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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국정을 파탄시킨 김대중·노무현 추종세력들은 구 집권당인 다수야당 그리고 정부조직·권력기관·언론사·방송사·문화계·학계·시민단체 등 국가사회의 각계각층의 중요자리에 광범위하게 남아서 이명박 새 정부 출범의 발목을 잡고 있고 경제 살리기를 위한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정부조직법 개혁을 무산시켰고 국무위원 후보 흠집내기로 아직도 조각조차 제대로 다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방송 등 중요 자리에 각종 개혁 작업의 발목을 계속 잡고 있다. 지금도 방송통신위원장·국정원장의 인사청문회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에 이런 예는 없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추종세력으로서 아직도 국정의 발목을 잡고 개혁을 방해하는 세력은 정권을 교체시킨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그래서 하루빨리 그 자리에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사퇴하는 것이 옳다. 만일 그들이 끝까지 국정의 발목을 잡고 사퇴하지 않을 경우 국민이 그들을 물러나게 할 것이다. 아울러 국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한나라당에게 주어서 국정의 발목을 잡는 세력을 엄중히 심판할 것이다."

 

정치의 본질은 '밥그릇 싸움'

 

조선왕조를 달군 사색당쟁에는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의 학문적 차이점도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직접적인 시발점은 '밥그릇 싸움'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높은 벼슬과 대토지를 점유한 훈구 대신들을 몰아내고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한 사림은, 인사 추천에 있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조정랑' 자리를 두고 김효원의 일파와 심의겸의 일파가 갈라져 각각 '동인'과 '서인'이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현대 정치도 과거의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정치공학'이라고 한다. 본질은 내세우지 않은 채 그럴싸한 명분과 계산을 내세워 정치적 이득을 독점하려 하는 행위를 말한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국정파탄세력은 사퇴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그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조선 중기에 서인의 영수 우암 송시열이 남인 당파의 백호 윤휴에게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고 비난하며, 그가 성리학의 창시자인 남송의 주자에 대한 절대적 충성과 서인의 정권 독점에 골몰했던 역사적 사실을 기억해보자. '사문난적'이라는 말은 대한민국에 들어와서 '빨갱이'라는 말을 거쳐 '좌파'로 다소 순화되더니,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어를 거쳐 '국정파탄세력'으로 자리잡았다.

 

안상수 대표의 저 언급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는 말자. <오마이뉴스> 김당 기자가 < "김대중·노무현 추종세력 자진 사퇴하라" 언론·문화·시민단체도 자기편 채우겠다?>에서 해석한대로, "우리편 사람들에게 한 자리씩 줘야 하니 나가달라"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언론사·방송사·문화계·학계·시민단체'를 언급한 사실 탓에, "독재정권을 보는 것 같다"는 비판도 제기되곤 한다.

 

그렇다고 해도 안상수 원내대표만 탓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조선시대 때부터 내려온 당쟁의 부정적 단면의 일부분을 보여줬을 뿐이니까. 검찰 인사부터 대통령의 고향 출신 인사들이 요직을 장악하는 사례를 한두번 보는 것도 아니지 않던가.

 

안상수의 언급, '좌파 적출 수술'의 첫 단계

 

심재철 의원은 지난 대선 직전에 "좌파정권이 남긴 각종 흔적을 하나씩 벗겨내는 좌파 적출 수술을 할 단계"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를 거론한 분야들을 돌아보자. 정부조직·권력기관·언론사·방송사·문화계·학계·시민단체...사회의 모든 분야라고 봐도 무방하다. '각종 흔적을 하나씩 벗겨내는 좌파 적출 수술'의 첫 단계는 결국 '자진 사퇴 권고'로 시작됐다.

 

물론, 이런 언급 정도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만일 그들이 끝까지 국정의 발목을 잡고 사퇴하지 않을 경우 국민이 그들을 물러나게 할 것"이며, "아울러 국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한나라당에게 주어서 국정의 발목을 잡는 세력을 엄중히 심판할 것"이라는 언급을 돌아보자.

 

"한나라당이 과반수 이상을 점하면 숙청 작업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개헌선'이라는 이야기가 오갔던 적도 있었음을 감안하면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을 법도 하다.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최시중씨가 정몽준 의원에게 한나라당 입당을 설득하면서 했다는 이야기도 "향후 한나라당 정권이 15년 갈 것"이라는 이야기였다고 한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았으니 '15년'은 해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우리로서는 그 '좌파 적출 수술' 단계를 유추하자면 역사의 교훈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유학과 예학으로부터의 명분 싸움이 당쟁의 기본이었지만, 당쟁의 끝에는 '환국'이라는 이름의 정권교체 단계가 있었다. '환국'의 끝에는 특정당파의 요직 독점과 상대당파 요인들에 대한 처분 등의 정치보복이 기다리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결국, 우리 사회의 정치 수준이 조선시대의 사색당쟁에서 한걸음도 진전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인과의 대결에서 서인이 승리해 남인이 조정에서 숙청되고, 서인 내부에서 소론과의 대결에서 노론이 승리해 승승장구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억해보자. '좌파 적출 수술'이 견지하는 근본적인 목적, 그리고 안상수 원내대표가 던진 그 신호탄에는 이런 야심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무리한 발언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치인이란 사람들은, 일반인에 비해 몇 수는 앞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발언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누리꾼들은 순간 댓글로 비난하거나 욕하는 것으로 끝낼지는 몰라도, 그네들에게는 근본적인 '힘'이 있고 비난이나 욕쯤은 무시해버릴 수 있는 '얼굴'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무리한 발언에는 삼중사중의 계산과 수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순간의 비난으로 끝낼 일이 아닌 것이다. 특히나 한나라당이 살아남아 버텨와 다시 정권을 잡은 세월이 무려 60년 가까이 됐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조선시대 당시에 노론이 영조와 정조 대에 걸쳐 장기집권을 구가하면서 세도정치로 직결됐으며, 일본에서 자민당이 내각제를 통해 수십년이 넘게 정권을 장악하면서 가져온 폐해도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무리한 발언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언론사·방송사·문화계·학계·시민단체까지 장악한다는 이야기는 사회 모든 분야에 기득권을 공고히 굳혀놓겠다는 이야기다. 5년간 제대로 실현한다면, 최시중씨가 정몽준 의원을 한나라당에 입당시키면서 이야기했다는 "보수가 15년 집권한다"는 이야기도 꿈은 아닐 것이다.

 

안상수 원내대표의 그 발언, 역시나 '그만한 이유'가 있던 것이었을까? "보수가 15년 집권하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한반도 대운하·영어몰입교육·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기억하면서 상상해보자. 안상수 원내대표의 '신호탄', 우리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안상수, #한나라당, #최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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