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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사에서 해고된 가이드들의 변호사가 요약한 프랑스 노동쟁의 조정위원회 보고서.
 H사에서 해고된 가이드들의 변호사가 요약한 프랑스 노동쟁의 조정위원회 보고서.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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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미작성 등 파리에 진출한 한국여행업계의 불건전한 관행이 프랑스 노동법의 심판대에 섰다.

업계에서 규모가 큰 축에 속하는 한국의 H여행사는 최근 프랑스에서 소속 가이드들과 분쟁에 휘말렸다. 분쟁은 작년 10월 6일 H사 파리지사가 전속 가이드 20명 중 10명을 해고하면서 시작됐다. 갈등 원인은 회사에서 가이드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려 한 것.

그 내용에 대한 가이드들과 H사의 설명은 다소 엇갈린다. 해고된 가이드들은 H사 파리지사에서 지난해에 회사 운영이 어렵다며 수입의 일부(유람선 가이드비 100유로 중 50유로 등)를 회사에 반납할 것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H사가 이에 더해 일당을 추가로 내릴 것을 요구해, 자신들은 반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H사 파리지사장은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동안 부가 비용인 유람선 가이드비 50유로를 회사에 입금하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당 자체를 내린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H사 가이드 일당은 파리에 진출한 한국 여행사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일당 125유로+유람선 야간 가이드비 100유로=225유로), 지난해 12월부터는 문제의 50유로도 다시 지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해고된 가이드 10명 중 8명이 프랑스 노동쟁의 조정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다. 올 1월 7일에 열린 1차 조정위원회에서는 H사가 그동안 불법행위를 했으니 이를 시정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중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는 가이드 쪽 변호사들이 제시한 것으로, H사 쪽 변호사에게 전화로 확인한 내용도 이와 일치했다. 

▲ H사는 고용계약서 없이 이들을 고용하고 있다가, 사전통고 없이 해고했다. 그런데 H사는 이들을 고용한 사실을 어떤 기관에도 신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세금도 내지 않았다. 중재위는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 H사 측은 해당 가이드들의 일정표가 H사에서 작성됐다는 점을 확인했다(기자 주 : 직접적인 고용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의미).
▲ 중재위에서는 H사가 노동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조정위원회는 6월 27일까지 합의안이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이 건을 프랑스 검찰에 넘길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되면 H사 쪽은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노동 당국 '한국 H여행사, 노동법 위반 시정하라'

프랑스에서는 불법 고용을 했을 경우 엄하게 처벌받는다. 프랑스 노동법에 따르면 불법 고용주는 3년의 징역형과 4만5천 유로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362-3조). 같은 법 62-6조와 형법 121-2조에는 불법 고용법인이 22만5천 유로의 벌금을 내도록 규정돼 있으며 폐사(형법 131-39조 2항), 법적 감시(형법 131-39조 3항), 판결 결과의 신문 게재 등 징벌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그동안 외부에는 쉬쉬했지만 한국 여행업체들 중엔 프랑스 노동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한인 사회 내에는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계약서 없이 가이드를 고용하고, 그 결과 사회보장세 등 기업이 프랑스 정부에 내야 할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 경우다. 또한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한국인 중 일부 여행업체들의 이런 불법 행위에 거미줄처럼 얽힌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임금 총액의 약 50%에 해당할 정도로 기업이 국가에 내야 하는 세금이 많은 프랑스에서 이런 사안은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과도한 가격 경쟁에서 비롯된 재정 문제 해소를 위해 가이드비를 줄이는 손쉬운 방법은 프랑스 노동법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또한 사르코지 정부는 불법 고용 척결을 주요 시책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노동쟁의 중재위원회에서 'H사가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의견을 낸 것도 이와 관련 있다.

불법 고용 관행이 외부에 알려지면 한인 전체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중재위원회의 1차 심의 직전인 1월 3일, 파리 한인여행사 사장들과 해고된 가이드들, H사 관계자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여행사 사장을 겸하고 있는 윤재명 파리한인회장은 노사 모두 조금씩 양보할 것을 권했다.

가이드들은 중재 요청 철회 조건으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했다. 합법적인 고용계약을 맺을 것, '부당 해고'를 막기 위한 보호 장치를 이면계약서로 남길 것, 해고되면서 근무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배상금(1인당 월 1000유로) 및 변호사 비용 지급이다.

합의가 이뤄지는 듯했으나, 협상은 막판에 결렬됐다. 이에 대해 가이드 쪽과 H사 쪽은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가이드 쪽에서는 H사 본사에서 '단체행동에 밀려 양보하는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는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H사 파리지사장은 가이드들이 만들어온, 법에 맞지 않는 고용계약서에 서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파리 한인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재불한인통역가이드협회 총무 배리호(37)씨는 다른 여행사 소속 가이드들의 의견이 갈렸다고 전했다. 이 건을 계기로 여행사들의 불법적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는 쪽과, 'H사 내의 밥그릇 싸움'으로 규정하고 조용히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쪽으로 나눠진다는 것. 배씨는 그 비율이 6 대 4 정도지만, 한국 여행업계가 일본 업계와 마찬가지로 합법 영역으로 완전하게 나와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그뿐 아니라 H사에서 함께 일했던 가이드들도 해고 여부에 따라 의견이 갈라져 있다.

윤재명 파리한인회장은 "영세한 파리 한인 사회에서 민박업, 여행업계 등 상당 분야에서 불법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있는데 언제까지 이런 방식으로 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자격으로 아파트를 세놓아 불법으로 민박 영업을 했던 이들이 이미 적발됐다"며 "이번 일이 교민 사회의 그런 분야들도 양지로 나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특정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세한 한인 사회 전반의 문제"

교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음은 파리 교민 소식지 홈페이지에 올라온 반응이다.

"한국계 랜드 여행사들의 가이드 고용 방식은 중세기 노예 제도에 가깝다. 계약서 없는 불법 고용+사회보장세 탈세+프랑스 노동법, 관광법 완전 무시…. 거의 모든 여행사가 그토록 오랜 기간(20여 년 동안) 불법을 자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불법임을 알고도 모른척하는 프랑스 교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골르와즈)

"여행사 불법도 문제지만 가이드 본인의 자세가 더 문제이지 않나요? (중략) 가이드분들, 자진신고도 안 하시면서 노동법을 들먹이시다니…. 여행업에 계신 분들, 곰곰이 자신부터 둘러보셔야 할 듯."(푸우)

한편 이 문제에 대해 한국에 있는 H사 본사 홍보실 관계자는 "노동자 권익 보호 조항이 잘 갖춰진 프랑스 노동법과 한국 여행업계 상황이 서로 잘 맞지 않는 면이 있다"며 "이는 우리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파리에 진출한 한국 여행업체 전반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교민회에서 이 사안을 중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고된 가이드들과 H사가 앞으로 협상을 통해 이 문제를 원만하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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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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