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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이래 정부가 많은 사회복지정책과 사업들을 추진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민 모두 그것이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과 신이 우리를 돌봐줄 것이라는 신앙심이 부족했다.... 정부나 사회복지사 그리고 국민 모두가 성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면 신의 가호가 함께 할 것이라는 신앙심을 가지고 있을 때 사회복지정책은 성공할 것이다.

 

최근 들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적 양극화에 관한 대처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적 양극화를 이념의 수준에서만 보고 있을 뿐 신이 우리를 돌볼 것이라는 확고한 신앙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적극적 실천력을 찾아볼 수 없다."

 

김성이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가 작년 5월 30일 <국민일보>에 게재한 글 중 일부를 발췌한 글이다. 그는 사회복지정책도 양극화도 모두 신앙심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행정 대신에 예배하고 기도드릴 것 같은 장관?

 

한 나라의 장관이, 그것도 보건복지부장관의 의식수준이 이 정도라니, 우리 국민은 ‘참 운도 되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람이 장관이 된다면 갈수록 어려워지고 복잡해지는 보건 복지 행정을 어떻게 수행한다는 말인가?

 

행정 대신에 시도 때도 없이 자기 하느님에게 예배하고 기도드리지 말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설마 보건복지부를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말은 하지 않겠지?

 

김성이 내정자는 이미 사퇴한 3명의 국무위원 내정자보다 한층 더 많은 하자를 가지고 있다. 그는 ‘비리와 불법의 쇼핑몰’ 같은 사람이다. 그는 8번에 걸쳐 저서와 논문 표절을 일삼은 상습범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그는 국회에서 자신의 논문 표절 혐의에 대해 “썩 잘한 일은 아니다”라는 말로 시인한 바 있다. 국민의 정부에서는 송자 장관이, 참여정부에서는 김병준 장관이 표절 때문에 물러난 바가 있다.

 

또한 그는 전국 여러 군데에 땅과 건물을 가지고 있는 부동산 부자이기도 하다. 그는 일산에 있는 자기 소유 84평 오피스텔의 임대소득을 2005년 41만 원, 2006년 52만 원으로 축소 신고함으로써 세금을 포탈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게다가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그의 딸(32세)은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8년 동안이나 한국의 의료보험 혜택을 받았다.

 

그는 청소년단체 간부 시절의 공금유용혐의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있으며, 5공 시절 정화사업 명목의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교수가 되기 전 5공 실세 허문도씨가 만든 현대사회연구소의 연구부장으로 근무한 적도 있다.

 

도덕성 하자에 이어 명백한 자질 부족

 

"아이가 중3 때 연합고사에서 수석을 했다. 수석 입학하니까 이 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제가 청소년복지를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웠다. 그래서 시골 할머니 댁에 갈까 아니면 미국에 갈까 고민 끝에 본인의 선택에 따라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딸의 국적 포기에 대해 이런 식의 변명밖에는 늘어놓을 수 없는 수준의 사람이 어떻게 교수가 되고 또 장관까지 넘볼 수 있게 되었는지? 아니 어쩌면 그는 이 시대의 유형적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경기고 ·서울대(KS)를 다녔고, 미국에 유학한 기독교인 교수이다. 요컨대 이런 부류의 사람이 지닐 수 있는 면모를 그라고 해서 다른 이보다 유달리 많이 가졌다고 보아지지도 않는다.

 

이런 사람이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임명되기 직전에 있다. 법조문에 의하면 국회청문회 일정과 상관없이 3월 10일이면 대통령 임의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 실패는 검증 시스템의 문제 때문이 아니고 대통령 자신의 철학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을 심각히 받아들였으면 한다.

 

김성이 내정자는 두 말 없이 사퇴하는 것이 옳다. 아니면 임명권자가 임명을 취소해야 한다. 어느 면에서는 사퇴만으로는 약한 조치일 수도 있다. 저서나 논문 표절은 사법처리가 필요한 일이다. 더 이상 국민들 피곤하게 하지 말고 본인 망신살 더 뻗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 주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김갑수 기자는 소설가로서 오마이뉴스에 역사팩션 <제국과 인간>을 연재 중입니다.


태그:#김성이,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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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평론을 주로 쓰며 '인간'에 초점을 맞추는 글쓰기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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