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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소방관이 업무중에 사망했다. 지난 26일 조 아무개 소방관이 고양시 일산구의 한 골프연습장에 화재를 진압하러 출동했다가 미끄러워 넘어져 3층 건물에서 추락한 것이다. 그를 꼭 닮은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에게 아무런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채.

주지하는 바와 같이 119업무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화재현장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어디서 무엇이 터질지 언제 화염이 달려나올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의 연속이다. 때문에 많은 소방관들이 업무수행중 죽거나 다치고 있다. 단위 인구당 소방관수는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적지만 소방관의 업무상 사망율은 그렇지 않다.

한국과 미국의 소방관 사망십만인율(십만명당 사망자수)을 비교한 결과 한국이 38, 미국이 8로 나왔다. 우리나라 소방관들이 업무중 사망할 위험성이 4배 정도 높다는 것이다. 이 통계는 미국에서 911사태가 있었던 2001년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경향이 다르지 않았다.

소방관의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유해인자들
▲ 소방관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인자 소방관의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유해인자들
ⓒ 강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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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상 '순직'으로 분류되는 것은 대부분 급작스런'사고'에 해당하는데 실제로 소방관은 업무의 특성상 만성적인 직업성질환이 발생할 위험도 있음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

2006년 발표된 역학분야 유력한 논문인 JOEM(Journal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에 발표된 논문(Cancer risk among firefighters: A review and meta-analysis of 32 studies)에 따르면 소방관들이 일반인보다 몇 가지 암에 훨씬 더 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관이 고환암에 걸릴 확률은 일반인에 비해 2배가 높았고 전립선암 1.28배, 비호지킨림프종은 1.5배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암이 일반인보다 발생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는데 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논문은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된 32개 역학조사(총 11만명 소방관 조사) 결과를 종합한 메타분석 논문이라 그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연구자들은 위의 표에 보는 바와 같이 '화학적인자' 중에서 발암성물질들이 특정부위에 대한 높은 암발생의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방관들은 화학물질외에도 긴급 환자운송과 관련된 각종 전염성질환 등 유해인자에도 빈번히 노출되고 있다.

이번 겨울 유난히 소방관의 순직 소식을 자주 접한다. 부디 조동환 소방관의 죽음이 헛되지 않아 소방당국이 일선 소방관의 안전보건도 세심하게 챙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강태선 기자는 노동부 산업안전감독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blog.ohmynews.com/hum21)에도 게재했습니다.



태그:#소방관, #안전보건, #직업병, #암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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