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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운하'를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들을 향해 '감정적이고 정확한 지식이 없이 반대한다'고 날을 세웠던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미국 박사학위가 사실은 운하와는 거리가 먼 '신학'과 관련된 것으로 본인 스스로 '전문성'을 내세울만한 위치에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은 28일 "추 비서관의 미국 박사학위는 목회활동을 하는 한국인 목사들을 겨냥해 개설된 '목회학 박사(Doctor of Ministry, D. Min)"라며 "이명박정부의 최고 운하전문가를 자처해온 추 비서관의 학위논문은 운하와 관계없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세계적인 석·박사 학위 논문 검색 데이터베이스(DB) PQDT(ProQuest Dissertations and Theses)를 검색한 결과, 추부길(Choo, Bookil) 비서관이 지난 2005년 작성해, 2006년 학위를 받은 미국 리젠트대학의 목회학 박사 학위 논문(Principles and practice of marriage enrichment program to enhance spiritual maturation)은 영어가 아닌 '한글' 논문이었다는 점도 꼬집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한글로 논문을 작성했다는 점은 매우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PQDT가 리젠트 대학으로부터 제공받아 마이크로필름으로 만들어 놓은 232쪽 분량의 논문은 제목, 요약, 목차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한글로 작성돼 있으며, 논문 정보에는 언어(Language)를 한국어(Korean)로 명시해놓았다는 것이다. 실제 논문에는 '감사합니다'라는 감사의 글까지도 한글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논문 심사 교수도 한글독해가 가능한 한국계 교수였다는 것이다. 심사위원장을 제외한 2인의 심사위원은 버지니아비치 은혜교회 문모(2006년 2월 7일) 목사와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의 원모(2005년 4월 26일) 교수였다는 것.

 

이 대학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이렇게 미국 현지에서 한글 논문으로 추 내정자와 같은 '박사'가 해마다 수십 명씩 양산되는 과정을 짐작할 수 있다. 현지 학교를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 수업만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추 비서관이 졸업한 리젠트대학에서 목회학 박사 학위를 받으려는 학생은 공식적으로 매년 가을 1주일간만 미국 현지 대학에 출석하면 된다. 수업은 한 학기 내내 진행되지만 온라인 수강이 가능한 것. 따라서 이 대학은 "군대나 외국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생에게는 최고의 프로그램"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이 대학의 관계자는 "논문 심사, 졸업 때만 학교에 오면 된다"며 "바쁜 목회자를 위한 효과적인 온라인 교육, 최소한의 등교가 제공되는 프로그램"이라고 자찬하고 있다.

 

박사학위를 원하는 한국의 목회자들을 노리고 이 같은 과정을 개설해 '돈을 벌고 있는' 리젠트 대학에 대한 국내외 비판은 그동안 줄을 이었다고 한다. 사실상 '박사학위' 남발이라는 것. 미국사회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한 리젠트대학의 입장은 "우리는 더 이상 한국어로 강의를 듣고, 논문을 쓰는 학생을 위해서는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고 밝혀 사실상 미국사회는 물론 각계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수렴한 결과로 보인다고 <프레시안>은 보도했다.

 

한편,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은 <프레시안>의 보도에 대해 "논문을 한글로 쓴 게 맞다"며 "그러나 리젠트대학에 그 한글 논문을 심사할 한국계 교수가 있고, 심사를 위해 논문의 상당 부분이 영어로 번역돼 심사 교수에게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추 비서관은 목회학 박사 학위를 받고자 미국에 얼마나 체류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한국인 수강생이 많아서 리젠트대학에서 인증을 받은 교수가 직접 한국에서 강의를 했다"며 "온라인 강의를 들은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위 자체는 문제될 게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프레시안>이 지난 25일 처음 해명 요구를 했을 때는 추 비서관이 "리젠트대학에 한글 논문과 별도로 영어 논문을 제출했다"고 거짓 답변을 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교수들이 '운하반대모임'을 만들고 활동을 개시하자, 추 비서관은 지난달 4일 SBS 라디오 <백지연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교수라는 분들이 인신공격을 하고, '팩트(사실)'에 의한 반대를 하지 않고 정치적인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운하에 대해 좀 더 깊이 연구한 다음에 반대하는 것이 옳다, 대운하에 대해 감정적이고 정확한 지식 없이 반대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서울대 교수들을 꼬집어 비난한 적도 있다.

 

추부길 비서관은 한나라당 한반도대운하 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전략기획특보를 지낸 바 있으며, 웰커뮤니티교회 목사와 한국가정상담연구소장을 지낸 바 있다.


태그:#추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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