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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사랑하는 환경부 장관님, 필드를 사랑하는 그 부군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 투기와는 상관없다"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더군요. 정말 귀하의 말마따나 귀하의 '땅 사랑'은 유별난 것 같습니다. 얼마나 땅을 사랑했으면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하는 절대농지까지 자기 소유로 해 놓으셨는지요? 하기야 사랑에는 소유욕이 으레 수반되는 법이기는 하지요.

 

그런데 귀하뿐 아니라 귀하의 부군께서도 '땅 사랑'이 만만치 않으신 모양입니다. 귀하는 농지를 사랑하시는 반면 귀하의 부군은 '필드'를 편애하시는지, 골프장 회원권을 3개나 소유하고 있으니까요. 농지도 자연의 일부고 '필드'도 자연의 일부일진대 굳이 왜 신고서에는 골프장 이름을 빼버리셨는지요?

 

제가 읽은 어떤 외국 소설의 구절이 떠올라 소개합니다. 이것은 짐승인 말(馬)이 인간들의 땅 소유욕을 비판한 말입니다.

 

"인간들은 그 넓은 대지에 금을 그어놓고 자기 땅이라고 하는데, 정작 그들은 이 대지의 맑은 대기와 청량한 이슬에 제대로 눈길 한 번 준 적이 없다."

 

암 검진과 오피스텔 매입의 상관관계

 

"서초동 오피스텔은 내가 유방암 검사에서 (암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자 감사하다고 남편이 기념으로 사준 것이다."

 

전국 방방곡곡에 40건이 넘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한 말입니다. 끝내 이 후보자는 여론의 힘에 말려 장관직 자진 사퇴의 의사를 밝히셨군요. 이렇게 된 데에는 비단 부동산 투기뿐 아니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 후보자의 변명도 여론을 나쁘게 하는 데 한 몫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병원 검진에서 암이 아니라는 진단이 나오셨다니 일단 다행입니다. 물론 감사한 일이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상식적으로 보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해 암이 아니라는 진단과 강남의 오피스텔 매입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겁니다.

 

가족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함께 기뻐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강남에 있는 고가의 부동산을 선물하는 일이라면 상식있는 사람들의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또한 암 검진 한 번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빈민의 입장이라면 어떤 생각이 치밀는지 생각해 보셨는지요?

 

연예인 배용준과 장관 유인촌

 

"내 재산 많다고들 하는데 배용준을 한 번 봐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님이 하신 말입니다. 모르긴 해도 배용준은 내정자님보다 재산이 많은 모양이지요?

 

배용준은 주식 운용을 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연예인이 고소득자라는 것은 이제 주지의 사실입니다. 더구나 내정자님처럼 30년 넘게 스타의 자리를 유지하신 분이 이재에까지 능했다면 140억 정도의 재산은 만들 수 있는 거라고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정자님은 '장관'이라는 중요 공인이 되려 하고 있습니다. 만약 귀하가 연예인으로 계속 남아 있겠다면 어느 누구도 귀하의 재산에 관해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을 터입니다. 귀하가 장관을 하려 하니까 그 많은 재산을 검증해 보자는 것 아니겠습니까?

 

장관 내정자들의 기상천외한 '언어의 유희'

 

얼마 전 대통령직 인수위 이동관 대변인은 운동장을 거꾸로 돌게 한 당선인의 조치를 '뒤처진 사람들에 대해 배려하자는 의미'라고 해석한 바 있습니다. 약간 기발해서 탈이지, 그것은 말 그대로 '꿈보다는 해몽'이 더 좋았습니다.

 

하지만 해몽은 그 정도에서 멈추었어야 했습니다. "(운동장 거꾸로 돌기는) 서민과 약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성장이라는 당선인의 철학"이라고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심으로써, 불현듯 그것은 코미디 수준으로 변질되고 말았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이명박 당선인은 숭례문이 불타버리자 '국민들 마음이 얼마나 안타깝겠느냐? 그러니 숭례문 복원은 국민 성금으로 하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그 뉴스를 보고 잠시 우두망찰했었습니다. 국민들 마음이 안타까우니까 국민이 돈을 낸다? 그것은 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전제와 결론이 180도 모순되는 무논리의 극치였기 때문입니다.

 

말 가지고 장난을 하는 것을 문학에서는 '언어의 유희(linguistic fun)'이라고 합니다. 쉬운 말로 해서 말조롱이라는 뜻입니다. 새 정부 관계자들의 말조롱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언어철학에서는 '말은 곧 그 사람의 실존'이라고 합니다. 현학적으로 실존이라고 하지 않더라도, 말이 그 사람의 사람됨을 반영한다고 우리는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요즘 아이들은 우리 세대보다 약간 논리적입니다. 또한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따지기를 참 좋아합니다.

 

"아빠, 엄마가 암이 아니면 아빠가 엄마에게 오피스텔 선물로 사주는 거예요? 그럼 당뇨가 아니면 뭘로 줘요? 만약 혈압이 정상이면요?"

"땅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꼭 그 땅을 사둬야 하는 건가요?"

 

아이들이 신문을 보고 이런 질문들을 던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으로 조용히 신문을 감추어 버리는 요즘입니다.

덧붙이는 글 | 김갑수 기자는 작가로서 오마이뉴스에 소설 <제국과 인간>을 연재 중입니다.


태그:#말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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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평론을 주로 쓰며 '인간'에 초점을 맞추는 글쓰기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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