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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의 핫 트렌드 '꽃무늬 자전거'

좁은 골목에서 자전거를 탄 패셔너블한 여학생들이 휙휙 지나갈 때마다 젊은 기운들이 덩달아 따라간다. 치마를 입고 타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 신기했다.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것을 개의치 않아하는 것 같다.

피렌체에서는 옷 때문에, 스타일 때문에 자전거를 못 타는 것 같지는 않다. 평상복을 입고 구형 자전거 타고 달려도 충분하다. 그게 더 멋이다.

서울에서는 치마 입은 여성 라이더를 보기가 어렵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그것을 보는 사람도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자전거는 중무장을 해야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아니다. 꼭 쫄바지 입어야 하고, 꼭 마스크 써야 하고, 꼭 선글라스 껴야 하고, 꼭 MTB를 타야 하는 것이 아니다. 대중교통이나 자동차가 따라 오지 못하는 교통의 틈새를 질주하는 것이 맛이다.

유럽 도심은 자전거가 워낙 생활화 되어 있다. 자전거 위주다. '교통수단'이라기보다 '생필품' 개념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모터 사이클이 비싼 게 많이 보이는데 반해 비싼 자전거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소수다. 가까운 거리를 편하게 이동하는 것이 주목적이라면 사실 비싸야할 이유도 별로 없을 것이다.

이 도시에서 많이 볼 수 있던 이색적인 풍경이 있다면 바로 꽃무늬 자전거다. 여학생들이 타는 자전거를 자세히 보면 꽃무늬가 그려져 있다. 다른 도시에서는 여자들이 많이 타는데도 그런 모양의 자전거는 거의 없다. 피렌체만의 독특한 분위기인데 아마 도시 이름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피렌체는 '꽃'이란 뜻의 이탈리아 말인 피오레(Fiore)에서 유래했다고 하던데 그래서 시민들이 꽃무늬로 장식을 하는 것이 아닐까 내 나름의 짐작을 해 본다. 그렇다면 꽃 무늬 자전거는 연고지를 사랑하는 마음의 한 표현으로 보인다.

'꽃의 도시' 피렌체를 활보하는 수많은 꽃무늬 자전거들. 도시 사랑도 멋이 될 수 있다.
▲ 꽃무늬 자전거 '꽃의 도시' 피렌체를 활보하는 수많은 꽃무늬 자전거들. 도시 사랑도 멋이 될 수 있다.
ⓒ 정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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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흔적이 있다

피렌체는 방사형 도시라서 시내에는 딱히 후미진 곳이 별로 없다. 구석구석 볼 것이 많다. 다양한 형태의 가게들이 많아서 볼거리도 풍성했다. 평범한 인테리어의 가게도 우리와는 구조가 다르니, 신기해서 괜히 좋아 보였다.

이 골목 들어서면 예쁜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가게가 있고, 저 골목 들어서면 BMW 모터사이클 튜닝샵이 있기도 했다. 서울에도 BMW 모터사이클이 많이 다녀서 신기할 것은 없었는데, 이곳은 구형 모델이 많아서 구형에서부터 신형까지 다양하게 구경하니 눈이 즐거웠다.

▲ 피렌체의 BMW 튜닝샵. 특이한 엔진을 달고 있는 바이크가 많은 가게가 있어서 구경을 했다. 구형과 신형 바이크의 조화가 잘 어울렸다. BGM : Jovanotti - Penso Positi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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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이 특이하고 큰 것이 자동차 엔진인 것 같아, 주인에게 물어보니 자동차 엔진이라고 한다. 배기량을 물어봤는데 8000cc라는 믿을 수 없는 대답을 했다. 바이크 엔진이 그렇게 크다니, 8000cc 승용차도 별로 본 적이 없는 나로선 놀랄 수밖에! 차량용 엔진을 달았고, 판매용이 아니라서 가격은 책정돼 있지 않다고 했다.

듣도 보도 못한 것이라 믿기가 어려웠다. 아저씨가 영어를 잘 못해서 잘 못 부르지 않았을까, '0' 하나가 더 붙었거나, 앞자리가 '8'이 아니라거나. 아무래도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가 싶어, 오래 대화하지는 않았다.

시내 곳곳에서 고급 바이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것이나, 이런 튜닝샵을 골목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이 도시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작은 픽업도 있구나

작고 귀여운 이탈리아의 탈 것들.
▲ 미니픽업 작고 귀여운 이탈리아의 탈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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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못지 않은 피렌체 거리의 스쿠터들
▲ 피렌체 거리 로마 못지 않은 피렌체 거리의 스쿠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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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도 로마처럼 작은 차들과 스쿠터로 넘쳐난다. 귀엽고 실용적으로 보인다. 생활과 멋이 먼 곳에 있지 않다. 이탈리아의 교통수단들은 온 몸으로 '평범한 건 싫어'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들고 가도 모르겠다.
▲ 작디 작은 차 들고 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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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픽업트럭의 제작회사와 모델명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고가의 상품이라는 것은 TV에서 본 적이 있어 알고 있다. 결코 싼 맛에 타는 차는 아니다. 작은 차를 탄다고 가난한 사람이라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ELETTRICA'라고 써놓은 자동차도 있었는데, 자동차가 아니라 장난감처럼 느껴졌다. 이탈리어는 모르지만 단어의 어감 때문에 전기를 에너지로 움직일 것이라 생각했다.

'주차금지' '견인지역' 마크 옆에 보란듯이 주차가 돼 있었는데, 저렇게 좁은 공간에 차를 대는 사람도 대단하지만, 불법주차를 어떻게 미리 알기라도 했는지 금지마크 간판을 갖다 놓은 사람도 만만치 않다.

이런 면을 봐도 확실히 이탈리아인들의 주차실력은 수준급이지만 질서의식은 확실히 수준이하로 보였다. 좋게 말하자면 주차에 관해서는 확실히 융통성이 있는 편이다. 다만 차가 작고 귀여워서 딴 사람이 업어갈까봐 괜히 내가 걱정됐다.

작은데 짐칸이 달려있는 차, 삼륜차, 작은 전기차들을 봤을 때는 도대체 이것들은 왜 이탈리아에만 널려 있어야 하는지 불만이 생길 정도였다.

그것들을 수입해 내 고향 서울에서 팔고 싶을 정도가 됐다. 아, 수입상이 되고 싶어라. 서울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사업성은 떨어지겠지만. 서울의 도로도 작고 귀엽고 실용적인 것들로 넘쳐 나면 좋겠다. 상상만으로 즐겁다.

우리도 한때 많이 탔다고 하던데 다 어디 갔을까? 충무로를 활보하는 튜닝된 '삼발이'와 친척지간이다.
▲ 삼륜차 우리도 한때 많이 탔다고 하던데 다 어디 갔을까? 충무로를 활보하는 튜닝된 '삼발이'와 친척지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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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의 충무로를 가다

충무로나 을지로처럼 인쇄소, 타이포그라피 가게가 몰려있는 골목에 들어섰다. 그곳에서 명함을 만들면 좋은 기념이 되고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주문을 하기에는 언어 능력도 부족하고, 일정이 불규칙해서 만들지는 못 했다.

일정도 일정이지만 마음에 드는 인쇄소를 찾는 것이 난관이었고, 무엇보다도 역시 언어문제가 가장 컸다. 대체로 평범한 이탈리아 사람들은 영어를 잘 못 하기도 하고, 평범한 한국인인 나는 이탈리아어를 못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기초 수준의 이탈리어를 공부하고 온다면 좀 더 풍성한 이탈리아 여행이 될 것 같다.

그 길에 헌책방이 있었다. 마음에 드는 책이 있었는데, 한 쪽에서 보면 미켈란젤로의 드로잉인데 뒤집어서 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드로잉인 책이었다. '미켈란젤로랑 다 빈치는 대략 이런저런 그림을 그렸습니다'라고 간단하게 설명하는 책이었다.

두 거장의 그림을 누가 앞이다 뒤다 할 것 없이 배치해뒀다. 둘 중 하나는 맨 앞이고 뒤집으면 나머지 하나는 맨 뒤이게끔 만든 점이 재미있다. '두 예술가 중에 누가 더 위대합니까?'라는 우문에 '생각하기 나름이야'라고 현답을 하는 것 같았다.

옆에 있던 유럽 만화책도 신기해서 둘을 재가며 무엇을 살까 망설이다가 내게는 드로잉 북이 더 기념이 될 것 같아서 계산을 하러 들어갔다. 막 값을 치르려는데 더 좋은 책이 눈에 띄었다.

이탈리아어로 출판된 이탈리아 여행 가이드북이었는데, 책의 질에 비해 가격이 헐값이었다. 사려던 드로잉북을 다시 보니 안 보이던 단점들이 마구 눈에 띈다. 책의 질이 많이 떨어져 있다. 드로잉 북은 도로 진열대에 갖다 두고, 이탈리아 여행에 관한 책을 집었다.

피렌체의 헌책방에서 산 이탈리아에 관한 책. 책 속에 있는 밀라노 두오모 그림이 신비스러웠다. 이 사진을 보고 밀라노행을 결심했다.
 피렌체의 헌책방에서 산 이탈리아에 관한 책. 책 속에 있는 밀라노 두오모 그림이 신비스러웠다. 이 사진을 보고 밀라노행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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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여행의 초반이지만 남은 이탈리아 일정을 안전하고 즐겁게 마친다면 이곳은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매력적인 기억으로 남는다면 훗날 다시 올 것이기에 좋은 기념품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때가 되면 출발 전에 얼마간은 이 책으로 현지 언어 공부를 미리 하리라 다짐하며 발길을 옮겼다.


태그:#동영상 여행, #피렌체, #이탈리아 여행, #유럽여행, #피렌체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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