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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한반도 대운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에도 이를 그대로 시행할 뜻을 밝혔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해서는 현재 여러 단체에서 그 경제성과 환경파괴의 문제에 대해 설전이 오가고 있으며 전문가들도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가 시행된다면 그 대상구역의 환경 문제가 가장 큰 논란 거리로 떠오를 것이며, 환경 개선문제에 대해 여러 말이 오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살펴보아야 할 것은 환경문제도 있지만, 그곳에 분포되어 있는 문화재 또한 여러모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난 1월 3일, 문화재청이 인수위에 보고한 한반도 대운하 개발 예정지 주변의 지정 문화재는 72곳이나 된다고 한다. 그리고 매장 문화재와 이곳을 지표조사, 시굴조사하게 됨으로써 알려질 문화재는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운하를 어떻게 건설하느냐도 문제이다. 운하를 만들 때 수심을 생각하고, 식수원으로 쓰인다는 점을 착안할 때 건설 문제는 심각하다. 기존의 강보다 더 아래로 파고 들어가야 할 곳이 여러 곳이며, 산지가 많기 때문에 인공호수를 만들어서 배를 올리는 식으로 공사를 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식수원을 생각해 이중수로를 만든다면 그야말로 자연을 콘크리트로 도배해가면서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문화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국보 6호, 불바다에 이어 물바다로?

신라시대의 석탑인 중앙탑(국보 제 6호). 이 중앙탑과 탄금호까지는 불과 50m 정도밖에 떨어져있지 않다. 운하가 개발된다면 사진 속의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어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 어릴적의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을까?
▲ 충주 중앙탑. 신라시대의 석탑인 중앙탑(국보 제 6호). 이 중앙탑과 탄금호까지는 불과 50m 정도밖에 떨어져있지 않다. 운하가 개발된다면 사진 속의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어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 어릴적의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을까?
ⓒ 송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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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를 대표하는 문화재이자, 신라가 삼국통일을 한 직후 그 역량을 국내외에 자랑하기 위해 세운 중앙탑. 이 중앙탑과 운하가 건설될 예정지인 탄금호까지의 거리는 불과 50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운하로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곳을 대대적으로 개발해야하며 이는 중앙탑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중앙탑은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국보 제 6호의 위치에 있다. 이러한 중앙탑은 주위의 지대보다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막상 운하를 개발하면서 주변지역을 정리하면 훼손과 무관하다고 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이것만 문제는 아니다. 사실 중앙탑은 그 유명세 때문에 언론에도 조명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방 유형문화재들도 많다. 그 중에서도 하나 꼽고 싶은 문화재가 있으니, 바로 중원창동마애불이다.

몇 백년간 이곳 지역 사람들에게 신앙의 대상이 되었던 이 마애불은 이제 수몰 위기에 처해있다.(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 76호)
▲ 중원창동마애불. 몇 백년간 이곳 지역 사람들에게 신앙의 대상이 되었던 이 마애불은 이제 수몰 위기에 처해있다.(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 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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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창동마애불은 바위에 새겨진 부처님으로서 고려시대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 76호로서 이쪽 사람들과는 오랫동안 함께 해온 친근한 부처님의 모습이다. 하지만 중원창동마애불의 바로 아래에는 탄금호가 있다. 탄금호가 물에 불면 이 중원창동마애불까지 물이 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몇 백년이 지난 고려불상에 관심도 없어 보인다. 이러한 문화재들은 마애불이라는 특수한 여건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현재의 기술이라면 웬만한 문화재라면 다 옮길 수 있다고 하지만, 마애불은 바위에다가, 특히 중원창동마애불은 절벽에다가 새겨놓은 것이니 이를 통째로 뜯어서 옮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중원창동마애불은 이 근처 나루터의 사람들에게 신앙의 대상으로서 남았으며, 몇 백년간 지역 사람들의 수호신으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임진왜란 당시 탄금대 전투에서 신립장군이 왜군에 패배한 것을 애석하게 여겼던 지역 주민들은 이 중원창동마애불의 모습이 바로 신립장군의 모습이라고 믿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몇 백년간의 믿음과 문화유산이 개발 논리로 물에 잠기기 일보 직전이다. 애초에 다른 방법이 없고 국보, 보물 축에도 들지 못하는 유형문화재라는 이유로 쓸쓸하게 물에 잠기며 지내야 하는 게 과연 문화재의 현실이란 말인가?

개발논리에 사라진 2360여기의 고구려 고분들

중국에 운봉댐, 중국어로는 원펑댐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는 본래 2360여기의 고구려 고분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 많은 고구려 고분을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중국이 원펑댐을 개발한다는 이유에서 이곳에 대한 발굴을 소홀히 하고 그대로 수장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우리는 고구려의 잃어버린 역사를 알아 낼 수 있는 중요한 열쇠를 영원히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러한 중국의 행위에 한국의 학자들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단순히 개발이라는 논리에 앞서 문화재를 소홀히 하고, 한국에 이 소식이 알려지면 개발이 연장되어 제 시간에 못한다는 생각에 그러한 선택을 한 것이리라. 하지만 이는 결코 중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2008년의 대한민국에서도 똑같은 일이 그대로 벌어지려고 하기 때문이다.

한반도대운하에서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운하가 건설된다고 하면 이쪽에 대한 문화재 조사는 절대로 피할 수 없다. 우선 지표조사부터 들어갈 것이다. 지표조사는 문화재가 있는지 없는지를 육안으로 살펴보고 유물들을 직접 채집하거나 문헌기록을 뒤져 그곳의 내력에 대해서 조사해 보는 것을 말한다.

지표조사에서 문제가 없다고 여겨진다면 불도저가 출동하게 되지만, 이곳에서 무엇인가 나올 것 같다는 결과가 나오면 시굴조사에 들어가게 된다. 시굴조사는 일정 구간의 구역을 파서 그 속에서 유물과 유구가 나오는지를 알아보는 조사이다. 이 조사를 통해 그 지역에서 중요한 매장문화재가 발견되었을 경우 발굴조사가 들어가게 된다.

문제는 이 시굴조사와 발굴조사이다. 사실 한강과 낙동강 전체를 지표 조사하는 것 자체로도 현재 우리나라 문화재조사 인력상 한계는 분명히 있고 그 시간 또한 매우 오래 걸린다. 지표조사와 시굴조사, 그리고 발굴조사를 할 것을 생각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5년은 물론이고 정밀하게 할 경우 몇 십 년에 이를 수도 있으며, 그 예산도 천문학적 비용에 달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내년에 첫 삽을 뜰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에 대한 복원 및 이전, 그리고 매장문화재에 대한 조사를 생각한다면 내년에 공사가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다. 그렇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중국의 원펑댐 수몰보다 더욱더 큰 범죄를 후손들에게 하는 셈이다.

세계 최악의 문화재 파괴 사례로 남지 않기를... 

아름다운 모습의 이 장면은 대운하 개발 이후엔 어떻게 변해있을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리 선조의 발자취는 과연 얼마나 남게될까?
▲ 충주 탄금호. 아름다운 모습의 이 장면은 대운하 개발 이후엔 어떻게 변해있을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리 선조의 발자취는 과연 얼마나 남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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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2360기의 고구려 고분을 물 속으로 집어넣어버렸으며, 이는 땅치고 후회한다고 하더라도 이제 와서 제대로 조사하긴 영영 불가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어떤가? 대운하라는 개발공약에 이끌려 그보다도 더욱더 큰 죄악을 후손들에게 범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문화재뿐만 아니다. 이쪽의 생태계 조사 및 환경 조사 그리고 이 모든 지역에 해당하는 땅값에 대한 보상 문제와 건물들의 이전 등을 생각한다면 그 비용이 과연 어느 정도 나오고, 과연 5년 이내에 끝날 문제일까?

문화재에 대한 무관심 속에서 국보 1호인 숭례문은 불에 타서 우리의 곁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숭례문 또한 그 복원을 제대로 할 경우 몇 년 이상 걸릴 것이 자명하다. 그러한 숭례문의 재가 아직 식지도 않았건만, 우리나라 문화재 수십, 수 백 개가 한 번에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이는 단순히 무관심 때문이 아닌, 무지와 경제면 된다는 개발논리 하나 때문이다.

앞으로 한반도 대운하공약에 대한 시행이 어떻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문화재를 공부하는 한 사람으로서 한반도 대운하라는 개발논리는 우리나라 문화재에 있어서 치명적인, 그리고 후세에 가서도 두고두고 회자될, 세계에서도 최악의 문화재 파괴사례 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은 변치 않는다. 지금이라도 한반도 대운하공약에 대하여 깊게 숙고할 때이다.

역사는 앞선 과거의 잘잘못을 보고 미래에는 그러한 잘못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바라볼 수 있는 거울이다. 인간은 실수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인류는 역사로서 과거의 잘못된 방향을 미래의 올바른 방향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하지만 운명의 시계추가 다시 놓인 지금, 우리는 다시 거꾸로 되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실수를 향해 가고 있지는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충주에 갔다와서 대운하를 떠올려 보면서 써본 글입니다.



태그:#한반도 대운하, #충주, #문화재, #중앙탑, #중원창동마애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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