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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도시교통본부에서 작성한 <버스 서비스 수준 향상을 위한 버스운행 점검요원 점검계획> 문서. 여기에는 '시내버스 내 라디오 방송 송출 금지'가 포함돼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에서 작성한 <버스 서비스 수준 향상을 위한 버스운행 점검요원 점검계획> 문서. 여기에는 '시내버스 내 라디오 방송 송출 금지'가 포함돼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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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버스서비스 수준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시내버스 안에서 라디오 방송을 틀지 말라는 지침을 각 버스회사에 내려보내 논란을 빚고 있다.

서울시에서 지난 28일 서울시내 각 버스회사에 '오는 3월부터 12월까지 버스 안에서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해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는 버스회사는 버스 서비스 평가에서 1점을 감점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공문을 내려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라디오 방송 송출을 원천적으로 금지할 경우 긴급재난방송를 들을 수 없고, 시민들의 뉴스 접근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과도한 버스 서비스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버스·택시·자가용 등의 운전자들이 라디오방송의 주요 시청자층이라는 점에서 각 방송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서울시 "버스 안에서 라디오방송 트는 나라는 없다"

29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의 <버스 서비스 수준 향상을 위한 버스운행 점검요원 점검 계획> 문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는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간 시내버스 390개, 마을버스 200개 노선을 대상으로 ▲ 친절도 ▲ 안전운행 ▲ 운행실태 ▲ 버스내부시설 등을 중점 점검하기로 했다.

중점 점검대상에는 운전기사 복장상태, 승객 승·하차시 배려, 안내방송 여부, 냉·난방 가동여부, 차량 내부 쾌적도, 흡연·핸드폰 사용 등 운전태도, 정류장 무정차 통과 여부, 차내 시설 청결 여부 등과 함께 문제의 '라디오 방송 송출 여부'가 포함돼 있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안에서 라디오방송을 틀 경우 해당 버스회사의 버스 서비스 평가에서 1점을 감점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내용들이 담긴 공문이 지난 28일 서울시내 각 버스회사에 하달됐다. 

김정선 서울시 버스정책과 과장은 2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버스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라디오 방송 송출을 금지하도록 하는 공문을 28일 각 버스회사에 내려 보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버스 안에서 라디오 방송을 틀면 엄청 시끄러워 소음문제가 발생한다"며 "이러한 내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라디오 방송을 틀지 말도록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라디어 방송 때문에 시끄럽다는 민원도 있었다. 아침에 출근할 때 조용하게 사색하고 책도 봐야 하는데 라디오 방송을 틀면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운전기사의 취향에 따라 채널이 선택되기도 한다. 버스회사 사주가 기독교인이라 기독교 방송을 계속 틀어놓은 사례도 있었다. 외국 어디에도 라디오 방송을 틀어주는 버스는 없다."

이어 김 과장은 "모티터링 요원들이 버스를 직접 타고 다니면서 라디오 방송 송출 여부와 청소 상태 등을 점검할 계획"이라며 "라디오 방송을 하는 버스회사의 경우 (버스 서비스 평가에서) 감점을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라디오 방송 송출 여부 등을 월별로 평가해서 그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화할 것"이라며 "다만 라디오 방송 송출 여부가 버스회사의 서비스 평가를 좌우하는 것도 아니고 그걸 안 따른다고 해서 버스회사를 처벌하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시내버스 안에서 라디오를 틀지 못하게 한 서울시 지침이 논란을 빚고 있다.
 시내버스 안에서 라디오를 틀지 못하게 한 서울시 지침이 논란을 빚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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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송사 간부 "긴급재난 소식은 어떻게 전하나?"

서울시가 공문을 내려보낸 이후 버스회사들은 회사 내부에 서울시의 지침을 공고했다. 한 회사는 '서울시 협조 공고문'이라는 제목을 달고 다음과 같이 공고했다.

'서울시 정책에 따라 운행중 라디오 청취와 관련 긴급을 요하는 사항이 있어 아래와 같이 공고합니다. 서울시는 3월 1일부터는 운행중 라디오 청취를 금하고 암행 점검시 적발되면 회사 평가에 감점 1점의 벌점을 부과합니다. 이에 회사에서는 2월 29일까지 모든 차량에 대해 라디오 청취가 불가능하도록 조치할 예정이오니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휴대용 라디오, mp3 핸드폰 등을 통하여 방송 또는 음악을 청취하는 행위도 엄히 금하오니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서울시의 '라디오 방송 송출 금지'에 대해 "적절치 못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방송사의 한 간부는 "라디오 방송 송출을 금지하면 긴급 재난사태 발생시 관련 소식을 들을 수 없게 되고, 라디오 방송을 듣고 싶어하는 시민들의 자유를 원천봉쇄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서민이라는 점을 헤아려야 한다"며 "그들에게 라디오 방송 송출 금지는 정서적으로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피디는 "운전자들 중에 라디오를 듣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버스에서 라디오 방송 송출을 금지한다면 애초에 자동차 회사에서 라디오 장치를 설치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편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의 한 관계자는 "라디오 방송의 볼륨이 크다는 민원도 있고, 요즘에는 DMB 핸드폰으로 방송을 보는 사람이 많고, 라디오 방송을 틀면 운전에도 지장이 있으니까 그런 정책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가 한다고 하니까 하는데 이후 소속 업체들의 의견을 들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태그:#라디오 방송 송출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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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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