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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촌, 국내-해외 할 것 없이 친환경 급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먹을거리는 국가 차원에서는 식량주권의 문제이고, 국민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먹을거리는? 국가의 경쟁력이자 미래에 대한 투자다. 친환경 급식을 통해 학생들의 건강권을 지켜내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의 백년지대계라 할 수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최근 농촌정보문화센터에서 엮어낸 <밥상 위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에 소개된 친환경 학교급식 사례 5편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선생님, 다 먹었어요."

"어, 정말이네!"

 

1학년 범우가 밥알 하나 없이 깨끗하게 비운 식판을 내보이며 의기양양하다. '아마 오늘 음식이 햄이나 소시지였나'라고 생각하며 아직 밥을 먹고 있는 짝꿍의 식판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웬 걸, 고등어조림 옆에는 아이들이 먹기 싫어하는 시금치가 놓여 있다. 그런데 그냥 시금치나물이 아니었다. 으깬 두부와 버무려져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선생님이 거든다.

 

"정말 고소해서 아이들이 잘 먹어요. 그리고 이거 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 친환경급식이에요."

 

삼성초등학교

연혁: 1954 삼성초등학교 개교 /1998 3~6학년 급식 개시 /2005 1~2학년 확대 급식 /2006 병설유치원 급식 실시

 

급식 학생 수: 1795명(2007년 현재)

 

급식비(한 끼당): 1680원(학부모 부담 1630원 + 국고보조(연료비) 50원)

60년 역사를 훌쩍 넘긴 삼성초등학교(이하 삼성초교)가 친환경급식을 시작한 것은 2005년 정명옥 영양교사가 오면서부터. 

 

"환경문제를 공부하다가 자연스럽게 친환경급식에 관심이 생겼어요. 2003년 안양 서초등학교에서 부분적으로 시도하다 경기과학고등학교에서 확대 실시했죠."

 

경기과학고교에서의 출발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치킨너겟 같은 냉동·튀김 위주의 기존 식단을 채소같은 신선 식품으로 바꾸자 학생들의 불만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학교 홈페이지에 '우리는 토끼가 아니다' '의도는 알겠지만 햄·소시지가 먹고 싶다'란 글이 쏟아졌다.

 

그러나 하루 세 끼 모두를 학교에서 해결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몸에 나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냉동 가공식품을 줄 수는 없었다. '버섯공주'란 별명까지 얻어가며 친환경급식을 고수한 노력은 곧 결실을 맺었다.

 

몸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 학생들의 호응이 높아졌다. 특히 아토피를 앓던 세 학생의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보면서 확신을 얻었다. 이 때의 경험은 삼성초교를 친환경급식으로 변화시키는 데 자양분이 됐다.

 

학생들 "우리는 토끼 아니다"... 그래도 버섯공주는 멈추지 않았다

 

정명옥 영양교사는 부임하자마자 그동안 냉동 가공식품·수입제품을 친환경식재료로 바꾸기 시작했다. 친환경급식에서 식재료 문제가 가장 핵심이었다.

 

2005년 부임 첫 해에는 큰 소득이 없었다. 9월에 부임해 이미 연간 급식계획이 잡혀 있어 손을 댈 수 없었다.

 

다만 여지가 있던 화학소금을 천일염으로 물엿을 조청으로 대체하고, 일부 잡곡을 바꿨다. 2006년 연간 급식 계획을 짜면서 본격적으로 친환경급식을 시도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육류와 쌀을 한살림에서 직거래로 공급받으려 했으나 학교 쪽에서 반대했어요. 검증된 곳이라는 것을 알리려고 농림수산식품부 자료를 제시했지만 허사였죠."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제도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아무래도 소규모 친환경 유통업체는 고가의 검사장비 구입이 어려워 인증이 여의치 않았던 것.

 

결국 직거래 대신 입찰로 구매방식이 결정됐다. 최저가 입찰로는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가 될 판이었다. 고심 끝에 정명옥 영양교사가 찾은 방법은 입찰 조건을 추가하는 것.

 

입찰할 때 품질 규격에 '친환경 제품'을 단서로 달았고, 결국 친환경육류를 식단에 넣었다. 사업 초기 서로의 이해 부족을 딛고 학교와 정명옥 영양교사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식재료를 바꾸기 시작했다.

 

"고추장·된장 같은 장류·양념류와 채소류·과일을 친환경농산물로 바꿨어요. 2007년에는 카레 분말·토마토케첩 같은 가공 식재료까지 범위를 넓혔지요.'

 

그 결과 구입금액을 기준으로, 전체 식재료 중 친환경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6년 70%, 2007년 80%를 차지했다. 친환경 구분이 무의미한 수산물까지 고려하면 90% 수준에 달한다. 친환경식재료 품목 또한 2006년 12개에서 2007년 70개로 대폭 늘었다.

 

영양과 맛에 가격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HACCP

HACCP은 최종 제품을 검사하여 안전성을 확보하는 개념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식품의 생산·유통·소비의 전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여 제품 또는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보증하는 예방 차원의 개념이다.

 

따라서 HACCP은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감시활동으로 식품의 안전성과 건전성,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적이고 자주적인 관리시스템이다.

일선 학교에서 친환경급식을 할 때 가장 큰 고민거리는 아무래도 급식비다. 비싼 친환경농산물을 사용하다 보면 급식비가 올라가고 학부모 부담이 커진다.

 

하지만 삼성초교는 지금껏 급식비를 올리지 않고 식재료를 바꿨다. 가능했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친환경급식 자체에 있었다.

 

친환경급식을 하기 위해 햄·소시지 같은 일반 육가공식품이나 굴소스 같은 수입산 소스 사용을 자제하거나 배제했다. 화학조미료도 뺐다.

 

삼성초교가 1년에 사용하는 재료는 170~180가지다. 일반 학교의 220여 가지보다 훨씬 적다. 가공식품의 가짓수가 줄면서 재료비가 줄어들고 예산 부담이 적어졌다. 식품첨가물이 들어있는 고가의 가공식품 대신 신선한 고기 등을 이용하여 가급적 단순한 요리를 만들어 내놓았다. 결국 몸에 좋은 친환경농산물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예산도 줄였다.

 

"처음보다 친환경농산물 가격도 많이 내렸어요. 얼마든지 기존 예산에서도 친환경급식을 시작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많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좋은 걸 먹게 하겠다는 인식 전환이 필수입니다."

 

'친환경급식' 하면 으레 맛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삼성초교의 경우를 보면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본격적으로 친환경급식이 시작된 2006년 만족도 조사가 이를 말해준다. '매우 맛있다'와 '맛있다'는 학생이 51%였고 '보통'까지 합하면 94%에 달했다. '맛이 없다'는 학생은 6%에 불과했다. 2007년에는 만족도가 더 높아졌고 잔반도 거의 남지 않았다.

 

물론 삼성초교는 가공 소시지를 식단에 넣지 않는다. 화학조미료 대신 멸치·다시마·버섯 등으로 맛을 낸다. 그런데도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만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정명옥 영양교사는 친환경식재료에서 찾는다.

 

'친환경식재료 자체가 신선해 그것만으로도 맛을 낼 수 있어요. 가급적이면 조리방법을 간소화해 재료 고유의 맛을 내도록 노력하고 있죠."

 

비법은 또 있다. 새로운 식단의 개발이다.

 

아이들이 잘 먹지 않는 시금치는 카레에 넣어 '시금치 카레'를 만들거나 '짬뽕국'에 넣는다. 미나리는 전을 만들어 제공한다. 거부감 없이 친환경농산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다. 계절을 고려한 제철음식과 팥죽 같은 전통음식도 자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또 매일 급식 시간에 교실을 순회해서 어떤 음식이 많이 남았는지 점검하고 잔반의 양을 체크한다. 아이들이 어떤 조리방법을 더 좋아하는지, 어떤 재료를 더 넣거나 덜 사용해야 하는지 교실에 들어가서 아이들과 만나 확인하고 일지에 적어 그대로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학교급식은 한 끼를 때우는 수단이 아니다

 

2006년 경기도교육청은 삼성초교를 우수급식학교로 선정했다.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 삼성초교는 성이 차지 않는다. 100% 온전한 친환경급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친환경급식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쌀을 바꾸지 못했다. 이유는 오로지 단가 때문이다. 현재 사용하는 정부미는 한 끼당 60~70원(1인 기준) 정도. 이를 친환경쌀(무농약 )로 바꾸면 150원 정도가 더 든다.

 

"언젠가 한살림에서 친환경쌀 소비 촉진을 위해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했어요. 그래도 추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더군요."

 

한 달로 치면 3000원의 추가 부담이 학부모에게 돌아가 결국 생각을 접었다. 대신 몸에 좋은 현미를 일주일에 한 번 식단에 넣었다.

 

그런데 2008년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지금껏 정부미를 50%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지원 정책 덕택이었다. 하지만 2008년부터는 WTO 협정 준수 등의 이유로 지원이 어려워져 몇 년 후면 100%에 가까운 가격으로 사야 한다. 친환경쌀과 별반 가격 차이가 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친환경쌀로 바꾸어도 무방하리란 생각에 전환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초교가 아직 친환경농산물로 바꾸지 못한 품목은 더 있다. 김치와 식용유·참기름 등이다. 친환경제품의 물량이 적어 조달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워낙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학부모의 부담만으로 돌리기에는 벅차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절실한 대목이다.

 

"학교급식은 단순히 점심 한 끼를 때우는 것이 아닙니다. 화학첨가물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자연의 맛을 찾아 주고 건강한 몸을 만들어 주는 현장입니다."

 

친환경급식을 총괄할 학교급식지원센터 필요

[인터뷰] 정명옥 삼성초교 영양교사

 

- 친환경급식을 시작하기 전 했던 고민은.

"아무래도 급식비 인상이다. 지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학부모 부담만으로 돌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건강에 별로 이롭지 않은 냉동 가공식품을 줄여 인상을 억제할 수 있었다. 부분적으로 친환경식재료나 국산재료 공산품을 사용하면 소폭 인상으로도 친환경급식이 가능하다."

 

- 물량 조달에는 어려움은 없는지.

"아무래도 친환경농산물의 생산량이 적다 보니 물량 확보가 가장 어렵다. 쓰고 싶어도 없어서 일반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또 친환경 식재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계속적인 시장조사로 해결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 친환경급식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대책은.

"현재 신뢰도가 높은 친환경 식재료를 취급하는 업체가 없다. 친환경급식의 인증·유통 등을 총괄하는 학교급식지원센터를 만든다면 보다 쉽게 친환경급식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태그:#친환경급식, #삼성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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