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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

아이 손, 어른 손 자꾸만 손이 가~

언제든지 새우깡~

어디서나 맛있게~

누구든지 즐겨요~

농심 새우깡~

 

가사만 읽어 봐도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는 귀에 익은 새우깡 CM송이다. 새우깡이 기업 '농심'을 대표하는 과자를 넘어, '초코파이'와 더불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과자라고 하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새우깡 죽이기, 과연 새우등만 터지면 될까

 

1971년에 출시돼 37년 동안 국민들로부터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표적인 과자다. 2004년의 어느 기사를 살펴보면, 과자를 만드는 농심은 매년 700억 원 어치의 새우깡을 팔았다고 한다. 당시까지 누적 판매량이 58억 봉지로 일렬로 쌓으면 에베레스트 산을 무려 16만개나 포개 놓은 것과 같은 엄청난 양이라고 한다.

 

굳이 이런 통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새우깡이 대한민국 대표상품인 것은 사람들의 추억을 들여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40대 이상에게는 1960년대를 대표하던 과자 뽀빠이를 물리치고 경제성장이 시작되는 70년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새로운 맛을 보여준 과자였다. CM송 가사처럼 아이부터 어른까지, 꼬마들의 간식에서부터 어른들 술안주에 이르기까지 등장하는 국민과자가 하루아침에 '쥐우깡'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대형할인점과 백화점에서 쫓겨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비난에 내몰리고 있다.

 

거기다가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까지 한 몫을 거들고 있어서 나라 전체가 '새우깡 죽이기'의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 어떤 소비자단체는 새우깡뿐만 아니라 이 회사가 생산한 제품에 이물질 관련 소비자 고발이 가장 많았다고 발표했고 언론을 이를 크게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생쥐머리 새우깡' 사태는 그리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하나는 값싼 원료를 들여오기 위해 중국 현지 공장에서 반가공하는 과정에서 생쥐머리가 포함됐을 수 있으며, 이것이 국내에 들어와서 그대로 제품으로 만들어져 판매됐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회사가 이런 사실을 알고도 한 달 가까이 쉬쉬하고 있다가 식약청의 조처를 받고서야 제품 회수와 생산 중단 같은 후속 조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쥐머리보다 위험한 첨가물, 이미 먹고 있다

 

회사의 안일한 후속조처는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고, 결국 소비자들에게 새우깡뿐만 아니라 이 회사 제품 전체가 외면당하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난 1989년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공업용 우지(牛脂) 라면' 파동이 업계 순위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을 보면 이번 사건도 결국은 소비자들에게 '심판'을 받게 될 것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새우깡 속에 '생쥐머리'가 나온 것이 본질인가? 사실은 아니다. 생쥐머리가 새우깡에 원래부터 포함된 화학소금이나 조미료, 팽창제, 팜유, 수입밀가루, 시즈닝보다 정말 더 위험한 물질일까?

 

과연 새우깡에 포함된 식물성 기름은 인체에 무해할까? 혹은 최근 수입논란이 되고 있는 GMO 식품보다 더 위험할까?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과 같은 과자와 가공식품의 위험을 고발하는 책들이 전하는 진실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과자 새우깡은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이면 검은 연기를 내뿜으려 훨훨 타오른다. 인터넷에는 과자 한 봉지만 있으면 라면을 끊일 수 있다는 '믿지 못할' 주장도 있다. 물론, 트랜스지방으로 대표되는 나쁜 기름이 포함된 것은 새우깡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추적 60분>에서 다뤘던 것처럼 과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가공식품이 인공색소와 화학첨가물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단언하건대 화학첨가물과 색소가 뒤범벅된 과자와 가공식품은 생쥐머리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그래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다른 회사, 다른 식품들은 '생쥐머리'가 섞일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과연 안전할 것인가? 값싼 중국산(또는 수입) 원료를 사용하는 어떤 식품회사도 이런 위험으로부터 완전한 '안전'을 소비자들에게 보장해줄 수는 없다. 왜냐하면 모든 사물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 농산물 시장이 무너지고, 저가 경쟁으로만 치닫고 있는 대형할인점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품회사라도 저가 제품 생산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생충알이 섞인 김치, 불량 무말랭이 만두가 모두 이런 저가 제품생산과 유통구조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먹을거리는 당연히 싸야 한다는 생각 바뀌어야

 

식품첨가물을 사용하여 가공하면 질 낮은 원재료의 흠을 감쪽 같이 감추고 빛깔 좋고 맛도 좋은 가공식품으로 바뀔 수 있다. 식품첨가물만 섞으면 값싼 원료로도 소비자들에게는 값싸고 맛있는 식품을 제공할 수 있는 '마술' 같은 일이 현실에서는 매일 매일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값싸고 질 좋은 것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값싸고 질이 좋아 보이는 것을 공급하는 것이 식품회사가 성공하는 지름길이 되어 버렸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은 아니지만, 보통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이 회사의 새우깡 한 봉지 가격은 800원(90g)이다. 그런데, 유기농매장에서 판매하는 비슷한(사실 맛은 좀 떨어지는) 제품 가격은 1500원(60g)이다. 물론 값이 비싼 대신에 첨가제, 색소, 인공조미료, 팽창제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1g당 가격을 비교하면 대략 3배 정도 비싸다. 가만히 따져보면 세상에는 싸고 좋은 제품이란 없다.

 

물론, 서민들이 어떻게 그 비싼 새우깡을 사먹을 수 있냐는 반박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유기농 매장에 파는 새우스낵이 비싼 것은 국내에서 생산된 좋은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며, 농심에서 만든 새우깡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소량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 제품 역시 1년에 700억 원씩 팔 수 있다면 훨씬 가격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세계에서 제일 비싼 이동전화 요금을 낮추거나 최신형 휴대폰을 구입하는 비용을 줄인다면, 얼마든지 유기농 매장에 파는 새우스낵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저곡가 정책에 오랫동안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농산물과 식품가격은 당연히 공산품보다 싸야 한다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값싸고 좋은 제품'이란 존재할 수 없다. 생쥐머리 새우깡 파동은 '값은 싸고 대신에 품질은 좋은 제품'을 얻으려는 위한 소비자들의 '기만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책임은 그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식량자급자족을 포기하고 반도체와 자동차, 핸드폰을 팔아서 국민을 먹여 살리겠다는 나라에서는 언제든지 이런 일이 반복해서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소비자들 역시 좋은 원료를 사용하여 안전하게 만들어진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제값에 구입하는 방식으로 소비 패턴을 바꾸지 않는다면, '생쥐머리'는 새우깡이 아닌 다른 제품에서 언제라도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태그:#새우깡, #생쥐머리, #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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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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