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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공양 후 도법 스님은 홀로 여강변을 걸었다. 운하가 만들어지면 만날 수 없는 풍경이다.
▲ 명상의 시간. 저녁 공양 후 도법 스님은 홀로 여강변을 걸었다. 운하가 만들어지면 만날 수 없는 풍경이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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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생명이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이 있다. 불교를 비롯해 천주교, 원불교, 기독교 등의 종교단체와 문학인,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한반도대운하 저지 100일 대장정에 나섰다. 지난 12일에 첫 걸음을 떼었고, 지난 일요일(24일)엔 숱한 하천이 모여 큰 줄기의 강을 이룬 여강을 걸었다.

편한 길 버리고 강변을 따라 걷는 '생명을 모시는 사람들', "강은 생명입니다"

지난 2월 12일(화), 설 명절 연휴가 끝나자 시작한 걸음이니 벌써 13일 째, 한강 하구인 김포에서 출발한 걸음이 13일만에 여주를 휘감아 도는 여강에 도착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비하면 한없이 그린 걸음이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경제속도로 달려도 서너시간이면 도착하는 여주. 그러나 그들은 편한 차량을 마다하고 불편하고 힘든 걸음을 선택했다.

그들이 곧게 펴진 길을 버리고 강변을 따라 걷는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 채택해 전국민을 들끓게 만드는 운하 예정지를 몸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다. 강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날짐승, 들짐승을 만나 인간의 무지함을 들려주고 싶어 시작한 걸음이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은 그날 오후 3시 여주군청 앞 거리에 도착했다. 여주 사람들은 그들을 뜨겁게 환영했다. 대운하를 찬성하는 이들보다 반대하는 이들이 많은 땅인 여주.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여강이 흉하게 변해갈 것을 염려한 여주 사람들은 강을 따라 걷는 그들을 힘찬 풍물패 가락으로 맞았다.

한바탕 놀이를 뒤로 하고 순례단 일행은 신륵사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의 잠자리는 천녀고찰인 신륵사. 나옹선사가 입적한 신륵사도 운하가 건설되면 물에 잠길 위기에 처했다. 신륵사에서 제공한 잠자리는 오랜만에 등을 펴고 잠을 청할 수 있는 기회. 순례단은 잠자리를 찾지 못한 날엔 강변에 천막을 치고 추운 밤을 보냈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순례단 일원인 도법 스님. 스님의 얼굴은 겨울임에도 검게 그을렸고, 많이 수척해 있었다. 스님은 지난 2003년부터 생명평화 순례단을 이끌고 전국을 도보순례하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생명의 강이 무참히 파괴되는 일을 막아 주소서.
▲ 수녀님들의 생명에 대한 기도. 생명의 강이 무참히 파괴되는 일을 막아 주소서.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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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시민들이 순례단을 환영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 순례단 환영. 여주 시민들이 순례단을 환영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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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를 막지 못하면 이 나라의 미래는 '어둠'뿐

올해 경기와 서울을 순례해야 하지만, 느닷없이 운하를 건설하겠다고 하여 그 일은 뒤로 미루고 운하 저지 100일 장정에 들어갔다. 지난 5년 동안 스님은 길에서 잠을 잤으며 길과 대화하고 길에서 허기를 채웠고, 일출과 일몰을 맞았다. 도법 스님께 '강을 따라 걷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대통령이 운하를 하겠다고 하는데 종교인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옛날 의병장들처럼 무기를 들고 싸울 수도 없는 일 아니겠어요? 이렇게라도 걸으면서 사람들에게 운하의 부당성을 알려야 하기에 걷는 것이지요."

- 이 나라는 스님을 계속 걷게 합니다.
"한반도대운하는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운하는 대통령 한 사람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운하를 건설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나라가 선진적 문화 시대로 넘어 서느냐 개발독재의 망령을 끼고 가느냐 그런 기준점을 운하가 만들어주고 있는 셈입니다.

미래는 환경입니다. 환경문제를 넘어서면 이 나라는 한층 성숙된 정신세계를 도출해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대통령 한 사람의 철없는 생각으로 인해 이 나라가 망가져서도 안되지만 그 어둠의 시대를 후손들에게 물려줘서는 더욱 안됩니다."

지난 5년 세월을 길에서 얻어낸 도법 스님의 결론은 명쾌하다. 이날 도보 순례길에 나선 이들은 70여명. 어둠의 시대를 함께 밝혀보고자 순례길에 오른 이들은 비단 종교인들 뿐만 아니다. 전국에서 소식을 듣고 찾아든 작은 등불들이 순례단의 앞길을 밝혀준다. 등불을 자처한 이들은 문학인도 있고 어린 아들과 함께한 평범한 주부도 있다. 더러는 일가족 모두가 참여하기도 했다.

무엇이 이들을 걷게 하는가. 생명의 강을 모시기 위해서다. 우리가 강을 존중의 대상으로 대접할 때 강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게 한다. 강을 모심으로써 생명을 담보할 수 있는 일, 운하를 만드는 것 보다 이문 남는 일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당장의 개발로 이문을 남기겠다고 한다. 장사꾼 출신이라 그런지 후일 돌아올 것에 대한 책임은 논외로 친다.

겨울은 새들이 강의 주인이다. 운하가 만들어지면 저 새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 여강. 겨울은 새들이 강의 주인이다. 운하가 만들어지면 저 새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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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 소식을 듣고 가슴이 답답해서 절 밖으로 나왔습니다.
▲ 수경 스님. 운하 소식을 듣고 가슴이 답답해서 절 밖으로 나왔습니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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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눈에 비친 대한민국은 생명 죽이는 '아비규환'의 땅

순례단과 함께 걷는 박남준 시인, 어느 덧 쉰을 훌쩍 넘긴 박남준 시인은 지리산 악양골에서 올라와 강을 따라 걷는다. 그에게 '길을 왜 걷는가?'라고 물었다.

"시인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날엔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게 하더니 이젠 환경운동에 나서게 만듭니다. 정상적인 국가가 아닙니다. 전두환 정권 때부터 전국의 산과 공원에 자연보호 간판이 들어섰지만 오히려 자연은 더 파괴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요. 시인의 눈으로 본 지금의 세상은 아비규환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걸을 수밖에요."

빅남준 시인의 한숨이 깊어진다. 지금의 답답함을 표현하자면 시를 써야 하지만 지금은 시작업보다 운하 저지에 힘써야 한다고 말하는 시인 박남준. 그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지난 일요일의 순례길엔 문학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날 참여한 시인과 문화예술인은 20여명. 홍일선 사무총장을 비롯해 이기형, 용환신, 이승철, 오우열, 윤일균, 김동환, 유명선, 김이하 시인과 김정희 아동문학가, '이등병의 편지' 작곡가인 김현성 가수 등. 한국문학평화포럼(회장 임헌영) 소속의 문화예술인들은 저녁시간 신륵사에서 시낭송회와 작은 공연을 열었다.

그대는 강입니다 젖입니다 품입니다 지천을 품어 때론 깊고 얕게 수심을 만들고 허옇게 드러난 맨살의 모래섬 휘돌아 천리 길 혼곤히 젖은 바짓가랑이 위로 소금쟁이 몸 여는 소리, 물잠자리 톡톡 유혹의 손끝, 몰래 스민 지류와 이별하면서 단 한번 마른 미소 보인 적 없는 그대, 그대는 어머니입니다 어미의 젖입니다 그래서 달지요

입술이 떨려 말을 하지 못합니다
가슴이 떨려 숨을 쉬지 못합니다

거기 한 무리 낭인들이 어미의 가슴에 대 못 박을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어미가 가는 발길 앞에 천길 벼랑, 보(堡)를 쌓으려 합니다 젖이 흐르는 오롯한 길, 그 양안 습지에 콘크리트 회벽을 치고 기어이 모래무지 눈치 잉어의 부레에 폭약을 장착하려 합니다 잠긴 달빛 짓이길 거대한 아가리 철 상어 띄우려는 저 음모를 폭로하여야 합니다 - 박희호 시 '바랑지고 짚세기 신고' 중에서

시낭송에 참여한 박희호 시인은 '어미의 젖줄을 따라 함께 길 떠날 이' 를 찾았다. 강변의 돌을 벼개로 곤한 잠을 청하는 순례단과 함께 할 이들의 걸음을 구했다. 함께 할 때 강은 지켜지고, 생명을 낳는 강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올헤 92세인 이기형 시인도 순례단으로 참여했다. 민족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이기형 시인의 시낭송 모습.
▲ 생명을 강에 시를 모시는 이기형 시인. 올헤 92세인 이기형 시인도 순례단으로 참여했다. 민족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이기형 시인의 시낭송 모습.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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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대교를 건너는 순례단. 운하가 건설되면 다리도 온전하지 못한다.
▲ 여주대교. 여주대교를 건너는 순례단. 운하가 건설되면 다리도 온전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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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스님, "절 집에 있으려니 가슴이 답답해서 절 밖으로 나왔습니다"

여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가수 김현성은 박남준 시인으로부터 강에 관한 노래를 주문 받아 놓은 상태이다. 그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순례단과 함께한 걸음. 그는 부르튼 발바닥을 만지며 나른한 하품을 늘어놓는 순례단에게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었다. 문화예술인들이 마련한 행사가 끝나자 순례단을 이끌고 있는 성직자들의 '말씀 한마디'가 있었다. 수경 스님(화계사 주지)이 마이크를 잡았다.

"천성산, 사패산, 북한산 등의 환경 반대 운동을 했습니다. 더 이상 산을 위해 반대운동을 하지 않겠다고 나 자신과 약속을 했습니다. 생명을 살리자는 운동인데, 번번히 실패했습니다. 생명이 이렇게 무차별 죽임을 당하는데 가만히 있는 세상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환경운동을 그만 두어야 겠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이라는 사람이 운하를 만들겠다고 해요. 처음엔 귀도 막고 눈도 감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가슴이 답답해지는 게 이러다간 곧 미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결국 절을 나왔습니다. 나와 보니 이번엔 강이더군요. 산과 바다(새만금), 강까지. 생각해보니 내가 할 수 있는 반대 운동을 다 하고 있는 셈이더군요. 살면 얼마나 살겠습니까. 정부가 앞으로도 어떤 일을 벌일 지 모르겠지만 정말이지 이젠 이런 일 그만 하고 싶습니다."

힘겹게 살아가는 중생들을 위해 수행의 길을 걸어야 할 스님을 절 밖으로 나오게 하는 세상이 밉다는 수경 스님. 새만금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명들을 지켜내기 위해 삼보일배를 하며 광화문까지 왔지만, 끝내 새만금을 지켜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한반도대운하 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게 스님의 작심이다.

강변 자갈 밭에 점심 식사가 준비되었다. 순례 지원단의 음식 솜씨 어떨까요?
▲ 점심식사. 강변 자갈 밭에 점심 식사가 준비되었다. 순례 지원단의 음식 솜씨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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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하나로 모든 식사가 이루어진다. 김치와 국이 한 몸으로 흐르는 꿀맛 같은 점심 식사. 한 끼의 식사가 소중한 이유이다.
▲ 식사 중. 그릇 하나로 모든 식사가 이루어진다. 김치와 국이 한 몸으로 흐르는 꿀맛 같은 점심 식사. 한 끼의 식사가 소중한 이유이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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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완 목사, "운하 만들겠다는 못난 자식 대신해 길을 걷습니다"

이번엔 순례단 일원인 이필완 목사가 마이크를 넘겨 받았다. 기자는 이 목사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하나님의 자식인데, 목사님께서 자식을 잘 못 가르친 거 아니냐'라고 질문 했다.

"대운하 문제를 보면 목사로서 답답합니다. 그러나 자식이 많다보면 그 중엔 잘못된 길을 걷는 자식도 있습니다. 운하 만들겠다는 못난 자식을 대신해 길을 걷습니다. 목사가 길을 걷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날이 오리라고 믿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이필완 목사의 바람대로 대운하 계획을 철회하고 자신의 잘못을 눈물로 뉘우칠 수 있을까. 아직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답답한 밤은 그러게 깊어갔다. 다음 날 오전 9시, 여주 영월루 앞 공원에서 14일 째 순례를 시작하는 시간. 떨어진 기온으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허연 입김이 길게 뿜어져 나왔다.

월요일이라 천주교 성직자들의 발걸음이 속속 도착했다. 수녀님과 신부님들만도 20여명이 넘었다. 길게 꼬리를 문 순례단은 42번 국도를 따라 길을 걸었다. 강변으로 난 길도 없는 여강변, 사람들의 접근을 거부하는 여강은 순결했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청둥오리들은 운하 계획을 알고 있기라도 하는지 불안한 날갯짓으로 하늘을 날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여하기 위해 여의도로 향하는 걸음이 이어지는 시간, 순례단과 함께 하려는 발걸음도 이어졌다. 극과 극의 시간. 거리엔 태극기가 펄럭이고, 도로는 질주하는 차량으로 분주했다.

"새로운 통령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이 시간만큼은 묵언으로 걷겠습니다."

운하를 만들겠다는 사람이 대통령 선서를 하는 시간, 순례단들은 대통령에 대한 항의 표시로 입을 닫고 걸었다. 운하가 만들어지면 사라질 강변의 모래와 억새. 그리고 강과 함께 살아가는 새들. 강의 추억을 잃어버리는 강변 사람들. 그들은 순례단의 말없는 걸음을 묵묵히 지켜보거나 가끔은 손을 흔들어 주기도 했다.

사람들이 버린 길을 걷는다. 이제 사람들은 자갈 깔린 길을 걷지 않는다. 운하가 만들어지면 이 길은 어떻게 변할까. 짐작도 할 수 없다.
▲ 길을 걷다. 사람들이 버린 길을 걷는다. 이제 사람들은 자갈 깔린 길을 걷지 않는다. 운하가 만들어지면 이 길은 어떻게 변할까. 짐작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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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모시는 사람들이 여강변을 걷고 있다.
▲ 순례자들. 강을 모시는 사람들이 여강변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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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과 민족을 위해 운하 만든다? 우린 그런 일 시킨 적 없다!

금당천을 돌아나오니 비로소 여강은 다시 나타나고 간밤을 보냈던 신륵사가 하류에 머물러 있었다. 강변을 따라 걷는 걸음들은 지쳐가고, 새순이 돋아나는 억새의 몸부림은 바람을 맞아 더욱 거세어졌다. 작은 돌들 하나도 나름의 사연의 간직한 여강. 여주 사람들은 여주 땅을 적시고 지나가는 강을 남한강이라 부르지 않고 여강이라 부른다.

횡성에서 발원한 섬강과 용인에서 발원한 청미천, 태백의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여강. 여강의 길이는 1백리. 여강의 백리 길을 따라 걷는 순례단들은 여강을 지나면 충주 달천강을 지나 낙동강으로 간다. 순례단의 여정은 100일.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을 강변에서 보내는 사람들. 그들의 걸음이 운하를 막을 수 있을까.

수천만 번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할 한반도대운하 계획. 그러나 대운하추진위는 이 시간에도 그런 고민 마다하고 운하 건설에 대한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오는 6월부터 시동을 걸겠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며칠 전 우연히 만난 추진위의 관계자에게 한반도대운하를 왜 만드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만듭니다."

참 좋은 말이다. 그러나 한반도대운하는 조국과 민족을 위한 일이기보다 '조국과 민족을 죽이는 일' 아니던가. 조국과 민족을 위하는 걸음이 이토록 다를 수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다. 미래를 걱정하는 철학적 사고가 극적으로 갈라지는 현실은 이해조차 되지 않았다.

그래서인가. 점심 시간을 지나자 때 아닌 눈발이 순례단의 걸음을 더욱 더디고 힘들게 만들었다. 쏟아지는 눈발을 맞으며 강변을 따라 걷는 사람들의 뒷모습, 그들의 뒤를 따라 함께 걸음 할 사람 누구 없을까. 순례단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가 걸었던 그 길을 이어갈 누군가가 간절히 그리웠다.

오늘도 그들은 눈 가득한 강변에 발자국들 남기며 강변을 걷는다. 생명의 강을 제대로 모셔보기 위한 걸음들. 이 아침, 우리의 미래를 순례단에게 청탁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부끄러움만 끝도 없이 밀려온다.

여강에서 살아가는 생명들. 운하가 만들어지면 새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인간에게 새들의 삶터를 빼았을 권리가 있단 말인가.
▲ 생명들. 여강에서 살아가는 생명들. 운하가 만들어지면 새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인간에게 새들의 삶터를 빼았을 권리가 있단 말인가.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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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반도대운하, #도보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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