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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제5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삭식이 열렸다. 이적이 '올해의 음반상' '올해의 노래상'·'최우수 팝 음반상', 그리고 '최우수 팝 노래상'을 수상하는 4관왕의 영예를 누렸다.

내가 한국을 떠나온 지 5년쯤 되었으니 '한국대중음악상'도 그 정도 나이를 먹었다. 이 상이 설립되었다는 소식을 몇 년 전부터 듣고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에 영화상은 몇 개나 되지만 쓸만한 대중음악상이 없어서 늘 아쉬웠다. 대중음악의 역사만 따져도 영화에 견줘서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한국대중음악상'의 등장만으로도 반가운 소식이었는데 벌써 5회를 맞았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여러 모로 미국 대중음악상인 '그래미(Grammy)'와 비교된다. 선정부문이나 전체적인 구성도 그래미와 비슷하다. 올해로 50회를 맞은 그래미는 전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유명한 상이 되었다. 아마도 미국 대중음악이 세계적 영향력을 누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대중음악상'이 진정 한국의 그래미로 인정받는 날이 오길 기대하며, 몇 가지 떠오른 생각을 정리한다.

트로트는 저급해서 빠지고 클래식은 고급해서 빠졌나?

음악상 선정 부문은 대체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한국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장르인 모던록·록·힙합·팝·알앤비&소울·댄스&일렉트로닉·재즈&크로스오버·영화드라마음악이 선정되었다. 하지만 트로트·클래식·국악 등은 빠져 있다.

트로트는 일본풍이라서, 아니면 상 주기엔 너무 저급한 장르라서? 상을 주든 안 주든, 트로트는 아직까지도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사랑받는 장르다. 신인가수도 계속 나오고 있다. 트로트같은 대중적 장르가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제외될 이유는 없다.

클래식은 '대중음악'이 아닌 '예술'이라서 빠졌나? 예술과 대중음악의 구분이 점점 의미 없어지는 시대이다. 국내에서 클래식을 즐기는 대중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대중이 즐기면 클래식도 대중음악이 아닌가? '한국대중음악상'부터 예술과 대중음악의 경계라는 구습의 틀을 깨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면 대중음악의 저변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국악'도 대중성이 없다는 이유로 빠졌나? 한국 대중음악장르는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국내에 들어오면서 토착화 과정을 거치긴 했어도 뿌리는 외국이다. 이와 동시에 우리의 토착음악인 국악은 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대중 음악상을 제정하면서 이러한 현실의 문제점을 타개하는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도록 국악을 우리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 포함시킬 수는 없었을까.

왜 재즈를 크로스오버와 묶었을까도 의문이다. 재즈가 장르적 속성이 비교적 자유로워 가끔 크로스오버도 같이 겸하긴 한다. 하지만 다른 장르는 크로스오버가 없는가? 한국에서 재즈가 그렇게 모호한 장르인지 생각하게 된다.

'한국대중음악상'이라는 대표성을 띤 이름을 걸고 나온 상이라면 한국 대중음악의 모든 장르를 포함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미는 31개 카테고리로 세분화되어 있다. 한국대중음악상이 종합적인 상을 지향한다면 소외된 장르가 없어야 한다. 그런 장르일수록 상으로 더욱 권장해야 그 균형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이름도 한번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국대중음악상'은 너무 심심하고 학술적이다. 이상문학상처럼 대표적인 음악인의 이름을 따서 지으면 어떨까? '그래미상' '오스카상' '에미상' '토니상'처럼 말이다.

한국은 추상적인 이름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인들은 '오스카'라고 부르고 미국언론도 항상 그렇게 쓰기를 선호하는데, 한국 언론은 굳이 '아카데미'라는 추상적인 이름으로 바꿔서 번역한다. 대중음악상을 친근한 이름으로 바꾸면 대중들에게 다가가기도 쉬울 것이다.

창작자와 향수자... 공정한 심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대중음악상'은 대중음악평론가·음악 전문기자·라디오 PD, 학계와 시민단체 등 대중음악 전문가 41명이 선정위원으로 참여해 수상자를 결정하는 시상식이다. 반면, 그래미상은 상업적 노래 6곡 이상 제작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선정위원이다. 가수·지휘자·작곡가·작사가·제작자·엔지니어·연주자·편곡자·아트 디렉터 등이 전문가로 포함된다. 음반사 관련자들은 선정위원에서 제외된다.

요컨대 미국의 그래미는 창작자 중심이고, 한국의 대중음악상은 향수자 중심이라 할 수 있겠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음악 창작자들을 선정위원에서 배제시킨 이유는 납득할 수 없다.

대중음악평론가·음악 전문기자, 그리고 학계를 묶어서 느슨하게 '평론가 집단'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평론가 집단은 전문성을 가지고 음악을 평가한다. 하지만 음악상을 주는 데도 평론가집단이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언론 같은 매체를 통해서 평론가집단은 이미 음악을 평가하고 있다. 평론가집단이 음악상으로 다시 평가하는 것은 중복된 권력이 아닐까. 음악 창작자들도 음악상 선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 음악에 대한 전문성을 따지면 이들만큼 전문적인 사람이 있을까. 상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 현재 41명인 선정위원의 수도 늘리고 창작자들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한국대중음악상에 있는 특별한 부문이 바로 '네티즌이 뽑은 음악인상'이다. 작년까지는 네티즌 투표를 모든 부문에 20% 반영했는데, 올해부터는 네티즌 부문을 독립시켰다. 음악을 직접 즐기는 수용자들의 입장이 반영된 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게 옳은 결정인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음악 향수자들의 표를 소외시키는 결과일 수 있다. 예전처럼 일정 비율로 수용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대중적인 방법일 수 있다.

네티즌 부문상은 실명 인증을 통해 중복 투표를 막는 등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상당히 노력했다. 하지만 인터넷 투표는 '네이버'라는 특정 포탈 사이트에 의존했다. 네이버가 가장 인기 있기는 하지만 공정해야 할 투표를 특정 포탈 사이트에 의존한 것은 문제가 있다.

자체 사이트를 통해서 독립적으로 투표를 진행했어야 공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네이버 이외의 네티즌 여론은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 좀더 고민했어야 한다. 특정 방송사와 독립된 기관으로 출발한 시상식이 특정 포탈에 종속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상탔는데 시상식 못간 가수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연말 가요시상식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음악인의 축제라기 보다는 그것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집단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행사로 전락하며 지나친 경쟁으로 방송사간의 권력관계의 장으로 기능하였습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한국대중음악상은 5년 동안 꾸준히 상을 주면서 대중적 지명도를 높여왔다. 선정과정도 비교적 투명하게 홈페이지에 나와 있고 선정조직도 상당한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은 했지만 참석하지 못한 가수들이 있다. 한국대중음악상의 권위나 대중적 인기가 높아지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지상파 방송사와 연계해서 돌아가며 방송하면 대중들과 더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 방송사와 독립된 조직을 꾸리는 것은 좋지만 방송하고 완전히 담을 쌓을 필요는 없다. 대중과 유리된 음악상의 미래는 밝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한국대중음악상'이 공정성과 대중성을 겸한 한국대중음악상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제 5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내역

* 올해의 음반 : 이적 <나무로 만든 노래>
* 올해의 노래 : 이적 '다행이다'
* 올해의 음악인 : 이승열
* 올해의 신인 : 윤하
* 올해의 연주 : 예산족

* 최우수 모던록 음반 : 허클베리 핀 <환상… 나의 환멸>, 못 <이상한 계절>
* 최우수 모던록 노래 : 이승열 '아도나이'
* 최우수 록 음반 : 할로우 잰 <러프 드래프트 인 프로그레스>
* 최우수 록 노래 : 마리서사 '너 없인 행복할 수 없잖아'
* 최우수 힙합 음반 : 에픽하이 <리매핑 더 휴먼 소울>
* 최우수 힙합 노래 : 드렁큰타이거 '8:45 헤븐'
* 최우수 팝 음반 : 이적 <나무로 만든 노래>
* 최우수 팝 노래 : 이적 '다행이다'
*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 윤미래 <윤미래>
*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 윤미래 '왓츠 업! 미스터 굿 스터프'
*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 : 하우스 룰즈 <모히토>
*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 원더걸스 '텔 미'
*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음반 : 웅산 <예스터데이>
*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노래 : 웅산 '예스터데이'
* 최우수 영화드라마음악 : <케세라세라>

*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모던록 : 넬
*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록 : 노브레인
*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힙합 : 에픽하이
*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팝 : 윤하
*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알앤비&소울 : 브라운 아이드 소울
*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댄스&일렉트로닉 : 빅뱅
*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재즈&크로스오버 : 나윤선

* 선정위원회 특별상 : <빵 컴필레이션 3집>
* 공로상 : 신중현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개인블로그(http://ryudonghyup.com/2008/03/05/5th-korean-pop-awards/) 동시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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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협 기자는 미국 콜로라도대학교(University of Colorado at Boulder)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