돕기 위해 일부 상인들이 아래 천막에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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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성 사무국장은 이번 상인들의 투쟁 동기에 대해서 서울시가 풍물시장을 신설동 옛 숭인여중 터로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살펴보면 몇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공원화 사업은 좋다. 하지만 공청회나 사업설명회가 없는 사업은 처음이다. 이건 입점 상인들의 식솔을 포함하면 5000여명의 생계가 달린 일이다."

이어 나 사무국장은 "서울시는 대표성이 없는 주체와 합의를 했다"면서 "상인 총회를 거치지 않고 풍물시장 자치위원회하고만 해결해 버렸다. 자치위원회는 상인들에게 매월 회비를 걷어가면서 정작 회계 보고는 일체 없는 투명성이 결여된 기구다"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풍물시장 자치위원회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또한 상인들은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은 기구와 한 서울시의 합의도 원천 무효라 생각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 "전노련이 인정한 단체와 합의한 것"

동대문 풍물시장은 상인들의 반대 의사가 담긴 현수막과 서울시의 개발 계획을 동시에 볼 수 있다.
▲ 동대문 풍물시장 동대문 풍물시장은 상인들의 반대 의사가 담긴 현수막과 서울시의 개발 계획을 동시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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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오마이뉴스>는 27일 오후 이용주 서울시 가로환경 개선담당관과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담당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100% 만족하는 정책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지금 900여 명에 가까운 상인들이 찬성과 반대로 갈린 상황인데 설득을 하면서 추진하고 있다. 이를테면 의견을 수렴해서 원만하게 처리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이어 그는 "상인들의 주장을 묵살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며 "작년에 사업 설명회를 열었고 개별적으로 대표를 수차례 만나 추진했다. 서로 같이 나가는 방향으로 최대한 깨끗하고 투명하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병근 서울시 풍물시장 이전 팀장은 상인들이 지적하는 대표성 문제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풍물시장 자치위원회는 전국노점상총연합(전노련)의 인정을 받은 기구다. 어느 누가봐도 대표성을 인정할 수 있는 단체가 아닌가. 반대가 있을 수는 있지만 30~40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이어 그는 "새롭게 풍물시장이 조성될 신설동 주변은 20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을 정도로 굉장히 낙후되어 개발을 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서울시가 관광객을 1200만 명 유치하려고 하는데 풍물시장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대화로 원만하게 해결될까?

최근 동대문 풍물시장은 상인들의 40%정도가 장사를 그만 뒀다. 그만큼 상권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 뜸해진 발길 최근 동대문 풍물시장은 상인들의 40%정도가 장사를 그만 뒀다. 그만큼 상권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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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8시 시위를 하고 있는 풍물시장 상인들은 뜻을 같이하는 시민단체를 모아 동대문 풍물시장 이전반대 및 생존권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구성했다.

공대위는 27일 기자회견서 서울시를 상대로 대화의 창구를 열어놓을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풍물시장 이전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과정으로 진행되어야 하고 옮기더라도 안정적으로 영업권을 보장받길 기대하고 있다. 이미 청계천 복원공사로 보금자리를 잃었던 그들은 이번 풍물시장 이전을 두고 불안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나희성 사무국장은 "지금 상인들을 살펴보면 서울시의 결정에 동의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거의 반반이다"며 "사실 '힘의 논리' 때문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서울시가 주장하는 대다수 찬성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나희성 풍물시장 상인협회 사무국장은 신설동 옛 숭인여중 부지로 이전한다고 해도 언제까지 장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 또 이전이라니… 나희성 풍물시장 상인협회 사무국장은 신설동 옛 숭인여중 부지로 이전한다고 해도 언제까지 장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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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최초 동대문운동장에 이전했을 때 서울시가 당연히 해줘야 하는 시설을 상인 개인이 70만원씩 걷어서 했던 것"이라며 "이전비, 영업보상비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언제까지 장사를 할 수 있을지 보장되지도 않은 이전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의견 차이는 이렇게 비교적 명확하다. 하지만 서로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공대위는 서울시에 '합의 원천 무효'와 '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올바로 합의한다면 이전을 끝까지 반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도 기본적으로 상인들의 불만은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공대위는 28일 서울시청을 방문해 대화를 시도한다. 강한 불만을 토로한 동대문 풍물시장 상인들과 서울시 간의 이견이 앞으로 얼마나 더 좁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 http://aprealist.tistory.com
전자우편 toberealist@nate.com



태그:#풍물시장, #신설동, #숭인여중, #동대문운동장, #노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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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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