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스포일러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강 경위와 강 반장 이 영화에 쓰인 이중, 4중 분할 화면은 극의 긴박감을 강조한다

▲ 강 경위와 강 반장 이 영화에 쓰인 이중, 4중 분할 화면은 극의 긴박감을 강조한다 ⓒ KM 컬쳐스


버디무비, 갈등이 화해로 변하는 과정의 재미

<슈퍼스타 김사용 2004>을 연출한 김종현 감독의 최신작 <마이뉴파트너>는 '버디무비(buddy movie)'라는 장르영화에 속한다. 70년대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TV 연속물을 영화화한 <스타스키와 허치 2004>, 닉 놀테와 에디 머피가 주연한 <48시간(48hr 1982)>, 배리 소넨펠드 감독에 토미 리 존스와 윌 스미스가 출연한 <맨 인 블랙(Men in Black 1997)>은 전세계 영화팬들을 즐겁게 했던 대표적인 버디무비다.

친구나 짝패, 또는 동료를 뜻하는 버디 무비의 주인공들이 보통 같은 직장에서 함께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스토리가 진행되기 마련이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2003>에 나오는 박두만(송강호) 형사와 서태윤(김상경) 형사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함께 해결해야 할 직장 동료였다. 문제는 이들이 사사건건 충돌한다는 것. 성격부터 수사 방법 어디 하나 일치점이 없는 두 형사는 연쇄살인마를 잡아야 한다는 강박증적인 목적의식을 공유하면서부터 ‘동지’로 발전한다. 이 두 사람의 광기에 찬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범인 검거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살인의 추억>은 변형된 버디무비다.

'버디 캅 무비'는 버디무비의 하위장르로 상충하는 두 인물이 범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반목하고 갈등하다가 결국 서로 마음이 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게 되는 영화다.

그런 의미에서 강우석 감독의 안성기 박중훈이 열연한 <투캅스(1993년>야말로 정통 ‘버디 캅 필름'이라 할 수 있다. <투캅스>는 고참 조형사(안성기)와 신참 강형사(박중훈)가 관료적 명령에 따라 꼼짝없이 파트너가 되면서부터 갈등 속에서 충돌을 되풀이하다가 극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는 장르적 문법에 충실한 코믹액션물이다.

‘파리똥’은 ‘경찰견’보다 똑똑하다

병삼 역의 박철민 병삼이가 로또 복권 숫자를 정하는 방법은 폭소를 자아낸다.

▲ 병삼 역의 박철민 병삼이가 로또 복권 숫자를 정하는 방법은 폭소를 자아낸다. ⓒ KM 컬처


이번 김 감독의 <마이뉴파트너>는 포스터에서 보듯 전형적인 버디 캅 영화다. 경찰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내사과에 들어간 강영준(조한선) 경위. 마약 관련 중요 문서가 깜쪽 같이 사라진 유원지에서 사진기에 찍힌 미모의 젊은 여자(유리-트랜스젠더)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부산까지 내려가게 된 강 경위는 그곳에서 8년 만에 예상치 못한 인물과 만나게 된다.

부패 전력이 있고 바람 피우는 모습이 들통 나는 바람에 결국 아내의 죽음을 앞당긴 강 경위의 아버지 강민호(안성기) 반장. 강 반장은 부산에서 풍속관리반 만년 반장으로 널널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 ‘똥파리’란 별명은 한때 뇌물수수 경찰관에 대한 조롱도 되면서 30년 세월 절정에 달한 육감수사 능력의 탁월성이란 두 가지 뜻이 있다.

강 경위는 아버지의 여자밝힘증과 부패 경찰 전력을 증오한다. 동료 경찰관들은 내사과의 강 경위를 경찰 잡는 개, ‘경찰견’이란 악명으로 부른다.

롤러코스터 추적씬 한국 최초의 롤러코스터 장면. 달팽이처럼 휘말린 롤러코스트의 액션씬은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해주었다

▲ 롤러코스터 추적씬 한국 최초의 롤러코스터 장면. 달팽이처럼 휘말린 롤러코스트의 액션씬은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해주었다 ⓒ KM 컬처


<마이뉴파트너>는 초입부에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롤러코스터 위에서 촬영한 추적신을 보여주며 이야기의 가속기를 밟는다. 사건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유리(선우선)의 행방을 찾는 수사에서 강 반장의 육감 수사가 사건 해결에 하나 둘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런데 정작 경찰대를 수석 졸업한 강 경위의 샤프한 수사력을 보여주는 장면은 영화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수사 과정에서 두 형사의 장점을 번갈아 보여주지 않은 점은 이 버디무비의 심각한 결함으로 작용한다.   

장르영화는 관객과 약속한 관습에 충실해야 한다. 장르적 규칙을 깰 수밖에 없다면 그 규칙 파괴의 개연성을 납득할 수 있는 플롯이나 상황을 제공해야 한다. <마이뉴파트너>는 아버지-아들을 내세운 버디무디란 점이 홍보컨셉트의 핵이다. 그런데 사건 해결 과정에서 강 반장의 육감 수사가 강 경위를 원사이드하게 리드한다. 강 경위는 아버지의 수사 방식을 못마땅해 할 뿐이다.

신기하게도 영화가 종료될 때까지 강 경위의 냉철한 수사 능력은 자취가 아니 보인다. 음식점 식탁에 도청기를 설치한 것도 강 반장에게 바로 들킨다. 야구장에서 도망가는 유리를 뒤쫓는 시퀀스에서도 기지 넘치고 샤프한 형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살인의 추억>에 나오는 저돌적인 조용구 형사(김뢰하)의 이미지와 오히려 닮아 보인다.

캐릭터의 비일관성은 혼란을 줘

트랜스젠더 유리 역을 맡은 선우선 트랜스젠더 빠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한편의 뮤직드라마로도 손색이 없는 명장면

▲ 트랜스젠더 유리 역을 맡은 선우선 트랜스젠더 빠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한편의 뮤직드라마로도 손색이 없는 명장면 ⓒ KM 컬처


유리는 트랜스젠더 바에서 마지막 노래를 부르고 경찰을 피해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다. 죽지는 말라고 애원하는 강 반장의 호소를 뒤로 하고 마약에 취한 채 검은 눈물을 흘리며 유리는 단단한 땅바닥 위로 떨어진다. 유리의 시신 주위로 날리는 검은 깃털은 심미적이다.

그런데 유리는 왜 자살한 것일까. 마약 보스인 아버지의 인정을 받으려고 조직 일을 돕다가 구속이 임박하자 자살했다는 설명조 대사는 공감이 안 간다.

개연성이 없는 사건에 대사 몇 마디로 토씨 달고 넘어가는 것은 플롯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관객은 유리의 자살에 이르는 고뇌가 시각적으로 생략된 데에 불만을 터뜨릴 것이다. 

경찰 내부의 마약 조직 협조자 배 형사의 행동도 납득이 안 된다. ‘좋은 경찰보다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 동료 경찰 금수(이은지)를 차로 들이받아 죽이려고까지 한다. 이때 배 형사가 택한 살인방식이 이해가 안 간다. 금수가 차에서 내리기 전에도 죽일 기회는 많았다고 영리한 관객은 상상할 터이다.

더더욱 공감하기 힘든 시퀀스는 폐수처리장에서 배 형사가 마약 보스에게 빈 총을 겨누었다 되려 총에 맞아 죽어가는 장면이다. 자기 동료까지 차로 깔아뭉개려고 했던 악한이 느닷없이 눈물을 흘리며 맘을 바꾼다는 설정은 억지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부자지간의 화해를 보여주며 신파로 끝맺어

버디 무비의 기본 공식이 무너진 구멍 안에 신파의 눈물이 채워진다. 소년원 출신으로 강 반장을 아버지로 생각해온 영철(조진웅)이 조폭들과 격렬하게 싸우다 사시미에 난자당해 죽어가는 승용차 안에서 강 경위는 죽으면 안 된다고 절규한다. 시체실에서 피범벅된 얼굴을 한 채 죽어 있는 영철을 창 너머로 바라보는 강 경위의 허탈하고 공허한 모습은, 최루성 조폭 영화 어디선가 본 듯한 컷을 또 보는 것만 같다.

아버지와 아들은 폐수처리장에서의 최후의 결전이 끝나고 나란히 병실에 눕는다. 아버지가 잠든 틈에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소음녹음기에 담아 놓는다. 얼마 후 아들은 서울로 떠나고 아버지는 녹음기에서 절절한 아들의 사부곡(思父曲)을 듣는다.

이어 강 반장의 동료들이 운동장에 모여 즐겁게 족구하는 플래시백에서 조한선의 멋진 웃음이 정지화면에 잠깐 걸린다 싶자 크레딧 화면이 올라간다.

덧붙이는 글 시사회 참관
마이뉴파트너 살인의 추억 맨 인 블랙 강우석 투캅스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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