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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청과 여주군청이 시민사회단체가 개최하는 행사의 홍보자료를 대신 작성해 배포하고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행사 관련 보도자료를 내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오후 2시 경기도 여주군민회관. 이날 이곳에선 '여주 한반도 대운하 추진운동본부'가 주최하는 '한반도대운하 지지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관내 사회단체 관계자들과 일부 이장단, 대형 관광버스를 타고 온 정체불명의 군중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경기도청은 당일 행사 시작 5시간 전인 8시 30분경 '한반도 대운하 지지 결의대회 열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보냈다.

 

경기도청 하천팀이 작성한 것으로 되어 있는 보도자료에는 "여주에서 개최된 한반도 대운하 추진 지지결의대회는 당초 초청한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몰려들었다"거나 "이 일대가 극심한 교통 정체와 혼란을 빚었고, 대회장 내 자리가 모자라 의자를 긴급히 추가 배치했"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

 

또 "예상과 달리 각 지역별 운동본부 임원이 수십 명씩 참가했고 도내 기초자치 단체장, 경기도와 중앙부처 등 예상치 않았던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면장 명의로 오늘 행사에 참석해달라는 문자가 왔다"

 

행사는 시작도 안 했는데, 행사 상황은 물론 참석 인원, 주변 교통까지 미리 예견한 '희한한' 보도자료였던 것. 이후 경기도청은 보도자료에 언론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오전 10시경 보도자료 출처를 여주군청 기획감사실로 바꿔 내보냈다.  

 

이와 관련 여주군청 관계자는 "여주군청에는 이미 경부운하 TFT가 꾸려져 있다"며 "민간단체 협조차원에서 홍보를 대신 해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청이 모든 행사를 기획하고 민간단체를 내세워 행사를 치른 것 아이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미래를 예견한 보도자료에 대해서도 "모든 보도자료가 그렇듯이 19일 행사 이후에 보도해달라고 미리 배포했던 것"이라며 "비교적 정확히 예언했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희한한' 보도자료 사건이 터지기 일주일 전인 지난 12일 나온, '여주 한반도대운하추진운동본부' 명의의 19일 행사예고 보도자료 역시 여주군청 경부운하 TFT 관계자가 대신 작성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보도자료 발송자로 밝혀진 이아무개 여주군청 팀장은 "운동본부측에서 보도자료를 좀 써달라고 해 대신 써주었을 뿐"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외에도 이날 행사에 여주군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데,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가남면의 한 이장은 "면장 명의로 오늘 행사에 참석해달라는 문자가 왔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장은 "며칠 전 이장회의를 할 때는 행사 참석을 독려하는 내용의 회의자료도 내려왔었다"고 말했다.

 

운하백지화 국민행동, 군수·도지사 선거법 위반 고발 예정

 

 

행사가 끝날 무렵 군민회관 앞 광장에서 만난 점동면 한 주민은 "행사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냐"는 질문에 "이장이 가라고 해서 왔다"라고 말했다.

 

대운하가 어떤 건지 궁금해서 왔다는 여주읍의 한 주민은 "저런 동원행사는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며 "우리처럼 자발적으로 온 사람들한테만 보여주면 되지 굳이 왜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동원해놓고 저렇게 부끄러워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운하백지화 국민행동'은 이날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한 이기수 군수와 경기도지사 등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운하백지화 국민행동은 "공직선거법에 의하면 공무원은 '소속직원 또는 선거구민에게 교육 기타 명목여하를 불문하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업적을 홍보하는 행위', '정당의 정강·정책과 주의·주장을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홍보·선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나라당이 '한반도 대운하'사업을 총선공약에서 제외했지만, 대운하사업은 한나라당의 주의·주장에 해당하며, 며칠 전만해도 한나라당의 핵심공약이었다"며 "총선 이후 대운하 사업을 추진할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운하백지화 국민행동 관계자는 "경기도청의 보도자료 파문, 그리고 이를 작성한 것이 여주군으로 드러난 이상 민간단체를 앞세워 선거운동을 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세종신문, 다음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부운하, #한반도대운하, #여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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